"지하철 노선도가 안 보여요"…어르신에겐 너무 작은 글자

기사등록 2025/08/06 14:00:00

최종수정 2025/08/06 19:25:16

서울시, 신형 노선도 개발·보급…여전히 작은 글씨

시인성 테스트는 2030 내외국인 대상으로만 진행

"큰 글씨 노선도로 대중교통 이용 공공성 높여야"

[서울=뉴시스] 이재원 인턴기자 = 지난 4일 5호선 지하철 내부 노약자석 옆에 부착된 전체노선도의 모습이다. 역명은 11pt 크기의 글씨로 쓰여 있었다. 6일 종로3가역에 있던 윤모(84)씨는 "전체적으로 크기가 너무 작다"며 "노인들을 위해 글씨를 크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5.08.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원 인턴기자 = 지난 4일 5호선 지하철 내부 노약자석 옆에 부착된 전체노선도의 모습이다. 역명은 11pt 크기의 글씨로 쓰여 있었다. 6일 종로3가역에 있던 윤모(84)씨는 "전체적으로 크기가 너무 작다"며 "노인들을 위해 글씨를 크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5.08.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이재원 인턴기자 = #. 지난달 31일 A씨는 서울 영등포구 대방역에서 지하철 환승을 위해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학생"이라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한 노년 여성이 길을 물었다. A씨는 여성에게 서울역은 반대 방향에서 타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들이 서있던 곳 바로 옆 안전문에는 전체노선도가 붙어 있었다.

#. 윤모(84)씨는 6일 오전 10시께 친구를 만나러 서울 중구 종로로 향하고 있었다. 황반변성으로 눈 수술 중인 윤씨는 스크린 노선도는 볼 수 없다. 열차 안 노선도는 글씨 크기가 작은 데다 키가 큰 사람들이 가리는 경우가 많아 보기 힘들다. 안내 방송 역시 주변 잡음에 알아듣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윤씨는 주변에 길을 묻고 싶어도 휴대전화를 보며 지나치는 이가 많아 쉽게 말을 꺼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노년층이나 시각장애인 등을 배려한 큰 글씨 노선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은 글씨로 시인성이 떨어져 노년층에게는 지하철노선도가 제 기능을 못 한다는 지적이다.

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마포구 공덕역 정거장에 설치된 노선도는 ▲전체노선도 ▲단일노선도 ▲문화노선도 ▲스크린 노선도다. 설치 위치는 ▲승차장 안전문 ▲대합실 벽 ▲지하철 출입문 상단 ▲노약자석 인근 ▲개찰구 앞 가판 ▲열차 안 스크린 등이다. 노선도의 글씨 크기는 대개 11~13pt 크기로 작았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 공덕역 5호선·6호선의 승강장 안전문에 부착된 전체노선도의 역명은 11pt 크기로 확인됐다. 같은 역 공항철도 대합실 벽에 부착된 전체노선도도 마찬가지였다. 경의중안선을 포함해 열차 내부 출입문 상단이나 노약자석 인근에 붙은 전체노선도 역시 11pt 크기였다.

이날 종로3가역 5호선 승강장에서도 노년층은 큰 글씨로 적힌 노선도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한 여성은 탑승 역을 착각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지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노선도 글씨 크기가 작아서 발생하는 문제는 탑승 방향이나 환승역을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장노년층은 상대적으로 청년층보다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하지 않아 실물 노선도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작은 글씨는 노선도를 보기 힘들게 한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보통 40대 초반부터 노안 증상을 느끼기 시작한다. 국토교통부의 대중교통현황조사 통계정보보고서는 2021년 기준 서울 지역의 통근·통학자를 507만5685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40대 이상은 265만8710명(52.38%)이다.

글씨를 작게 만드는 한 요소는 정보량이다. 1호선이 개통한 1974년 이후 지하철은 23개 노선(624개 역)으로 늘어났고 전체 노선도에 담기는 정보도 훨씬 많아졌다. 역명 옆에는 한자·영어가 병기돼 있고, 환승 정보 등이 안내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시인성을 개선한 신형 전체 노선도와 단일 노선도를 개발해 배포 중이다. 서울시가 2023년 12월 발표한 신형 전체노선도는 ▲국제 표준인 8선형 적용 ▲신호등 방식의 환승역 표기 ▲지리 정보 표기 ▲노선 간 색상과 패턴 차별 등을 골자로 한다.

시는 시선 추적 연구를 통해 개선된 디자인이 내외국인의 정보 탐색 소요 시간을 줄여준다고 밝혔다. 역 찾기는 최대 55%·환승역 길 찾기는 최대 69%의 시간이 단축됐고,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약 21.5% 더 높은 시간 감소 폭을 보였다.

하지만 '청년층의 감각을 담은 서체'나 '호선별 표기체계 통일' 등 신형 노선도의 장점에도 모든 세대의 시인성이 올라갔다고 하기는 어렵다. 당시 시선 추적 연구 대상자는 20~30대 내국인·외국인 뿐이었다. 관계자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러 학술 연구는 안내문을 만들 때 글씨 크기 등 가독성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은 2016년 지하철 환승 안내문 디자인 개선 관련 연구에서 통일성과 명료성을 높이기 위해 더 큰 글씨와 도형을 사용하는 안내문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큰 글씨 지하철 노선도로 대중교통인 지하철의 공공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박성희 인천평화복지연대 노인인권센터장은 "저도 돋보기를 목에 걸고 다닌다"며 "노선도 보기는 항상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큰 글씨 노선도처럼 장애인이나 노인과 같은 약자를 기본으로 편의시설을 만들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며 매표 키오스크의 작은 글씨 크기와 창구 직원 부재 등의 문제도 제기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작은 글씨는 노년층이 보기 굉장히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라며 "조금 더 큰 글씨가 된다면 노년층이 보기 더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디자인할 때 특정 세대를 배제했다기보다 다양한 노선을 한 번에 보여주기 위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말하며 고령 친화적 대안으로 터치스크린 등의 보조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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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선도가 안 보여요"…어르신에겐 너무 작은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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