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공포" PTSD 치료 새 길 열렸다…韓연구진, 별세포의 '가바' 주목

기사등록 2025/07/29 18:13:04

IBS-이화여대, 별세포 유래 'GABA'가 공포 기억 소멸 방해

GABA 합성 억제 약물로 뇌 기능 회복 및 공포 반응 완화 확인

[대전=뉴시스]PTSD에서 별세포 GABA 조절 메커니즘 및 신약 KDS2010의 치료 효과 요약도.(사진=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PTSD에서 별세포 GABA 조절 메커니즘 및 신약 KDS2010의 치료 효과 요약도.(사진=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환자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공포 기억을 잊지 못하는 원인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내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이 이화여자대학교 뇌융합과학연구원 류인균 석좌교수팀과 함께 공포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PTSD의 병리기전을 규명하고 뇌 속 비신경세포인 별세포(Astrocyte)가 만드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 GABA)'를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제시했다고 29일 밝혔다.

현재 PTSD 치료제는 대부분 세로토닌 수용체를 조절하는 항우울제가 사용되지만 효과를 보는 환자는 20~30%에 그치고 치료속도도 매우 느려 새로운 PTSD 치료전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번에 공동연구진은 PTSD 환자, 외상 경험자, 일반인으로 구성된 380여 명의 대규모 뇌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PTSD 환자의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뇌혈류량이 감소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 변화는 PTSD 증상의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증상이 회복된 환자는 가바 농도와 뇌혈류량이 모두 정상화되는 것도 발견했다.

이창준 IBS 단장은 앞선 연구에서 뇌 속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인 별세포가 마오비(MAOB)라는 효소를 통해 가바를 생성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임상 뇌영상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PTSD에서 나타나는 전전두엽의 기능저하가 별세포에 의한 가바의 과도한 축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진이 PTSD 환자의 사후 전전두엽 뇌조직을 분석한 결과, 별세포에서 마오비의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뇌조직 내 반응성 별세포(Reactive Astrocyte)가 확장됨이 확인됐다. 또 가바 분해 효소(ABAT)의 발현이 감소하면서 가바가 과잉 생성·축적되는 병리적 변화도 나타났다.

이어 진행한 전전두엽 기능 저하와의 관계를 확인키 위한 동물실험에서 별세포의 마오비 활성을 증가시킨 PTSD 동물모델은 공포 반응이 장기간 지속되고 공포 기억을 감소시키는 뇌의 회복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반대로 마오비 활성을 억제해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자 이런 반응이 완화됐다. 이는 별세포의 마오비 과활성에 따른 가바 축적이 PTSD에서 공포 기억이 지속되는 원인임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마오비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신약 후보 물질 'KDS2010'을 PTSD 동물모델에 투여해 효과를 확인 결과, 별세포의 가바 농도와 뇌혈류량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고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뇌 기능도 회복돼 불안 행동 증상이 완화됐다.
 
이 신약 후보물질은 이창준 단장의 기초연구로부터 개발된 약물로, 안전성 검증을 마치고 현재는 임상 2상 시험 중에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포트폴리오(Nature Portfolio)의 생화학·분자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지 '‘신호 전달 및 표적 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온라인판에 지난 28일 게재됐다.

이창준 단장은 "PTSD의 분자·세포 수준의 병리기전을 규명하고 별세포라는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해 근본적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며 "별세포 조절을 통한 새로운 정신질환 치료전략 개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인균 이화여자대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임상에서 포착한 단서에서 출발해 동물모델에서 기전을 확인하고 신약의 효과 검증까지 확장한 역중개연구의 대표 사례"라면서 '임상과 기초연구를 통합하는 접근으로 정신질환 치료 연구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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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지 않는 공포" PTSD 치료 새 길 열렸다…韓연구진, 별세포의 '가바' 주목

기사등록 2025/07/29 18:13:04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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