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미국 향해 '새로운 사고' 요구…북미 대화 재개 조건 기싸움

기사등록 2025/07/29 14:47:53

김여정, 연이틀 대남·대미 담화 내며 대외 메시지

'미와 대화 조건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 입장 재확인

국면 급진전 가능성 낮지만 韓 패싱 '통미봉남' 우려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2년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토론자로 나서 공개 연설을 통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사진 = 조선중앙TV 캡처) 2025.07.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2년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토론자로 나서 공개 연설을 통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사진 = 조선중앙TV 캡처) 2025.07.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북미대화 조건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새로운 사고'를 요구하면서 미국과 기싸움을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 부부장은 29일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미(북미) 사이의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 뿐이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냈다.

이번 담화는 백악관 당국자가 언론 질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김 위원장과 소통하는 데 열려있다고 밝힌 데 대해 평가하는 형식으로 나왔다.

고위 당국자가 공식 석상에서 한 공개 발언이 아니라 익명의 당국자가 언론 질의에 답한 내용을 가지고 담화를 낸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북미 대화 재개 조건을 대외적으로 다시 한번 내세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김 부부장은 북미 정상 간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조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우롱으로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대결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결코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최소한의 판단력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렇다면 그러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에 있어서 또한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하노이=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019년 2월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2025.07.29.
[하노이=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019년 2월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2025.07.29.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핵무력 고도화를 헌법에 명시하고 핵능력을 강화해온 만큼, 비핵화는 실현 가능성이 사라진 의제임을 수긍하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동맹수준으로 밀착한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자심감도 읽힌다.

결국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다면 대미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조건을 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한 핵동결·핵군축 협상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 경제 지원 등 대가를 얻어내는 북미 직거래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은 국제 핵규범인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흔들고 한국과 일본 등 국가의 핵무기 개발 여론에 불을 지피게 된다.

트럼프 2기에서도 미국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이번 담화는 김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 출범 54일 만에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다"며 대북정책 관련 공식 입장을 낸 지 하루 만에 공개됐다.

김 부부장이 대남 담화를 낸 것은 지난해 11월 대북전단 관련 비난 담화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2023년 연말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운 이후 남한에 대한 북한의 기조는 고의적인 '무관심'에 치우쳤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입'인 김 부부장이 침묵을 깨고 대남 메시지를 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 복원 가능성은 일축하고 미국에는 사실상 대화 조건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북미 대화 재개 국면이 펼쳐지면 남한을 무시하고 미국만 상대하는 '통미봉남'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연이틀간 이어진 김 부부장의 담화들은 북한 일반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내부 주민 결속 및 적대 의식 고취보다는 대외 메시지를 발신함으로써 한미의 반응을 탐색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즉각적 관계 개선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트럼프의 대화 의지와 이재명 정부의 화해 기조를 활용해 '핵보유국 인정'을 얻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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