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교란' 27개 기업·개인 세무조사 착수
주가조작, 먹튀 기업사냥, 대주주 사익편취 대상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국세청이 주가조작 세력과 악질적 기업 사냥꾼 등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불공정 행위자들의 탈세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주가조작을 엄단하고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임광현 국세청장이 취임 후 첫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주식시장을 교란해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도 정당한 몫의 세금은 제대로 부담하지 않는 불공정 행위 탈세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조사대상은 ▲주가조작 목적의 허위공시 기업(9개) ▲먹튀 전문 기업사냥꾼(8개) ▲상장기업 사유화로 사익편취한 지배주주(10개) 등 주식시장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총 27개 기업 및 관련인이다. 이들의 세금 탈루 규모는 약 1조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주식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들로 인해 국내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을 외면했으며, 국내 기업을 저평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도 심화돼 한국경제 저성장의 한 원인이 됐다"며 "이런 불공정 행위가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는 사실에 주목했다"며 이번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조사대상에 오른 기업과 개인들은 지능적인 시장 교란 행위를 통해 자신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긴 반면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피해를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거짓 공시로 주가 부풀려 시세차익…회삿돈 빼돌려 호화생활도
신사업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C사의 주가는 반토막이 됐고 소액주주들을 손실을 입게 됐다. A씨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고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시세조종 행위로 조사대상 기업들의 주가는 허위공시 후 평균 64일 만에 400% 가량 치솟은 뒤 폭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세조종 세력들은 조합원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투자조합'을 간편하게 설립해 친인척이나 지인 명의로 주식을 분산 취득한 뒤 주식을 매도해 납세 의무를 회피하기까지 했다.
'먹취' 전문 기업사냥꾼 D씨는 사채 자금을 빌려 코스닥 상장사 E사를 인수한 뒤 자신이 소유한 빌딩에 E사가 입주한 것처럼 꾸며 수억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 친인척과 지인을 E사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급여를 받아내거나 거짓 용역 계약을 체결해 용역비를 챙기기도 했다.
또 D씨는 법인 카드로 골프장, 유흥주점 등을 이용하고 수억원에 달하는 개인 변호사 비용도 회삿돈으로 결제하면서 업무상 경비로 처리해 수십억원의 세금을 축소 신고했다. D씨가 기업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하면서 E사는 영업이익 감소로 주가가 50% 가량 하락해 소액주주 피해가 발생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상당수는 이런 기업사냥으로 인해 주식거래가 정지되거나 상장폐지됐다.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주가가 인수 전 대비 86% 하락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또 기업사냥꾼들은 빼돌린 회삿돈을 경영 자문 대가 등으로 위장해 세금을 탈루하고, 회사 비용으로 고가 수입차와 명품을 구매하고 특급호텔과 골프장을 마음껏 이용하면서 호화 생활을 누리기도 했다.
모바일 기기 부품 제조업체 F사의 창업주 G씨는 경영권을 승계할 목적으로 장남이 지배하는 회사의 가치를 2배 가량 부풀려 평가한 뒤 F사 주식과 교환했다.
장남은 F사 주식을 많이 교부 받게 돼 지배력이 강화됐지만 이익에 대한 세금은 회피했다. 또 그는 F사에서 허위 급여를 받거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회삿돈 수십억원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조사 결과 이번 조사 대상자의 자녀들은 증여 받은 재산가액의 약 92%를 축소 신고해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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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교란행위자 탈세 철저 검증…새 정부 첫 대규모 세무조사
먼저 금융계좌 추적, 디지털 포렌식, 외환 자료, 수사기관 정보 등을 적극 활용해 자금 원천과 거래흐름, 자금 유출 과정 전반을 꼼꼼히 확인하고, 차명으로 재산을 숨겨 놓고 사치 생활을 누리는 경우에도 끝까지 추적해 세금을 추징한다는 방침이다.
또 조사 대상자가 고의로 재산을 처분할 우려가 있는 경우 세금 부과 전이라도 압류(확정전보전압류)를 실시하고, 조세포탈,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등 조세범칙 행위 적발 시 수사기관에 통보해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체 정보수집을 강화하는 한편, 수사기관 및 금융당국과도 정보를 빈틈없이 공유하며 향후 주가조작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추가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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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주식시장에서의 불공정 탈세행위 등을 모든 투자자들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당 내용을 공시하는 방안 등도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무조사는 새 정부 들어 착수된 국세청의 첫 대규모 사정 움직임이다.
임광현 청장은 지난 23일 취임하면서 '따뜻하게 일 잘하는 국세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통상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수출기업과 해외진출기업 등에는 최대한 세정 지원을 하고 낡고 기계적인 세무조사 방식도 개선해 친(親) 납세자 세정을 확립하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임 청장은 고액·상습 체납자, 민생침해 탈세 행위, 자본시장 교란 행위, 지능적 역외탈세 등에 대해서는 조세정의 구현을 위해 더욱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임광현 국세청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5.07.23. ppkj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7/23/NISI20250723_0020901135_web.jpg?rnd=20250723163954)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임광현 국세청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5.07.23.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