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 체제가 외면하던 고대 전설 속 애국 상징 부각
전쟁 전 "오랜 경제난에 여름에 위기" 예상 잦아들어
주민들 통제 감내…정권은 반 체제 인사 탄압 강화
![[테헤란=AP/뉴시스]지난달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수도 테헤란 거주 지역 공습으로 숨진 어린이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앞에는 어린이들이 인형과 책가방 등 가졌던 소지품들이 놓여 있다. 이란 정부가 민족주의를 자극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노력하고 있다. 2025.7.23.](https://img1.newsis.com/2025/07/20/NISI20250720_0000501066_web.jpg?rnd=20250720054300)
[테헤란=AP/뉴시스]지난달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수도 테헤란 거주 지역 공습으로 숨진 어린이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앞에는 어린이들이 인형과 책가방 등 가졌던 소지품들이 놓여 있다. 이란 정부가 민족주의를 자극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노력하고 있다. 2025.7.2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으로 큰 상처를 입은 이란의 이슬람 정권이 이례적으로 이란의 옛 역사를 들먹이며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란의 지도자들이 12일 동안 전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이란의 암울한 전망을 애국심을 자극해 뒤집으려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신정 체제가 외면하던 고대 전설과 애국의 상징들을 대거 포용하고 있다.
고대 도시 시라즈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세기 페르시아 왕 샤푸르 1세의 동상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 광고판이 등장했다. 고대 도시 페르세폴리스 유적의 부조를 본 딴 것이다.
수도 테헤란의 쇼핑 중심지 바낙 광장에는 신화 속 인물 아라쉬 궁수가 등장한 광고판이 세워졌다. 아라쉬는 자신의 생명을 화살로 쏘아 올려 이란의 국경을 만들었다는 설화의 주인공이다. 그의 화살 옆에 이슬람 공화국의 미사일이 함께 그려져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애국 열풍의 효과를 검증하기란 쉽지 않다.
일부에선 애국심이 고양된다고 해서 인기 없는 이슬람 정권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있기 전 이란에서 올 여름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예상이 있었다. 오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여름을 맞아 기온이 오르는 속에 가뭄과 물 부족, 전기와 연료 공급 부족이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여름 위기설이 반전됐다. 상당수 이란 국민들이 인터넷 접근 제한과 같은 정부의 통제 강화를 감내하는 분위기다.
또 이란 정부가 대대적인 스파이 색출을 명분으로 반체제 인사와 소수 민족을 탄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네타냐후가 공격을 끝낸 뒤 이란 국민들에게 정부에 맞서 봉기할 것을 촉구한 때문에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조차 시위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밝힌다.
한 테헤란 주민은 “이란 내부 변화를 외국이 주도하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침공하고 핵시설을 타격해 민족적 자존심을 건드렸다. 나는 핵 프로그램을 지지하지 않지만 그것 역시 우리 영토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이슬람 정권은 과거에도 민족주의에 기대 외국에 맞선 전례가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말기 이슬람 혁명 정권 지도부가 민족주의적 발언을 자주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부의 최근 움직임은 과거와 비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쟁이 국가적 단결을 도모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정부의 애국심 자극 움직임은 지난달 말 시아파 이슬람의 전통적 애도기간 무하람이 시작되면서 두드러졌다.
무하람의 10번째 날인 아슈라는 시아파들이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의 손자인 이맘 후세인을 애도하는 날이다.
이란의 종교 가수들인 마다흐들이 아슈라 기념행사에 정치적 요소를 섞었다. 이슬람 성가를 부르는 사이사이 애국심을 강조하는 노래들을 부른 것이다.
보르하니 테헤란대 교수는 신정 체제가 민족주의로 방향을 튼 것이 종교만으로는 더 이상 9000만 이란 인구, 특히 과반수가 넘는 30대 이하의 젊은 층을 결집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란 정부의 민족주의 강조가 결국은 실패할 것이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영국 세인트앤드류스대 알리 안사리 이란연구소장은 “흥분이 가라앉은 뒤 사람들은 다시 질문하기 시작할 것이다. 여전히 물도 없고, 여전히 가스도 없고, 여전히 전기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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