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고객 상장사…부정적 의견 제시 어려워"
중개·리서치 수수료 분리 필요…AI 리처치도 대안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에서 '매수 의견'이 과도한 비중으로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자본시장연구원이 이해상충 가능성을 지목했다. 증권사 주식 리포트의 매수 의견은 지난 20년 새 67%에서 93%로 증가했다.
22일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4년 5년 간 발표된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투자의견에서 매수·적극매수 의견의 비중은 93.1%에 이른다. 매도의견은 0.1%에 불과하다.
김준석 자본연 연구원은 "애널리스트가 매수 의견을 제시할 만한 주식과 시점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지만, 각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꾸준히 제시한 기업들만 별도로 살펴보면 오히려 매수 의견 비중은 더 크고 변경 비중은 더 작다. 그 가능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수 편향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이해상충 가능성'을 지목했다. 투자은행 업무의 잠재적 고객인 상장 기업에 대해, 또 중개 업무의 고객인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도 정보의 원천인 기업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부정적 의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 연구원은 "특히 이해상충 요소 중 중개 업무와 관련한 요소가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평가된다"며 "25년 간 발표된 전체 투자의견을 분석한 결과 증권사의 중개 업무 수익성이 높아질수록 매수 의견이 제시될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이 증권사의 중개 업무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이해상충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목표주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김 연구원은 "증권사 중개 업무 수익성이 높을수록 목표주가 달성 확률은 낮아지며 예측 오차는 증가했다"며 "애널리스트의 이해상충이 목표주가의 낙관적 편향을 유발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애널리스트에 대한 보상은 대부분 기관투자자 중개 업무를 담당하는 부문에서 나온다. 애널리스트가 제공하는 정보의 대가가 기관투자자가 지급하는 중개수수료에 합산돼 있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결국 애널리스트 업무가 중개업무에 종속돼 중개 업무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보의 편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 애널리스트의 업무 과중도 낙관적 편향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900조원 이상 증가하고 상장기업 수가 700개 이상 늘어나는 동안 상장사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는 증권사는 36개에서 30개로, 주식 애널리스트는 약 600명에서 400명으로 줄었다.
애널리스트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김 연구원은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중개 수수료와 리서치 수수료를 별도로 지불하도록 분리하는 것이며 또 다른 대안은 인공지능(AI) 기술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는 "유럽연합(EU)은 이러한 수수료 분리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며 "리서치 수수료를 별도로 지불하게 된 기관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 보고서 이용을 줄이고 내부 리서치 기능을 강화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게 되고, 리서치 수수료를 정당화해야 하는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 발간의 한계 가치가 높은 종목을 선별해 심층적인 분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증권사 AI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분석 대상이 늘어나고 예측 빈도가 높아지며, 예측 정확도가 향상되는 것으로 보고된다"면서 "다만 AI가 전적으로 대체하는 경우에는 낙관적 편향이 완화되는 반면 AI를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낙관적 편향이 오히려 강화된다. AI 도입으로 고용 불안을 느낀 애널리스트가 수익 기여도를 높이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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