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 화순 너릿재터널에 갇힌 공포의 3시간

기사등록 2025/07/17 22:32:11

최종수정 2025/07/17 23:42:24

화순~광주 운전자들, 도로 침수에 5시간 정체

730m 좁고 어두운 터널 갇혀 오도가도 못해

[광주=뉴시스] 17일 오후 폭우로 광주와 전남 화순을 오가는 길목인 광주 동구 덕남동 도로 일대가 침수돼 차량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2025.07.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17일 오후 폭우로 광주와 전남 화순을 오가는 길목인 광주 동구 덕남동 도로 일대가 침수돼 차량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2025.07.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이현행 기자 =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러다 큰일 나는 것 아냐?"

쏟아붓다시피 거센 빗줄기를 뚫고 전남 화순에서 광주로 향하던 운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혹감은 곧 두려움으로 변했다. 매일 같이 오가던 퇴근길은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악몽으로 남았다.

광주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17일. 일찌감치 퇴근길에 오른 수백명의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둡고 좁은 터널에 갇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악몽은 이날 오후 2시께 시작됐다. 화순과 광주를 잇는 관문인 너릿재터널로부터 3㎞ 떨어진 광주 동구 다목적체육관 일대 도로가 물바다가 되면서다.

강한 빗줄기에 흘러내린 토사물이 도로 주변 배수로를 막았다. 점점 차오르는 물은 어느새 어른 허벅지를 높이를 거뜬히 넘어섰다.

도로가 통제되자 화순에서 광주로 향하던 차량들이 하나 둘 멈췄다. 유일한 우회도로는 녹동삼거리로 향하는 편도 1차선 도로뿐.

차량 정체는 극심했다. 도로에 멈춘 차량은 도저히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앞선 도로 상황을 모를 수밖에 없는 수백명의 운전자들은 그렇게 길이 760m 너릿재터널에 갇혔다.

어두컴컴한 터널 안은 모든 게 멈춘 그야말로 '올스톱' 상태였다. 잔뜩 겁에 질린 시민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며 여기저기 도움을 청했지만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그렇다고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비좁고 어두운 터널 안에 꼼짝없이 갇혀 그저 조금씩, 조금씩 앞만 보고 나아갔다. 이들이 760m짜리 터널을 벗어나는데 걸린 시간은 약 3시간.
[광주=뉴시스] 17일 오후 6시께 광주 동부경찰서 직원들이 동구다목적체육관 인근 도로에 막힌 배수로를 맨손으로 뚫고 있다. (사진 = 동부경찰서 제공) 2025.07.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17일 오후 6시께 광주 동부경찰서 직원들이 동구다목적체육관 인근 도로에 막힌 배수로를 맨손으로 뚫고 있다. (사진 = 동부경찰서 제공) 2025.07.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너릿재터널의 악몽'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점차 해소됐다. 광주 동부경찰서 경찰관 8명은 허리까지 차오른 흙탕물 속에서 배수로를 찾아내 맨손으로 흙을 파헤쳤다. 1시간30분간 쉬지 않고 3개의 배수로를 뚫으면서 도로 침수가 해소, 교통도 제 흐름을 찾았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많은 비가 내리면서 무전기가 먹통이 됐고 휴대전화는 꺼낼 수도 없었다. 유관기관에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모두 폭우 현장에 나가 인력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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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호우' 화순 너릿재터널에 갇힌 공포의 3시간

기사등록 2025/07/17 22:32:11 최초수정 2025/07/17 23: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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