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보다 치열했던 이스라엘-이란 심리전

기사등록 2025/07/16 10:44:30

최종수정 2025/07/16 11:52:27

인공지능 활용해 정교하고 미묘하게 만든 메시지 전달

이란은 자국민 단속, 이스라엘은 반란 부추기기 주력

[서울=뉴시스]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폭격으로 파괴된 모습의 조작된 사진. 실제 일어나지 않은 장면이다. 사진의 MOSAD는 실제 이름 MOSSAD를 잘못 표기한 것이다.(출처=소셜 미디어. 뉴욕타임스(NYT)에서 재인용) 2025.7.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폭격으로 파괴된 모습의 조작된 사진. 실제 일어나지 않은 장면이다. 사진의 MOSAD는 실제 이름 MOSSAD를 잘못 표기한 것이다.(출처=소셜 미디어. 뉴욕타임스(NYT)에서 재인용) 2025.7.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지난달 23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를 이스라엘군이 폭격하기 몇 시간 전, 소셜 미디어에 페르시아어로 된 공격 예고 글이 올라왔다.

이란인들에게 교도소 수감자들을 석방하라고 부추기는 내용이었다. 에빈 교도소는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 높은 곳이다.

폭격이 있은 직후 X와 텔레그램에 교도소 입구에서 일어난 폭발 장면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는 에빈 교도소를 해방시키라는 뜻의 페르시아어 해시태그가 붙어 있었다.

이스라엘은 실제로 에빈 교도소를 공격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글과 영상은 실제가 아니었고 이스라엘이 꾸며낸 속임수였다.

이란도 히브리어로 된 문자를 수천 명의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보냈다. 무장 세력이 방공호에 침투해 공격할 계획이니 방공호를 피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열전 못지않게 치열한 심리전이 벌어졌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두 나라는 전쟁 12일 동안 소셜 미디어에서 디지털 전쟁을 벌였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심리전은 강도가 과거 어떤 전쟁보다 높았다.

정보전 또는 심리전으로 불리는 이런 작전은 전쟁 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그러나 수백 만 명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전쟁 소식을 찾는 시대에 이스라엘 이란 사이에 벌어진 심리전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구체화된 표적을 겨냥해 진행됐다,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여성 목소리

예를 들어 이스라엘은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여성 목소리로 내레이션한 동영상 등 이란 정부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메시지들을 퍼트렸다. 모두 이란 공용어인 페르시아어로 된 것들이다.

이란은 미국을 겨냥한 심리전도 펼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B-2 전략폭격기로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하도록 명령하자 격추된 B-2 폭격기 가짜 사진이 온라인에 등장한 것이다.

러시아는 중국에 이어 영향력 작전에서 가장 공격적인 나라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와 그 동맹국을 상대로 격렬한 정보전을 벌였다. 그로 인해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가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과 이란도 러시아의 전례를 따라 자국 및 해외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했다. 특히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양국은 조작되거나 가공한 사진과 영상으로 인터넷을 도배해 상대의 사기를 꺾고 악마화하려고 시도했다.

많은 언론이 진짜로 오인해 인용 보도

일부는 진짜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했다. NYT등 여러 언론들이 인용 보도했던 에빈 교도소에 대한 폭격 영상이 대표적이다.

2차 대전 당시 심리전은 비행기에서 전단을 뿌리거나 라디오 방송을 하는 방식 위주였다. 하나의 메시지를 전파에 실어서 내보내거나 전단으로 뿌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심리전은 수백만 가지의 메시지를 수백만 명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나라의 심리전이 실제 어떤 효과를 냈는지를 추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심리전이 전쟁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대중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이란의 작전은 이스라엘 자체만이 아니라 국내와 지역의 청중을 목표로 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의 참상을 보여주는 영상이 대표적이다. 이란 당국과 국영 매체로 추적된 계정들에 이스라엘과 미국 항공기의 잔해를 담은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다.

이란은 최소 3대의 이스라엘 F-35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전투기가 추락한 증거는 없다. 한 사진에는 파괴된 비행기의 배기구에서 실제로는 없는 애프터버너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 이스라엘 조종사 사라 하르로놋을 포로로 붙잡았다고 이란 언론이 보도하며 내보낸 사진에는 2011년 찍힌 칠레 해군 중위 사진이 사용됐다.

"거짓으로 밝혀지긴 했으나 해당 영상들은 이미 수백만 번 이상 조회됐으며 지금도 온라인에 남아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사용하면서 가짜 프로필에 미묘한 뉘앙스를 담는 정교한 조작이 가능해졌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에 정치적 소요를 일으키는데 초점을 맞춰 심리전을 폈다.

이스라엘과 연계된 소셜 미디어 계정들이 과거 이란에서 벌어진 시위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정치적 불안을 자극한 것이 한 예다. 이란인들이 “우리는 이스라엘을 사랑한다”고 외치는 것으로 조작한 동영상도 있었다.

전쟁 끝나도 심리전은 계속

이스라엘이 지난달 24일 이란 폭격을 멈춘 뒤에도 심리전은 멈추지 않았다.

양국이 휴전에 합의한 다음 날 X에 새로 개설된 계정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대변인임을 주장하며 반란을 일으킨 이란인들에게 돈과 의료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계정에는 이스라엘 언론의 페르시아어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80대 이스라엘계 이란인 언론인 메나셰 아미르의 영상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

아미르는 자신도 모르는 사람들이 촬영 장비를 들고 찾아와 히브리어로 된 메시지를 페르시아어로 번역해 읽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모사드 요원들로 확신했다.

이란 보건부는 이 계정이 모사드가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해 이란 국민들에게 이 계정에서 제시된 지원 제안이 허위임을 강조했다.

이 계정은 이란이나 이스라엘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하는 논쟁이나 밈도 활용했다.

전쟁 도중 “테헤란의 우리 사람”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널리 퍼졌다. 이란의 쿠드스군 사령관 에스마일 가아니 준장이 모사드 요원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영상이 공개된 직후 모사드 계정에서 “가아니는 우리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이란에서 활동하는 모사드 요원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스라엘 TV 드라마의 주제곡을 썼다.

이스라엘 영화 제작자인 에비아타르 로젠버그는 뒤에 이스라엘 언론에 출연해 자신이 인공지능으로 그 영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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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보다 치열했던 이스라엘-이란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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