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삭제된 '슈퍼맨 키스신'…"폭력은 되고 사랑은 안 돼?"

기사등록 2025/07/16 05:00:00

[AP/뉴시스]영화 '슈퍼맨'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라더스픽처스)
[AP/뉴시스]영화 '슈퍼맨'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라더스픽처스)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인도 심의당국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개봉한 슈퍼히어로 영화 '슈퍼맨'에 나오는 키스씬 장면을 너무 관능적이라는 이유로 편집하도록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인도 중앙영화심의위원회(CBFC)는 영화 슈퍼맨에 나오는 33초 가량의 키스 장면을 '지나치게 관능적'이라고 판단하고 극장 개봉 전 삭제를 요구했다.

이 영화에서 슈퍼맨과 그의 애인인 로이스 레인의 키스씬은 두 번 나오는데, 인도 내 극장에서 이 장면들은 갑자기 포옹 이후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삭제 조치는 일부 관객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들은 CBFC가 인도 영화에서는 잔혹한 폭력이나 여성혐오 묘사는 허용하면서 할리우드 영화의 키스 장면은 삭제하는, 자의적이고 지나치게 도덕주의적인 기준의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CBFC는 아동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전체 관람가 영화에서 잔혹한 폭력 장면이나 성폭행 장면은 허용하면서, 보호자 동반이 필요한 등급의 만화 원작 영화에서는 연인 간 키스조차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슈퍼맨은 인도 스크린에서 로이스 레인과 키스도 못 한다. 그런데 인도 영화의 음흉한 남자 주인공들은 여주인공을 잡아끌고, 더듬고, 스토킹하고, 뺨을 때리고, 마음대로 행동해도 허용된다. 진심인가요, 인도 심의위원회?"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팬은 조잡한 편집으로 인한 영화 장면의 부자연스러움을 지적했다. 그는 "도덕성 차원의 검열은 차치하더라도, 영화 흐름을 망가뜨리는 식의 조악한 편집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인도 영화는 오랜 시간 동안 영화 속 키스 장면을 불편하게 여겨왔다. 1933년 영화 '카르마(Karma)'에 등장한 4분짜리 키스 장면을 제외하면, 1990년대까지 인도 영화 속 애정 표현은 주로 단순 포옹이나 꽃 같은 상징 이미지로 대체됐다.

최근 몇 년 사이 사회 분위기가 다소 바뀌기는 했지만, 인도는 여전히 대체로 보수적이고 종교적 색채가 강하며, 특히 도시 외 지역에서는 더 심하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CBFC는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다룬 영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의 감독 알리 아바시가 이 영화에 대한 CBFC의 편집 요구를 거부하자 극장 개봉이 차단됐다. 이란 출신인 아바시는 "나는 이란의 검열을 피해 도망쳤는데, 미국에선 기업 검열, 이제는 인도까지 왔다. 정말인가?"라며 "지금 검열은 전염병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에는 인도 내 경찰 폭력과 여성혐오를 다뤄 국제적으로 호평받은 영화 '산토시(Santosh)'에 대해서도 CBFC가 다수의 편집 요구를 한 끝에 사실상 상영을 금지시켰다. 이 영화의 감독 산드야 수리는 이런 편집 요구에 대해 "실망스럽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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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서 삭제된 '슈퍼맨 키스신'…"폭력은 되고 사랑은 안 돼?"

기사등록 2025/07/16 05: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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