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강원랜드 사장'?…국민 속이는 불법 도박사이트

기사등록 2025/07/14 11:17:11

AI가 만든 ‘가짜 사장’, 정부 승인 언급까지…종편 뉴스 포맷도 도용

강원랜드 “대응방안 다각도로 강구…처음 겪는 일이라 쉽지는 않아”

[정선=뉴시스]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강원랜드 사장' 영상은 인터뷰를 통해 강원랜드 온라인 카지노가 합법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사진=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선=뉴시스]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강원랜드 사장' 영상은 인터뷰를 통해 강원랜드 온라인 카지노가 합법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사진=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강원랜드를 사칭한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교한 ‘조작 영상’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랜드 사장의 인터뷰 영상, 종편 뉴스 보도, 그리고 서민 감동 인터뷰까지 총동원한 이른바 ‘3단 AI 사기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퍼지고 있다.

영상을 보면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아 강원랜드가 온라인 카지노를 합법적으로 시작했습니다”라는 멘트로 시작한다. 이는 AI로 합성된 가짜 음성과 얼굴로, 실제처럼 구성된 자막과 함께 강한 신뢰감을 유도한다.

하지만 이는 조작물이다. 얼굴, 음성, 발화 내용 모두 인공지능으로 합성된 ‘딥페이크 인터뷰’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최철규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온라인 카지노가 정부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는 인터뷰 홍보영상에 깜짝 놀랐다”며 “현재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는데 처음 겪는 일이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다른 홍보 영상 장면은 JTBC 로고를 그대로 도용한 가짜 뉴스 영상을 통해 “한국의 새로운 트렌드 – 정부 인증 온라인 카지노”라는 타이틀 아래 뉴스 앵커가 등장하고, 정부 부처 마크, 통계수치, 강원랜드 로고, 국내 지도가 차례로 화면을 메운다.

실제 방송 포맷을 모방한 이 장면은 정보 왜곡이 아니라 정보사기 수준이다. 국민들은 이를 ‘공식 뉴스’로 오인하기 쉽고, 그 안에서 “이제는 정부가 온라인 카지노를 허용했다”는 착각을 일으키도록 한다.

[정선=뉴시스]인공지능(AI)으로 만든 종합편성 뉴스를 통해 강원랜드 온라인 카지노가 합법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홍보영상.(사진=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선=뉴시스]인공지능(AI)으로 만든 종합편성 뉴스를 통해 강원랜드 온라인 카지노가 합법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홍보영상.(사진=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다른 홍보영상은 오토바이를 타는 택배 노동자가 “힘든 인생이었지만 온라인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려 빚을 갚고 가족과 새 삶을 살게 됐다”고 말한다. 서민의 희망 서사로 도박을 미화한 것이다.

이 영상은 특히 청년층·저소득층에게 감정적으로 접근한다. 당장의 삶이 막막한 이들에게 “이 길이 답일 수 있다”는 환상이 생기도록 제작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사이트 주소와 링크는 불법 도박 사이트 접속을 유도한다.

이 영상 전반은 실제 촬영물이 아닌 AI 기반 영상합성 기술(딥페이크·보이스클론 등)을 활용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존 인물을 디지털로 가공해 등장시키고, 가짜 뉴스로 포장하며, 감동 스토리까지 완성하는 이 방식은 일종의 디지털 사기극이다.

이 영상은 한 불법 도박 사이트의 마케팅 수단이다. 해당 사이트는 인도에 본사를 두고 퀴라소에서 라이선스를 받은 해외 온라인 도박 플랫폼으로, 한국에서는 명백한 불법이다.

NGO단체 ‘도박없는학교’ 조호연 교장은 “이 영상은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공기업과 국가 시스템을 허위로 연출해 국민을 속이는 기획 범죄”라며 “정부가 공식 대응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온라인 도박을 허용한 국가’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사행산업감독위원회에 대해 “외교 루트를 통해 인도·퀴라소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강원랜드는 온라인 카지노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법 사이트는 외국인 명의로 개설된 토스뱅크 계좌를 통해 입금과 환전을 유도하고 있다. 심지어 정지된 계좌조차 화상 인증 허점을 뚫고 재사용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정선=뉴시스]지난 12일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영상으로 퍼지고 있는 배달원의 잭팟 인터뷰는 인공지능(AI)으로 합성된 ‘딥페이크’다.(사진=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선=뉴시스]지난 12일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영상으로 퍼지고 있는 배달원의 잭팟 인터뷰는 인공지능(AI)으로 합성된 ‘딥페이크’다.(사진=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도박없는학교’는 해당 계좌들을 다수 신고해 정지시켰지만, 운영 측은 곧바로 다른 계좌로 갈아타며 지속 활동 중이다.

조호연 교장은 “이미 기술력은 사기를 넘어 사회 교란 수준”이라며 “금융당국도 실명인증·계좌추적 시스템을 개편해 AI 기반 사기 도박에 실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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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5/07/14 11:17:11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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