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초읽기…금융위·금감원·한은 '엇갈린 셈법'

기사등록 2025/07/14 10:57:07

최종수정 2025/07/14 11:42:23

이한주 국정위원장 "조직개편, 큰 틀에서 그대로"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다. 2020.04.23.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다. 2020.04.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정부조직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 권한을 둘러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간 셈법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14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부조직 개편 초안을 보고했고,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검토하며 대통령실의 의견을 반영해 마무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지난 13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국정위가 준비한 내용을 대통령실이 같이 검토했고 큰 틀에서 이견은 없었다"며 "원래 준비했던 큰 틀에서 그대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전인 지난 5월 28일 유세 일정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기재부의) 예산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의 경우 국내 금융정책은 금융위가, 해외금융은 기재부가 하는데 금융위는 감독 업무도 하고 정책 업무도 하고 뒤섞여 있어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의 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안이 예정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국정위는 금감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격상해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논의해왔다.

이 같은 조직개편안이 현실화하면 금융위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금융위는 최근 새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소상공인 빚 탕감 등 핵심 정책을 주도하며 정권과 보조를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조직의 향방이 불투명해지면서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내부적으로는 금융정책 기능이 기재부 산하로 편입되면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들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08년 이전의 금감위 체제로 돌아가는 것인데 금융의 디지털화와 빅테크 등으로 현재 금융산업을 둘러싼 상황이 당시와는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다.

금융정책기능이 세종으로 내려가게 되면 금융중심지인 서울에 위치한 업계와의 소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가 19개 부처의 인선을 모두 마쳤지만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금융위 직원들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소다.

금융당국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마지막 금융위원장인 김병환 위원장이 사의 표명 후에도 한 달 이상 어색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고, 차관급인 금융위 부위원장과 금감원장 자리도 공석인 상태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금융위원장 인선이 늦어진다 해도 차관급인 금감원장이나 금융위 부위원장 등은 빠르게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는데 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려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 권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강력해야 하는데 이걸 정부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은이 거시건전성정책을 논의하고 한은이 거시건전성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한은의 감사나 조사 등 권한이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최근 국정위 업무보고에서도 한은의 거시경제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안정 정책 체계 개편안을 전달했다. 금융위가 가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담보인정비율(LTV), 경기대응완충자본, 유동성커버리지비율 등의 결정에 한은이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기관 단독 검사권과 비은행 금융기관자료 제출 요구 및 감독권 등의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외환위기 전 한은 산하에 있던 '은행감독원' 기능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감원도 감독기능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존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금감원 고위 간부들은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찾아 금융 정책·감독 체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금감원 체계 내에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과 금감원 노조 역시 각 기관의 힘을 보태고 있다.

한은 노조는 지난달 정부의 금융정책 체계 개편에 대해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금융위원회가 동시에 수행해 금융안정 측면에서 견제와 균형 원리 작동에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금융감독정책을 정부로부터 독립시켜 한은이 거시건전성 및 금융기관 미시 건전성 정책을 담당하고,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 금융기관 영업행위, 회계 등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 노조도 지난 4일과 11일 2주 연속 성명을 내고 "금소처를 분리하면 감독 인적자산 분산, 행정비용 증가, 업무중복, 책임 회피 등 조직 쪼개기의 전형적 폐해가 우려된다"며 "금소처를 별도 기구로 분리하는 방안에 적극 반대한다"고 밝혔다. 금융위 기능 분리에 대해서는 "과거 부실 저축은행사태, 사모펀드 환매중단 및 홍콩 ELS 사태 등 대규모 소비자피해 사례들의 근본 원인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업무가 한 기관 내 혼재해 있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은 금융당국 조직개편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중규제와 감독 혼선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운 감독기구가 생기면 금융권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조직개편 초읽기…금융위·금감원·한은 '엇갈린 셈법'

기사등록 2025/07/14 10:57:07 최초수정 2025/07/14 11:42:23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