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후배들 앞에 선 27명 졸업생…그들이 꺼낸 첫마디는?

기사등록 2025/07/11 17:39:46

최종수정 2025/07/11 18:42:25

선배가 전한 입시 전략과 대학생활 이야기

과천중앙고, 선배 초청 '전공탐색 프로그램'

[과천=뉴시스] 박종대 기자 = 11일 경기 과천중앙고등학교에서 열린 '전공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졸업생 멘토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졸업생 27명이 전교생 540여 명에게 전공별 진로 정보와 입시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2025.07.11. pj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과천=뉴시스] 박종대 기자 = 11일 경기 과천중앙고등학교에서 열린 '전공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졸업생 멘토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졸업생 27명이 전교생 540여 명에게 전공별 진로 정보와 입시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2025.07.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과천=뉴시스] 박종대 기자 = "블로그보다 훨씬 생생해요. 진짜 대학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에요."

11일 오전 10시께, 경기 과천중앙고등학교에서는 교실 출입문마다 부착돼 있는 색다른 팻말이 눈길을 끌었다. '전기 및 전자공학과', '의학과', '지능정보융합학과', '연극학부' 등 4년제 종합대학에서나 볼 법한 학과명이 칠판 앞에 부착돼 있었고, 교실 안에는 대학생이 된 졸업생들이 PPT를 준비하며 강의를 진행 중이었다.

과천중앙고는 이날 전교생 540여 명을 대상으로 졸업생 27명을 초청해 '전공탐색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단순한 입시설명회를 넘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등 국내 주요 명문대학에 재학 중인 졸업생들이 대거 참여해 후배들에게 전공별 진로 정보와 입시 경험을 전했다.

특히 1학년은 막연한 진로 고민을, 2학년은 구체적인 과목 선택을, 3학년은 당장 필요한 면접 준비나 대학생활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재학생들은 의학, 공학, 예체능 등 폭넓은 전공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강의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선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해까지도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던 선배들이 대학생으로 앞에 서 있는 모습에 어딘가 모를 경외심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서울권 의대에 재학 중인 멘토는 자신의 입시 경험을 공유하며 긴장한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면접이 1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10분은 제시문 면접, 20분은 서류 면접"이라며 "이 상황에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 "결론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극학부 수업이 열린 교실 안은 다른 어느 곳보다 분위기가 밝았다. 해당 멘토는 "연예인 많이 보냐고 묻는 사람 많다"며 "학교 다니다 보면 은근히 자주 본다"고 웃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야 처음 사교육을 접했다는 한 멘토는, 사교육 시작 시기보다는 학교 수업에 집중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교육이 늦었다고 불안해하지 말고, 학교 수업을 우선으로 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천=뉴시스] 박종대 기자 = 11일 경기 과천중앙고등학교에서 열린 '전공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졸업생 멘토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졸업생 27명이 전교생 540여 명에게 전공별 진로 정보와 입시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2025.07.11. pj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과천=뉴시스] 박종대 기자 = 11일 경기 과천중앙고등학교에서 열린 '전공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졸업생 멘토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졸업생 27명이 전교생 540여 명에게 전공별 진로 정보와 입시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2025.07.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멘토들은 입시 전략을 넘어 생활 습관까지 조언했다. 이공계 최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멘토는 "수능은 아침 일찍 보니까 평소에도 아침형 인간이 돼야 한다"며 "저는 6시 기상에 7시 반 등교 루틴을 3년 내내 유지했다"고 경험을 전했다.

이러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에 학생들은 눈을 반짝였다. 개그맨이 되고 싶어 연극학부 교실을 선택한 1학년 박준서 학생은 "유명한 사람 얘기가 아닌 우리 학교를 졸업한 선배니까 훨씬 와 닿았다"며 "나도 할 수 있겠단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고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또 다른 1학년 이동현 학생 역시 "블로그 같은 데서 보는 건 글로만 봐서 체감이 안 되고 공감이 잘 안 됐는데, 이렇게 직접 말로 듣고 선배님이 경험담을 얘기해 주니까 더 실감이 나고 귀에 잘 들어온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입시를 앞둔 3학년 김현승 학생은 "선배들이 원래 다른 진로였다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들을 수 있어 진짜 대입 전략을 배운 느낌이었다"며 "밖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들으려면 시간도 들고 찾기 힘든데, 전교생이 수업 시간에 필수로 들으니까 훨씬 좋다"고 말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진로 탐색과 더불어 선후배 간 소통의 장이 되기도 했다. 점심시간에는 멘토들이 후배들과 함께 샌드위치를 나눠 먹으며 개별 상담을 이어갔고, 3학년 학생들은 "내년에 졸업하면 꼭 와서 우리 후배들한테 가르쳐주자"며 이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졸업생들도 이날 행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체육교육과 1학년에 진학한 황예지 학생은 "작년에 체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궁금했던 점을 선배를 통해 듣고 공부 루틴도 도움을 받았었는데, 제가 멘토로 준비하면서 입시를 먼저 끝낸 선배로써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뜻깊었다"며 "같은 진로를 고민하던 학생들을 보니 작년에 입시를 준비하며 불안했던 모습이 생각나서 최선을 다해서 알려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졸업생 신채빈(공과대 재학) 학생은 "지난해까지 다녔던 학교에 와서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분이 남다르다"며 "입시와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한 것을 후배들과 나눌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과천중앙고의 이번 프로그램은 규모나 체계성 면에서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진행해야 할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메디컬 계열부터 예체능까지 27개 전공을 고루 아우르며 각 계열별로 충분한 선택권을 제공했다.

인기가 높은 의학과는 별도로 2개 분반을 운영했고,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적은 일부 학과도 빠짐없이 포함시켜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했다.

학교는 이번 프로그램과 연계해 다음주 16일부터 17일까지 '교육과정 박람회'도 열 예정이다. 교내 강당에서 각 과목별 부스를 마련해 '역학과 에너지' 같은 진로선택과목부터 다양한 선택과목들의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할 예정이다.

윤영진 교장은 "올해 5년차인 이 행사는 어떤 입시설명회보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며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학생들이 막연하게 생각했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이 꿈꾸는 진로를 먼저 성취한 선배들을 보며 자신감과 의욕을 갖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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