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과 시세 격차 등 위험요인 '체크리스트' 의무화 시급[서민 울리는 민생범죄㉒]

기사등록 2025/07/13 06:00:00

최종수정 2025/07/13 06:28:24

정보는 임대인 편…불균형 구조에 놓인 세입자

중개사 믿고 계약했다가 낭패…허술한 고지 책임

"등기부등본? 처음 들어봤어요"…기초 교육 사각지대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들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피해구제를 위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전세사기·깡통전세 예방 대책 강화 및 제도개선, 전세사기 가해자 엄중 처벌, 전세사기 문제해결을 위한 협의체 마련 등 촉구 및 이재명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2025.07.10.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들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피해구제를 위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전세사기·깡통전세 예방 대책 강화 및 제도개선, 전세사기 가해자 엄중 처벌, 전세사기 문제해결을 위한 협의체 마련 등 촉구 및 이재명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2025.07.10. [email protected]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겹치며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민생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서민의 삶에 고통을 주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로 금융 소외계층의 자금난이 극심해지면서 불법 사금융 피해가 급증하고 서민의 주거안전을 위협하는 전세사기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보이스피싱은 최근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진화해 피해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뉴시스는 서민다중피해범죄 피해 실태와 대안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글 싣는 순서 ▲불법사금융 덫(1부) ▲전세사기 늪(2부) ▲보이스피싱 지옥(3부) ▲마약 디스토피아(4부) ▲민생범죄 전문가 진단(5부)〈편집자 주〉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민생범죄 전문가 진단(5부)

"전세사기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정보가 없는 임차인이 불리한 게임을 하는 구조죠."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는 전세사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지목한다. 임대인의 재정 상태나 매물의 시세,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현황 등 계약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정보를 임차인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계약 체결 전 보증금과 시세 간의 격차 등 위험 요인을 고지하는 체크리스트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사기 대부분 무자본 갭투자…"정보 비대칭으로 피해 커져"

전세사기의 대표적인 유형은 '무자본 갭투자' 방식이다.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음에도 다수의 주택을 매입해 동시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수법이다. 이때 임대인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은 물건을 세입자의 보증금을 끼고 매입한 뒤 시세차익을 노린다.

 문제는 집값이 예상처럼 오르지 않고 하락하는 때다. 이 경우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해 전세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임차인이 계약 전에 임대차 목적물의 시세와 자신이 내는 보증금 수준을 비교·분석하는 것이 전세사기 예방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전세사기는 신축 빌라나 다가구주택처럼 시세 판단이 어려운 비(非)아파트 주택에서 발생한다. 특히 개별 등기가 되지 않은 다가구주택의 경우 전체 건물 기준의 근저당이나 선순위 임차 현황을 임차인이 직접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임차인의 현실이 전세사기를 부추기고 있다며 임대차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정보의 비대칭 구조를 해소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차인은 중개사에 의존"…정보 제공 의무 키워야

특히 중개인의 정보 제공 의무를 명문화하고 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전세사기 예방의 핵심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개사의 윤리와 양심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계약 체결 전 보증금과 시세 간의 격차 등 위험 요인을 고지하는 체크리스트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임차인에게 제공돼야 할 필수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중개사들이 이러한 정보를 임차인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현실에선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차 목적물의 위치나 이점들을 보고 통용되는 선에서 시세 정보를 고지하도록 중개사의 정보 제공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전세사기 예방의 첫 걸음"이라며 "시세 파악이 불가능하거나 애매한 물건이라면 계약하지 않는 것이 전세금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대인이 선순위 보증금 등에 대한 정보를 임차인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때에도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이라고 지적한다. 대부분 을의 입장에 놓인 임차인이 계약 전 임대인의 허락을 받아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개사가 임대차 목적물의 시세, 선순위 보증금 현황 등 핵심 정보를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적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대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이를 임차인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개사는 물건 하자 여부를 확인하는 것처럼 전세사기 위험성도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대부분의 임차인이 중개사의 말을 믿고 계약을 하는 만큼 이를 중개업무의 일환으로 명확히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차인 인식도 개선 필요…"안전한 집 스스로 골라야"

전문가들은 중개인의 책임 강화와 함께, 임차인 본인의 인식 개선과 권리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회초년생 등은 등기부등본조차 떼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명백히 위험한 집을 ‘좋은 조건’이라는 말만 믿고 계약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엄 변호사는 "대부분의 사회초년생은 중개사에 의존하고 본인이 임대차 목적물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고등학교나 대학교 1~2학년 교육 과정에 '임대차 기초 교육'을 의무화해 스스로 정보를 구별해 낼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도 "임차인들이 전세 계약을 맺기 전 본인의 임대차 목적물에 대한 권리분석과 시세 분석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단순히 '살고 싶은 집'이 아니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한 집'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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