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꿀벌 집단 실종' 회복기에 기약없는 더위"…양봉농가, 폭염 속 울상

기사등록 2025/07/09 11:43:42

최종수정 2025/07/09 13:46:24

벌통 군세 회복기 접어들던 중 여왕벌 산란량 '뚝'

"긴 무밀기, 이른 무더위 속 양봉업 체계적 지원을"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에 폭염특보가 12일째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광주 북구 장등동에서 양봉업자 정시명(64)씨가 벌통을 검사하며 더위에 지친 꿀벌들을 관리하고 있다. 2025.07.09.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에 폭염특보가 12일째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광주 북구 장등동에서 양봉업자 정시명(64)씨가 벌통을 검사하며 더위에 지친 꿀벌들을 관리하고 있다. 2025.07.09.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사람도 수명이 깎이는 더위인데 꿀벌은 오죽할까요."

폭염특보가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광주 북구 장등동 한 양봉장.

지역에서 7년째 양봉업에 종사하고 있는 정시명(64)씨의 하루 일과 시작은 어느덧 온도계를 들고 벌통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굳어졌다.

태양이 중천에 이르기 한참 전인 오전 9시였지만 벌통 내부 온도는 사람의 체온을 벌써 넘어선 36.8도. 꿀벌들은 벌통 내부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입구에 모여들어 쉼없이 날개를 퍼덕이며 바깥 공기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방봉복을 입고 본격적인 벌통 검사에 나선 정씨는 통마다 수 장씩 설치된 소비장을 하나하나 들어올리며 꿀벌들의 행동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꿀벌들이 더위라도 먹은 듯 굼뜬 행동들을 보이자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나 더위에 집단으로 폐사했을까, 사료로 급여하는 설탕물과 떡밥은 잘 먹고 있을까. 날씨에서 비롯된 양봉장 걱정이 오늘도 이어지면서 정씨의 수심이 깊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에 폭염특보가 12일째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광주 북구 장등동에서 양봉업자 정시명(64)씨가 여왕벌이 만들어지고 있는 왕대를 들어올려 보여주고 있다. 여왕벌의 수는 양봉장 규모와 직결돼있지만 폭염 속에서는 부화 가능성이 뚝 떨어진다. 2025.07.09.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에 폭염특보가 12일째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광주 북구 장등동에서 양봉업자 정시명(64)씨가 여왕벌이 만들어지고 있는 왕대를 들어올려 보여주고 있다. 여왕벌의 수는 양봉장 규모와 직결돼있지만 폭염 속에서는 부화 가능성이 뚝 떨어진다. 2025.07.09. [email protected]

꿀 채집기였던 유밀기마다 보이던 알은 올해 꿀이 나지 않는 무밀기에 접어들면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무밀기와 때이른 폭염이 겹치면서 여왕벌의 산란량이 뚝 떨어진 탓이다.

여왕벌이 자라고 있는 왕대를 들어보이면서는 한숨을 내몰아 쉬기도 했다. 현재 여왕벌 14마리가 부화를 앞두고 있지만 폭염 속에서는 온전한 부화가 미지수다.

여왕벌의 온전한 부화와 양육은 곧 벌통의 군세·양봉장의 규모 확장과 벌꿀 생산량 증대로 이어지는 만큼 양봉업계가 긴 폭염을 괴로워하는 이유와 직결된다.

정씨는 기약없이 이어질거라 예고된 올여름 폭염에 지난 2021년부터 2년여 동안 이어진 꿀벌 집단 실종 사태를 떠올렸다. 한때 300여 통 규모까지 성장했던 정씨의 양봉장은 꿀벌 집단 실종 사태를 겪고난 뒤 200여 통 규모까지 줄었다.

최근에 들어서야 회복기를 맞으면서 다시 250여통 규모까지 늘어났지만 예고없이 다가온 장기간의 폭염에 어찌할 방도가 없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에 폭염특보가 12일째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9시 기준 벌통 내부를 측정한 온도계 값이 36.8도를 기록하고 있다. 2025.07.09.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에 폭염특보가 12일째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9시 기준 벌통 내부를 측정한 온도계 값이 36.8도를 기록하고 있다. 2025.07.09. [email protected]
양봉 또한 축산의 한 분야지만 낮은 인지도로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무밀기인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설탕 등 사료로 버텨야하는데, 때이른 폭염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적 지원이 여타 축산업 대비 적다는 것이다.

정씨는 "소나 돼지 등을 기르는 축사는 냉방과 관련해 시설을 개선할 경우 큰 돈이 들지만 노지 양봉은 그렇지 않다. 차양과 같은 가림막을 설치해주거나 벌통별로 단열재를 설치해주는 정도에도 충분하다고 여기는 양봉업자들이 많을 것이다. 농가가 원한다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양봉업계는 긴 무밀기 동안 설탕 등 사료로만 버틴다. 무밀기 동안 극심한 기후변화도 뒤따르고 있는 만큼 변동하는 사료값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지원책 연구·논의도 뒤따라 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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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꿀벌 집단 실종' 회복기에 기약없는 더위"…양봉농가, 폭염 속 울상

기사등록 2025/07/09 11:43:42 최초수정 2025/07/09 13: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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