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新품종 개발도 빅데이터로…비용·노동력 절반으로 확 준다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농촌진흥청이 복숭아 품종 개발에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한 디지털 육종 기술을 본격 도입한다고 9일 밝혔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식물의 유전적 특징을 빠르게 찾으면 원하는 복숭아를 어린 묘목 단계부터 선별할 수 있어 노동력과 비용,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농진청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자체 보존 중이던 복숭아 유전자원 445점의 유전체를 해독해 총 94만4670개의 유전정보를 확보했다.

이 유전 정보에 과일 특성 평가를 더해 대표성을 갖춘 복숭아 핵심집단 150점을 선발했다. 핵심집단은 고품질 유전체 빅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소재로 학술적, 실용적 가치가 크다.

이번 연구에서는 복숭아의 모양(원형, 납작형)과 껍질의 털 유무(복숭아, 천도)를 조기에 판별할 수 있는 2종의 분자표지도 함께 개발했다.

분자표지는 식물의 유전적 특징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표식이다. 가령 기존에는 1000그루를 심고 3~4년 뒤 열매를 확인한 후 납작형 개체를 선별해야 했다.

앞으로는 분자표지를 활용해 어린 묘목 단계에서 납작형 유전형을 선별하고 500그루만 재배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육종에 필요한 비용과 노동력 투입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농진청은 해당 분자표지에 대한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최근 농진청이 개발한 옐로드림은 신맛이 적고 당도가 높아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이런 품종 하나를 개발하려면 수천 그루의 어린 나무를 확보해 여러 해 동안 재배하고 성목이 되기까지 과일 하나하나를 평가해 선발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기까지는 15년 이상이 걸리는 개발 기간과 많은 자원이 투자된다"고 설명했다.

김명수 원장은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새로운 기술이 디지털 육종기술"이라며 "디지털 육종을 적용하면 열매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어린 나무 단계에서 과일의 특성을 미리 예측해 선발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농진청은 복숭아의 털 유무 관련 표지 또한 특허 출원을 앞두고 있다. 향후에는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맛, 이상기후에 대비해 열매 익는 시기와 관련한 분자표지도 개발할 예정이다.

농진청은 1976년 국내 1호 복숭아 '유명'을 시작으로 '천홍', '설홍', '옐로드림' 등 신품종을 개발해 보급해 왔다. 최근에는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달콤한 천도 복숭아 품종이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관련 품종의 재배면적과 생산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김명수 원장은 "디지털 육종 기술은 우리나라 복숭아 품종 개발 체계를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복숭아 핵심집단의 다양한 형질과 연관된 분자표지 활용이 확대되면 개성이 강한 품종이 늘어 시장 활성화는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의 선택 폭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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