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이주 현실화되나…이스라엘 "가자 주민, 남부에 수용"

기사등록 2025/07/08 12:37:29

최종수정 2025/07/08 13:42:24

국방 "라파에 인도주의 도시 설립 계획 지시"

주민 전체 수용 목표…"다른 국가로 이주도 장려"

"강제 추방 준비…전쟁 범죄이자 인류에 대한 범죄"

[칸유니스=AP/뉴시스] 지난 1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난민촌 텐트 안에서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두 살 된 딸에게 소량의 물을 적셔주며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7일 가지 주민을 남부 라파에 수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5.07.08.
[칸유니스=AP/뉴시스] 지난 1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난민촌 텐트 안에서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두 살 된 딸에게 소량의 물을 적셔주며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7일 가지 주민을 남부 라파에 수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5.07.08.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최남단 도시 라파에 강제 수용하는 계획에 착수했다.

주민 이주를 전제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개발 구상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전쟁 범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현지 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라파 폐허 위에 새로운 '인도주의 도시'를 설립하는 계획을 앞당겨 수립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가자 남부 해안 지역 알마와시에는 현재 피란민 60만명이 체류 중인데, 라파에 특정 구역을 설정한 뒤 이들을 수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하마스 조직원은 포함되지 않도록 선별할 것이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 지역을 떠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자시티=AP/뉴시스] 지난 2일(현지 시간) 가자시티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지중해에서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5.07.08.
[가자시티=AP/뉴시스] 지난 2일(현지 시간) 가자시티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지중해에서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5.07.08.

카츠 장관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0만명 넘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를 이 구역에 수용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관리는 국제기구들이 하게 되며, 구호물자 배급소 네 곳이 추가로 설치된다.

어떤 국제기구가 관리할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미국 주도로 설립된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 외 협력할 기관은 없을 것이라고 TOI는 전망했다.

가자지구를 떠나 다른 국가로 '자발적 이주' 하는 것도 장려한다고 카츠 장관은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기 직전 나왔다. 두 정상이 만난 건 트럼프 대통령 2기 임기 시작 후 세 번째로, 이번 만남은 비공개 만찬으로 진행됐다.

가자지구 휴전 합의, 이스라엘-이란 협상,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간 관계 정상화 등이 의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후 가자지구 계획도 논의되는 것으로 예상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만찬에 앞서 취재진에 가자 주민 이주를 전제로 한 재건 계획은 "훌륭한 시각"이라며 "(이주는) 자유로운 선택이다. 사람들이 머물고 싶다면 머물 수 있지만, 떠나고 싶다면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찬 하고 있다. 2025.07.08.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찬 하고 있다. 2025.07.08.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네타냐후 총리와 첫 회담에서 가자 주민을 인접 국가로 이전한 뒤 '중동의 리비에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전 세계를 경악게 했다.

최근엔 미국 글로벌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이스라엘 기업인들 주도로 가자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한 정황도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9000달러(1230만원)씩 보조금을 지급해 이주하도록 하는 시나리오도 담겨 논란이 됐다.

[가자시티=AP/뉴시스] 28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 피란민 천막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천막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2025.07.08.
[가자시티=AP/뉴시스] 28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 피란민 천막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천막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2025.07.08.

주민 강제 이주는 전쟁 범죄이자 반인륜적 행위라고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이스라엘 인권 변호사 마이클 스파르드는 가디언에 "(카츠 장관이 제시한 건) 인류에 대한 범죄 계획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남쪽 끝으로 인구를 이주해 가자지구 밖으로 추방하기 위한 준비"라고 규탄했다.

이어 "정부는 추방을 '자발적'이라고 부르지만, 가자 주민들이 강제 조치에 처해 있는 만큼 법적 의미에서 동의로 볼 수 없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쟁 중 누군가를 고향에서 쫓아내는 건 전쟁 범죄"라며 "계획대로 대규모로 이뤄진다면 인류에 대한 범죄가 된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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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이주 현실화되나…이스라엘 "가자 주민, 남부에 수용"

기사등록 2025/07/08 12:37:29 최초수정 2025/07/08 13: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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