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울려 퍼진 제주4·3 진혼곡…아픔·화해·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4·3의 아픔과 화해,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공연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펼쳐졌다.

제주도는 24일 오후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리 성당에서 '제주4·3평화레퀴엠 공연'을 개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공연은 제주4·3기록물이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해에 마련된 것으로 의미를 더했다. 이날 선보인 공연은 제주 출신 작곡가 문효진이 작곡한 현대 진혼곡이다. 가톨릭 레퀴엠 미사의 2000년 전통 위에 제주 여성들의 애환이 담긴 자장가와 제주바다, 집단적 상실의 기억을 결합했다.

로마오페라극장 소속 오케스트라 단원 40명과 어린이 합창단원 6명,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합창단원 32명 등으로 구성된 '복스 인 아르떼 앙상블'과 제주어린이 13명으로 구성된 중창단 '제주 유스코러스'가 협연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제주 유스코러스가 부른 제주어 자장가 '웡이자랑'과 제주 민요인 '이어도사나', '설운아기' 등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관객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림을 전했다.

이번 공연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준구 주이탈리아 한국대사, 한동수 4·3평화레퀴엠 추진위원장,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장 주교, 김창범 제주4·3유족회장을 비롯해 로마시청과 바티칸 관계자들, 로마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오 지사는 이날 공연장에서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유서깊은 성당에서 진행된 공연은 제주4·3이 세계 평화를 위한 역할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고, 전 세계 시민들에게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알린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레퀴엠의 울림이 멈추지 않는 평화의 메아리가 돼 전 세계를 향해 화해와 연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장 주교는 "순교자들을 기리는 성당에서 제주4·3평화레퀴엠 공연을 개최하게 돼 감회가 깊다"며 "이번 공연이 제주4·3의 세계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주교는 공연에 앞서 '한국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제주4·3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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