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갇힌 강원랜드…“이대로 퇴장하겠습니까?”

기사등록 2025/06/23 10:58:07

최종수정 2025/06/23 11:54:24

젊은 세대, 팬데믹과 함께 이탈…온라인 불법도박에 빼앗긴 관심

강원랜드 카지노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고객들 모습. 이는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하고 20시간 영업재한 때문이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강원랜드 카지노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고객들 모습. 이는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하고 20시간 영업재한 때문이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가 개장 25주년을 맞았지만, 고객층의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2025년 대한민국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20.1%를 넘으며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강원랜드 역시 카지노의 중심 고객층도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강원랜드와 고객들에 따르면 하루평균 6500명이 넘는 카지노 고객 가운데 테이블과 슬롯머신 게임장을 지키는 주력층이 대부분 5060대가 차지하고 있다.
 
한때 주 고객이었던 3040세대는 세월과 함께 50대 이상으로 고령화 추세이고, MZ세대는 스키장 성수기에만 잠시 들렀다 사라지는 ‘반짝 손님’으로 전락했다.

물론 룰렛이나 다이사이 등 일부 테이블에서 2030세대도 눈에 띄지만 그 숫자는 전체 비율이 1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젊은 세대를 강원랜드에서 완전히 밀어냈다는 분석이다.

2020년부터 3년간 이어진 셧다운, 입장 제한, 불편한 ARS 예약 시스템은 MZ세대에게 강원랜드를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공간”으로 각인시켰고 이탈한 젊은 세대는 더 빠르고 간편한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향했다.

현재 온라인 불법 사이트는 결제 수단과 보너스 혜택, 모바일 UX/UI 등을 앞세워 MZ세대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반면 강원랜드는 과도한 규제와 운영 방식으로 오프라인 카지노의 매력을 잃고 있다.

강원랜드가 젊은 층을 유치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새롭게 홍보를 시작한 강원랜드 사칭 불법 온라인카지노 홍보영상.(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23일 새롭게 홍보를 시작한 강원랜드 사칭 불법 온라인카지노 홍보영상.(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그것은 ▲수도권 기준 왕복 6시간 이상 소요되는 접근성 ▲불편한 ARS 예약제도 ▲출입일수 제한, 낮은 베팅 한도 및 제한된 영업시간과 좌석 확보를 위한 경쟁 등이 카지노 방문을 ‘즐거운 경험’이 아닌 ‘피곤한 도전’으로 만든다.

심지어 젊은 이용객들은 일부 고령 고객들의 비매너 행동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한 MZ세대 방문자는 “게임을 하러 갔는데 눈치를 봐야 했다”며 재방문 의사를 접었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외국인 전용 제주 카지노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이고 있다. 카지노업관광협회 등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제주카지노 입장객 중 20~30대 비중은 50.5%를 넘었다. 2년 새 189.7% 증가한 수치다.

이는 단순한 게임 때문이 아니다. 미디어아트, 공연, 맛집, 문화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 리조트형 카지노로 진화하며 ‘2030의 놀이터’로 자리 잡은 결과다. 젊은 감성을 겨냥한 기획과 공간 설계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기원 한국게이밍관광전문인협회 고문은 “강원랜드의 위기는 카지노 정책 전반의 실패로 인식해야 한다”며 “도박중독 방지를 위한 불필요한 과잉 규제가 오히려 산업 자체의 쇠퇴를 불러오고 젊은 층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비카지노 부분의 젊은층 유입을 위해 K-HIT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제 2카지노 영업장의 경우 복합 문화공간  등 모든 환경을 MZ세대 논높이에 맞춰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카지노는 고객편의적인 시설과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필리핀 마닐라의 카지노는 고객편의적인 시설과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가 청정 카지노 운영을 내세우며 강화한 각종 제한은 오프라인 카지노만을 옥죄었고, 불법 온라인 도박에는 실질적인 대응책이 부재한 가운데 이대로 방치한다면 “합법 카지노의 소멸”과 “불법 도박의 확대”라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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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에 갇힌 강원랜드…“이대로 퇴장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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