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관광 5시간 13만원"…제주 강정항서 불법 호객·바가지 기승

기사등록 2025/06/18 14:27:53

최종수정 2025/06/18 20:02:24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 택시 호객 성행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18일 오전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 출국장 입구에서 택시기사들이 영어로 표기된 가격표를 손에 들고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2025.06.18.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18일 오전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 출국장 입구에서 택시기사들이 영어로 표기된 가격표를 손에 들고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2025.06.18.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서귀포 관광 5시간에 13만원. 원래는 US달러 170불 이상인데 저렴하게 깎아주는거에요"

18일 오전 10시께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의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 입구 앞. 관광버스 대신 택시 여행을 택한 젊은 여성들에게 다가간 중년 남성은 "택시, 택시 투어"를 연신 외쳤다.

이 남성은 비싸다고 손사레를 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휴대전화 번역기로 "13만원이면 저렴한 것"이라며 호객 행위에 열을 올렸다. 그의 손에는 4시간에 150달러, 5시간에 170달러, 6시간에 200달러라고 쓴 황당한 호객용 피켓이 들려 있었다.

호객 행위를 하던 다른 남성은 "6시간에 8만원은 안되는 거지?"라고 물어보는 택시기사에게 "그건 안된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암묵적으로 정해진 요금 이하로는 영업하지 말라는 자체 요금 단속(?)이었다.

택시기사들마다 비슷한 요금를 부르자 한 관광객 무리는 결국 가장 적극적으로 호객 행위에 나선 남성을 따라가 제주 여행을 시작했다. 서귀포 시내권 관광지 4군데를 돌아보고 13만원을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올해 5월부터 크루즈 여행을 시작하는 거점 항구인 이른바 '준모항'으로 새출발한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항에서 불법 택시 호객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크루즈에서 내려 관광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여행을 시작하려는 이들을 타깃삼아 일부 택기기사들이 영업에 나선 탓이다.

불법 호객도 문제지만, 일부 기사들이 임의로 정한 바가지 요금을 매겨 관광을 강요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법)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법)에 따라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이를 반복해서 위반하는 경우에는 과태료와 과징금을 물고, 호객행위의 경우 반복해 위반하면 과태료에 자격정지까지 받게 돼 있지만 최근 강정크루즈항에서 단속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행의 첫 관문부터 불법 호객과 바가지 요금이 성행하면서 '고비용 이미지' 탈피에 나선 제주도의 노력도 무색한 실정이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18일 오전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 출국장 입구에서 크루즈에서 하선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솔자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2025.06.18.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18일 오전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 출국장 입구에서 크루즈에서 하선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솔자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2025.06.18. [email protected] 
제주도 교통부서 담당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크루즈가 언제 들어오는지 알 수 없어서…(단속을 하지 못했다)"면서 "(호객 등 불법행위를)인식하고는 있었지만 사실상 적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화 말미에 "택시를 전용하시는 경우에 따지고 보면 기사분이 운행하시는 5시간 같은 경우 15만원은 그렇게 비싼 건 아니"라며 "등록된 대형택시나 고급택시는 본인들이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답변도 내놨다.

다른 담당 부서인 제주도 해양수산국의 기류는 달랐다. 관계자는 "택시기사가 미터 요금 외의 부당 이득을 요구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단속 권한이 있는 관계부서와 협의해 즉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제주 크루즈 관광시장은 큰활기를 띠고 있다. 전년 대비 크루즈 기항 횟수와 관광객 수가 늘어나면서 침체한 제주 상권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 지난 5월 크루즈 관광이 시작된 지 20년 만에 '관광객 하루 1만명' 시대도 열렸다.

제주 크루즈 관광은 2016년 정점을 찍었다. 관광객 120만9160명, 기항 횟수는 507회에 달했다. 이후 2017년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발 크루즈선이 완전히 끊긴 데 이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긴 침체기를 겪었다.

지난해 제주 크루즈 관광객은 64만명으로 전년도(약 10만명)에 비해 496%나 크게 늘었다. 제주관광공사는 올해는 329척(전녇도 279척)이 입항해 관광객 수도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훼손된 관광 이미지를 복구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재원이 소모된다"면서 "최일선에서 관광객을 상대하는 업계 종사자들이 제주 관광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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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관광 5시간 13만원"…제주 강정항서 불법 호객·바가지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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