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시민 “관광객에 넘어간 도시 찾으려는 싸움”
지난해 스페인 관광객 9400만 명·GDP 12%
바르셀로나 시청 지난해 1만개 에어비앤비 폐쇄 명령도
![[바르셀로나=AP/뉴시스] 1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과잉 관광 반대 시민이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2025.06.16.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6/16/NISI20250616_0001868221_web.jpg?rnd=20250616140228)
[바르셀로나=AP/뉴시스] 1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과잉 관광 반대 시민이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2025.06.1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관광대국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마요르카섬 등에서 15일(현지 시각)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아대는 시위와 행진이 벌어졌다.
밀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주택가격이 올려가는 경제 모델을 재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마요르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집회가 열렸고 스페인의 다른 도시와 이탈리아 베네치아,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도 수백 명이 모였다.
시민 안드레우 마르티네스(42)는 바르셀로나의 한 야외 카페에 앉아 있던 커플에게 물을 뿌린 후 “물총은 관광객들을 좀 귀찮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들에게 넘어간 바르셀로나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인구 170만 명의인 바르셀로나에는 지난해 155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관광객이 늘면서 아파트가 단기 관광객에게 임대돼 임대료가 30% 이상 올랐다. 기념품 가게, 버거 전문점, 버블티 가게 등 관광객 대상 상점이 기존 상점들을 대체했다.
마르티네스는 “시민의 삶이 끝나가고 체계적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마요르카의 중심 도시 팔마에는 약 5000명이 모여 물총을 들고 “어디를 보든 관광객뿐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곳 역시 단기 임대로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시위는 남부 그라나다와 북부 도시 산 세바스찬, 이비자섬에서도 진행됐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는 수십 명의 시위대가 최근 완공된 두 건물 앞에서 새로운 호텔 건설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현수막을 펼쳤다.
바르셀로나 시위대는 호루라기를 불며 “관광객이 한 명 늘면 주민 한 명 줄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카탈루냐어로 ‘시민 자기방어’, 영어로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스티커와 물총 그림이 호텔과 호스텔 문에 붙어 있었다.
물총을 맞은 한 미국인 여성은 더운 날씨에 오히려 상쾌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시위에 불평할 생각은 없다”며 “어쩌면 관광이 (도시의) 어떤 지역을 파괴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전 세계 도시들은 오버투어리즘과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 숙박 플랫폼의 붐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마도 불만이 가장 극심하게 솟아오른 곳은 스페인으로 지난해 여름 바르셀로나에서 시위대가 처음으로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았다.
스페인에서는 주택 건설 찬성과 관광 반대 투쟁이 교차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스페인 인구는 4800만 명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다인 9400만 명에 달했다.
4월에도 바르셀로나에는 “에어비앤비를 우리 동네에서 몰아내자”라는 플래카드 시위가 벌어졌다.
스페인 당국은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는 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반발에 대응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정부는 에어비앤비 플랫폼에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약 6만 6000개의 휴가용 숙박 시설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바르셀로나 시청은 지난해 2028년까지 도시 내 1만개 단기 임대 허가를 모두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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