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 파괴', '非외교관'…파격적 차관 인사에 외교부 술렁

기사등록 2025/06/10 23:06:48

최종수정 2025/06/10 23:22:24

본부 주요 보직 거치지 않고 전임자와도 기수 차이 상당

[서울=뉴시스]외교부 (사진=뉴시스 DB) 2024.04.13.
[서울=뉴시스]외교부 (사진=뉴시스 DB) 2024.04.13.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10일 이재명 정부가 첫 외교부 차관 인선에서 파격에 가까운 인사를 단행하면서 외교부 내부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외교부 1, 2차관 모두 주요 지역 공관장 경력이나 본부 실국장급 보직에서 요직을 맡은 경험이 전무하거나 민간 출신이라 대다수의 예상과 빗나간 인사라 당혹스럽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박윤주(55) 주아세안대표부 공사를 양자외교를 관할하는 1차관에, 다자·경제외교, 국제기구 등을 관할하는 외교부 2차관엔 김진아(46) 한국외대 교수를 각각 발탁했다. 1, 2차관은 각각 호남(전남 보성), 영남(부산) 출신으로 '지역 균형'은 맞춘 셈이 됐다. 

박 차관은 외무고시 29회로 1995년 당시 외무부에 입부한 뒤 주미대사관 1등서기관, 북미2과장, 북미국 심의관, 인사기획관, 주애틀랜타 총영사, 주아세안대표부 공사 등을 역임했다.

박 차관의 인선을 놓고 외교부 안팎에서는 사실상 '기수 파괴'로 볼만한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차관은 외시 29회로 전임자인 김홍균 전 1차관(외시 18회)과는 상당한 기수 차이가 난다. 외교부 내 실장급 이상 고위 외교관들도 대체로 박 차관 보다 입부 시기가 2~3년 빠른 선배라는 점에서 후배 차관을 모셔야 할 상황이 연출됐다. 박 차관은 외교부 국장들보다는 2년 정도 입부를 먼저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박 차관 인선 배경에 대해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 등 오랜 워싱턴 경력을 바탕으로 북미 지역 현안 해결에 탁월한 전문성을 보였다"며 "박 차관은 미국 트럼프 2기 최우선 과제인 관세 협상 등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지켜낼 적임자로 손꼽힌다"고 밝혔다.

비(非)외무고시·외교관 출신인 김 차관을 기용한 것도 외교부 내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김 차관은 부산대 영어영문학·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학 석사, 터프츠대 플레쳐스쿨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받았다. 유엔사무총장 직속 군축자문위원을 맡은 바 있으며, 외교부 평가위원,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대통령실은 김 차관에 대해 "다양하고 입체적인 경험이 돋보이는 분"이라며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 유엔사무총장 직속 군축자문위원을 지낸 유망한 학자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주에 열리는 G7 회의를 포함해 다자외교에서 국익을 지켜낼 인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계엄·탄핵 사태 여파로 공관장을 비롯한 외교부 고위 공무원 인사가 일부 지연돼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실장급까지만 정권 교체에 따른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기수파괴에 따른 파격 인사로 실장급은 물론 국장급까지 '쇄신성 인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외교부는 법조계에 비해 기수 서열에 따른 수직적인 상명하복 구조나 기수 문화가 덜 한 편이지만, 박 차관 보다 선배인 실장급 이상의 경우 재외 공관장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대거 사표를 낼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한 당국자는 "이번 차관 인사를 두고 주변에서는 기수 파괴라는 얘기도 들린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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