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살인' 재심, 위법 의혹 검사 또 불출석…범행 동기 쟁점

기사등록 2025/06/10 17:30:14

최종수정 2025/06/10 19:10:23

'강압수사 의혹' 당시 검사 두 번째 불출석, 증인 철회 기로

당시 범행 동기로 지목된 '부녀 부적절 관계' 신빙성 공방전

[순천=뉴시스]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가 지난 2019년 발생한 순천막걸리 살인사건의 현장 검증을 진행하는 과정.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순천=뉴시스]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가 지난 2019년 발생한 순천막걸리 살인사건의 현장 검증을 진행하는 과정.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009년 전남 한 마을에서 발생한 부녀(父女)의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재심 재판과 관련, 당시 수사 검사가 거듭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부녀 측 법률대리인은 재판 지연 우려가 있다며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당시 검찰이 부녀의 범행 동기로 지목했던 '부적절한 관계'를 둘러싼 법정 공방도 이어졌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고법판사 이의영·조수민·정재우)는 10일 201호 법정에서 살인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돼 각기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의 형이 확정됐던 백모(75)씨와 백씨의 딸(41)에 대한 재심 속행 재판을 열었다.

백씨는 2009년 7월6일 순천에서 청산가리(청산염)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 최모(당시 59세)씨와 최씨의 지인에게 마시게 해 2명을 숨지게 하고 함께 마신 주민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딸과 함께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는 당시 담당 수사 검사가 앞선 공판에 이어 또 다시 나오지 않았다. 부녀의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가 주장하는 당시 위법 수사 여부를 가려낼 증인으로 꼽힌다. 그는 이번에도 증인 출석 요구서 자체를 송달받지 않았다.

이에 백씨 측 대리인 박 변호사는 재판 장기화를 원치 않는다며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검찰 역시 다음 기일까지 증인 신청 철회 여부를 밝히기로 했다.

이어 진행된 증인 신문에서는 당시 검찰이 백씨 부녀의 살인 공모의 동기로 봤던 '부적절한 부녀 관계'가 쟁점이 됐다.

앞서 당시 검사는 부적절한 관계를 맺던 백씨 부녀가 갈등을 빚던 아내이자 친모인 최씨 등을 살해했다고 봤다.

백씨 측 박 변호사는 당시 검사에게 '백씨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취지의 풍문을 전해준 경찰관 A씨(현재 퇴직)와 부녀 사이의 관계에 대해 조사한 검찰 소속 여성 수사관 B씨에게 집중 질문했다.

당시 검사는 수사 의견서를 통해 'A씨를 통해 백씨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듣고선 범행 동기에 대한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는 취지로 적기도 했다.

박 변호사가 백씨 부녀 관련 소문을 제보했는지 묻자, A씨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검사와 사적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당시 경찰관 신분에서 범죄 관련 정보를 접하면 수사 첩보를 올리지, 개인적으로 발설하지 않는다. 당시 사건에 대해 수사하지도 않았고 잘 알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여성 수사관 B씨에게 당시 진술 녹화 영상 등을 제시하며 딸 백씨에게 부녀 사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유도·압박 질문은 없었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수사관 B씨는 "검사가 이야기해 준 사실관계가 맞는지 거듭 파악하려는 차원이었다" "성적 내용이 있는 만큼, 절차와 검사 지시대로 여성 수사관으로서 영상 녹화 조사만 지원했을 뿐이다" "수사 정보 접근 권한이 없었다"고 답했다.

조사 태도·방식에 대한 지적성 질문이 잇따르자, B씨는 "지금 보니 부끄럽긴 하지만 당시에는 동생에게 하듯, 위로하고 공감하려 했고, 사실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하려 했다. 의도를 갖고 회유·강압 수사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검찰 측은 A씨에게 각기 순천지청 수사관에 부녀 관계 관련 제보를 한 것은 아닌지 등을 물었다. B씨에게는 여성 피의자에 대한 민감한 내용을 파악하는 조사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무게를 실어 질문했다. 

이 밖에도 이번 재심 재판에서는 백씨 부녀의 소극적이고 어눌한 수사 기관 진술 태도에 비해 구체적으로 기재된 조서, 막걸리 구입처로 지목된 식당과 범행에 쓰인 막걸리 용량이 다른 점, 청산가리 입수 시기·경위와 당시 감정 결과가 정확치 않았던 점 등이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백씨 부녀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7월1일 오후 열리며 증인 신문이 이어진다. 다음 재판에는 숨진 어머니 최씨의 여동생(딸 백씨의 이모) 등 가족 2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한편 사건 직후 열린 1심은 백씨 부녀가 아내이자 친모인 최씨를 살해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원심을 깨고 중형을 선고했다. 2심은 백씨 부녀와 최씨의 갈등을 살인 동기로 볼 수 있고 청산가리 보관 등 범행 내용·역할 분담에 대한 진술이 일치한다고 판단해 백씨 부녀에게 각기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2012년 3월 대법원은 2심 선고대로 이들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으나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재심 절차 개시가 최종 확정되면서 이번 재심 재판이 열렸다.
 
백씨 부녀는 유죄 확정 10여년 만인 2022년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청구, 재심 개시 결정에 따라 사건 발생 15년여 만에 광주고법에서 다시 재판이 시작됐다. 백씨 부녀는 형 집행정지 출소, 현재 재심 재판을 받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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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살인' 재심, 위법 의혹 검사 또 불출석…범행 동기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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