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대 20GB 알뜰폰 요금제, 지난 3월 기준 1만936만명 그쳐
5G 1만명대 늘어날 때, LTE 8~10배 많아…여전히 LTE가 성장 견인
이통사 단말기 지원금 프로모션 등에 밀려…QoS 없는 것도 한계점
일부 알뜰폰 사업자도 부정적…새정부 QoS 지원 요금제 도입 예고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생각보다 가입자가 많이 늘어나진 않아요."
이동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목표로 지난 2월 출시된 1만원대 5G 데이터 20GB(기가바이트) 요금제가 기대와 달리 가입자 유치 효과는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뜰폰 5G 가입자가 요금제 출시 이후 월 1만명 수준에 그친다. 알뜰폰 가입자 성장세는 여전히 LTE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누적 알뜰폰 5G 가입자는 39만4832명이다. 이는 전월보다 1만963명늘어난 수치다.
1만원대 5G 요금제가 처음 나왔던 2월에도 알뜰폰 5G 회선은 1만683명 늘어났다. 1만원 20GB 데이터 요금제 출시 전후로 의미있는 변화가 없었다는 얘기다.
반면 알뜰폰 LTE 가입자는 2월과 3월에 각각 8만3202명, 10만7857명이 늘었다. LTE 회선 증가폭이 5G의 약 8~10배에 달한다. 여전히 대부분의 알뜰폰 이용자들은 LTE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5G 데이터를 1만원대에 제공해 이목을 끌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여전히 LTE 요금제 혜택이 더 커 가성비 우위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알뜰폰 요금제 비교사이트 알뜰폰 허브에 소개된 요금제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1만원대 20GB 요금제 중 상당수가 이용 8개월째부터는 2만원대에서 많게는 4만원대로 올라간다. 일부는 실제 1만원대 가격으로 계속 제공하지만 음성, 데이터가 한정된 용량으로 제공된다.
데이터 기본 제공량 소진 후 추가 요금 없이 제한된 속도로 계속 이용하는 'QoS' 서비스가 많지 않은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QoS가 있는 요금제는 대부분 데이터 제공량이 20GB보다 적거나 많은 구성을 갖추고 있다.
1만원대 20GB 요금제는 기본 제공량을 모두 소진하면 이후부터는 1MB(메가바이트)당 22.53원의 요금이 추가로 부과된다.
이뿐 아니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최근 단말기 지원금을 대폭 제공하면서 알뜰폰이 경쟁에서 밀린다는 시각도 있다.
이통3사는 갤럭시S25 시리즈와 아이폰16 시리즈 등에 이례적으로 최신 스마트폰에 최대 70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책정하면서 가입자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다음달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폐지되면 알뜰폰 경쟁력이 더욱 상실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에 실효성이 없다며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하는 일부 알뜰폰 사업자도 있다. 아직까지 같은 가격대면 LTE가 더 저렴하고 QoS 상품이 다양하게 나와 있어서다.
일례로 1만원대에 데이터를 15GB 제공하지만 QoS를 1Mbps를 제공하거나 가격대가 2만원으로 올라가더라 QoS를 3Mbps로 제공하는 등 데이터를 다 써도 계속 이용할 수 있는 구성을 선호할 수도 있다. 1Mbps면 일반적 인터넷 서핑이나 유튜브를 저화질(480p)를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일각에선 이번 요금제가 상대적으로 도매대가가 높은 종량제(RM) 방식이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량제는 알뜰폰 업체가 데이터 사용량만큼 이통사에 도매대가를 내고 요금제를 자체 설계하는 방식이다.
QoS는 대부분이 수익배분(RS) 방식 요금제에서 제공되고 있다. 수익배분은 알뜰폰 업체가 이통3사 상품을 재판매하고 수익의 일정 비율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5G 데이터 20GB를 1만원대에 제공하는 요금제는 가격만 놓고 보면 이통3사 대비 저렴하지만,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며 "특히 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별도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요금 프로모션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가입자 이동이 많이 늘었지만, 그렇다고 1만원대 20GB 알뜰폰 요금제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LTE 도매대가가 더 저렴하다보니 출시하는 요금제도 LTE가 더 다양하고 같은 조건이면 더 싸게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새 정부가 QoS를 지원하는 국민 데이터 안심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실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이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고, 또 무료로 제공할 경우 이통3사의 반발이 클 수도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세종은 대통령 공약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기본 제공 데이터를 모두 소진하더라도 별도의 요금부담 없이 데이터 단절을 방지할 수 있으나, 속도제한 및 요금 수준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면밀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1만원대 20GB 데이터 5G 요금제는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에서 가장 처음으로 나왔고 KT 망 알뜰폰도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아직 도매대가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올 하반기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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