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 테르메 유치 먹구름…시공사·자금 '불확실'

기사등록 2025/06/09 05:30:00

최종수정 2025/06/09 10:57:38

인천경제청, 개발부지 2700억 선매입…정작 임대차 계약은 지연

공시지가 1% 임대 요구…사업 무산 시 행정 리스크 우려

인천시, 치적 내세운 유치 사업…정치적 부담에 '발 빼기 어려운 구조'

[인천=뉴시스] 유럽형 스파 리조트 '테르메' 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인천경제청 제공) 2024.06.17. photo@newsis.com
[인천=뉴시스] 유럽형 스파 리조트 '테르메' 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인천경제청 제공) 2024.06.17. [email protected]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조성될 예정인 유럽형 스파 리조트 '테르메' 개발사업이 임대차 계약 지연으로 불확실성이 짙어지며 사업 추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미 사업 부지를 2700억원을 들여 선매입했지만 정작 테르메 그룹 측은 아직까지 시공사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85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비를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전망이 커지고 있다.

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테르메 사업은 2022년 11월 인천시와 오스트리아 본사의 테르메 그룹이 상호협력 의향서를 체결하면서 본격화됐다.

인천시는 루마니아 등지에서 대규모 실내 리조트를 운영해온 테르메 그룹을 송도에 유치해 새로운 관광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세웠고, 유정복 인천시장과 김진용 전 인천경제청장은 '골든하버 관광·레저 집객시설 유치·조성'이라는 명목 하에 핵심 치적으로 내세우며 조기 유치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시작부터 사업 기반은 허술했다.

인천경제청은 2023년 8월 지방재정 투자심의에서 조건부로 승인을 받은 뒤 송도 9공구 내 9만9041㎡(2만9960평) 규모의 사업 부지를 인천항만공사로부터 약 2700억원에 선매입했다. 이는 테르메 측이 그해 5월 인천경제청에 투자이행확약서를 제출한 데 따른 조치였지만, 실질적인 계약 체결이나 사업 실행을 담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선매입이었다.

이후 테르메는 2023년 12월6일 투자의향서를 추가로 제출하며 사업 추진 의사를 재차 밝혔지만 해당 의향서는 언제든 사업을 철회할 수 있는 비구속적 문서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부터 테르메가 제출해온 사업계획서는 수차례 보완 요구를 받으며 여전히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어, 사업 추진의 여부가 뚜렷하지 않은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핵심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업의 핵심 실행 주체인 시공사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초기 참여 예정이던 SK에코플랜트가 이탈한 이후 한 대형 시공사가 참여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는 상태다. 사실상 시공사 선정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인천=뉴시스] 유정복 인천시장이 24일(현지시각)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테르메 웰빙 리조트에서 로버트 하네아 테르메 회장에게 리조트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인천시 제공) 2024.02.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유정복 인천시장이 24일(현지시각)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테르메 웰빙 리조트에서 로버트 하네아 테르메 회장에게 리조트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인천시 제공) 2024.02.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자금 조달 역시 불투명하다.

테르메 리조트는 주거시설이나 상업시설 등 수익형 부지를 포함하지 않는 순수 리조트 단독 개발 사업이다. 연계 수익 없이 8500억원의 사업비를 조달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토지 소유권이 테르메 측에 없다는 점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민간개발 사업은 먼저 시공사와 금융기관 등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한 뒤 이를 바탕으로 사업의 실행 가능성과 재무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테르메 그룹 측은 이러한 순서를 거치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선체결한 후 SPC를 나중에 구성하겠다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어 사실상 특혜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 조건도 논란이 되고 있다.

테르메 측은 연간 공시지가의 1% 수준으로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16조 제5항에서 정한 ‘재산가액의 1000분의 10 이상’이라는 임대료 산정 기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사실상 무상에 가까운 조건으로 인천경제청 내부에서도 “공공 재산을 과도하게 헐값에 제공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비정상적 구조 속에서, 행정기관은 사업자보다 오히려 더 수세적인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미 토지를 매입한 상황에서 사업이 무산될 경우, 해당 부지는 장기간 방치되거나 개발 방안조차 모호한 채 행정적 부담으로 남게 된다.

더욱이 유치 초기부터 정치권이 해당 사업을 치적 중심으로 활용하며 적극 홍보한 전례가 있어 지금 와서 발을 빼기도 어려운 구조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수차례 테르메 본사를 방문했고 언론을 통해 '유럽형 글로벌 웰빙 스파&리조트'라는 성과를 앞당겨 부각시킨 결과, 인천경제청은 임대차 계약 체결을 압박받는 입장에 처해 있다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오는 6월 말까지 보완된 사업계획서를 최종 검토한 뒤 임대차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현재 테르메 측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사업협약과 임대계약 체결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계획된 일정에 맞춰 리조트 개발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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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청, 테르메 유치 먹구름…시공사·자금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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