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가까이 전에 철거됐던 것 복제해 설치
러시아 역사 위대성 강조…우크라 전쟁 정당화
![[모스크바=AP/뉴시스]지난 21일(현지시각) 모스크바 지하철역 통로에 새로 설치된 구소련의 악명높은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 조각상. 60년 가까이 전에 철거됐던 것을 복원한 것으로 작품 제목이 "최고사령관 영도자에 바치는 인민의 감사"로 돼 있다. 2025.5.29.](https://img1.newsis.com/2025/05/22/NISI20250522_0000357202_web.jpg?rnd=20250522024545)
[모스크바=AP/뉴시스]지난 21일(현지시각) 모스크바 지하철역 통로에 새로 설치된 구소련의 악명높은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 조각상. 60년 가까이 전에 철거됐던 것을 복원한 것으로 작품 제목이 "최고사령관 영도자에 바치는 인민의 감사"로 돼 있다. 2025.5.29.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악명 높은 구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 석상이 거의 60년 만에 모스크바 지하철역에 다시 들어섰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탈린은 1936년~38년 대숙청을 벌이면서 군 지휘관, 지식인, 소수 민족, 부농 등 70만 명 이상을 처형했다. 또 크름 반도의 타타르족을 추방하고 극동 지방의 고려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키며 우크라이나에 대기근을 초래하는 등으로 수천 만 명을 희생시켰다.
이달 초 러시아 당국이 스탈린이 멀리 지혜롭게 응시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새 조각상을 공개했다. 스탈린에게 꽃다발을 바치는 아이들과 노동자들이 곁에 늘어선 모습이다. 1966년 탈 스탈린 운동 당시 철거됐던 작품을 복제한 것이다.
지나는 사람들이 조각상에 꽃을 놓기도 하며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다. 말없이 조각상을 응시하는 사람도 있다.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러시아 역사를 영광스러운 승리의 연속으로 재구성하면서 스탈린 부활을 꾀하고 있다.
러시아에는 구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가 여전히 강하다. 특히 자본주의 이행 기간 고통을 당한 노년층이 그렇다.
노년층은 스탈린을 광대한 나라에 질서를 부여하고, 나치 독일과의 전쟁을 승리를 이끈 강력한 지도자로 기억한다. 숙청, 기근, 대규모 추방을 “지나친 일탈” 정도로 간주하고 대부분 지방 당국자들의 잘못이었다며 스탈린을 옹호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25년 동안 러시아 전역에 최소 108개의 스탈린 기념물이 세워졌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부터 가속화됐다. 올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멜리토폴에도 스탈린 동상이 들어섰다.
러시아 정부는 한동안 스탈린에 대해 균형적 입장을 유지했었다. 스탈린의 탄압을 비난하면서도 반스탈린주의를 강조하는 자유주의 지식인들과 대립했다.
푸틴이 직접 여러 차례 스탈린을 비판했으며, 그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푸틴은 2017년 모스크바에서 스탈린 탄압 희생자를 기리는 ‘슬픔의 벽’ 개막식에서 “끔찍한 과거가 국가 기억에서 삭제되면 안되며 인민의 이익이라는 미명 아래 정당화돼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모스크바 시는 2001년 강제 노동으로 숨진 수백 만 명을 기리는 ‘굴라그 역사박물관’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정반대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소련 말기 반체제 인사들이 설립한 인권단체 ‘메모리얼’이 2021년 말 법원에서 해산 명령을 받았다.
당시 푸틴은 미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과 인터뷰에서 “스탈린을 과도하게 악마화하는 것은 소련과 러시아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 러시아 숲 속에서 스탈린 시절 희생자 집단매장지를 발굴한 역사학자 유리 드미트리예프가 2021년 징역 15년형을 받았다. 입양한 딸을 성추행했다는 혐의였으나 가족들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모스크바의 굴라그 역사박물관이 화재 안전 규정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폐쇄된 뒤 아직도 다시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볼고그라드의 이름을 다시 ‘스탈린그라드’로 바꿨다. 스탈린 숭배 일환으로 1925년 스탈린그라드라는 이름이 붙었다가 후임자 니키타 흐루시초프가 스탈린 격하운동을 벌이면서 1965년 볼고그라드로 이름을 바꿨던 곳이다.
러시아 야당 야블로코당 소속 레프 슐로스베르크는 “점진적인 스탈린 부활이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며 모스크바 지하철 스탈린 조각 철거를 요구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일부 활동가들이 스탈린 조각 앞에 스탈린을 비판한 푸틴 발언을 넣은 포스터 액자를 설치했다.
그러나 경찰이 즉시 포스터를 치우고 시위대를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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