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택시 운전석에서 바라본 세상…'거꾸로 가는 택시'

[서울=뉴시스] 조기용 수습 기자 = "나는 무엇을 하든 독립형 인간의 삶을 계속 살아도 되었다. 제주를 떠나 고향에 잠깐 머물렀다가 서울에 정착한 뒤로 개인택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순전히 늙어서까지 부양해야 할 늦둥이 딸 때문이었다. 이 이유가 아니어도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노동을 계속하는 것이 건강한 삶이라는 믿음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김지영 작가의 신작 에세이 '거꾸로 가는 택시'가 출간됐다. 책은 택시 기사인 저자가 택시 운행을 하면서 바라본 우리 사회를 담았다. 또 택시 기사의 삶을 통해 노동하는 삶의 가치를 말한다.

저자는 택시 기사가 처음이 아니다. 20대, 40대 때 택시 기사로 생활했다. 20대 때는 두 번의 교통사고로, 40대 때는 제주도 이주 당시 잠깐 부업으로 한 계절만 활동했다.

세번째 선택은 노년에도 일하는 삶을 꿈꾸는 목표를 위해서였다. 저자는 정년 이후의 목표가 읽고 쓰고 노동하는 삶으로, 그런 측면에서 개인택시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1장 '나이 60을 앞두고 운전대를 다시 잡다'에는 택시 기사로서의 삶을 온전히 보여준다.  역사(驛舍)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풍경은 사라지고 스마트폰 호출 시대가 된 환경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더불어 택시 기사 폭행 등 뉴스로만 접했던  현실도 생생하게 담았다.

2장 '택시 운전석에서 목격한 세상'에서는 탑승한 승객과 나눈 대화를 통해 정치 양극화, 물질만능주의 등 사회상을 풀어낸다.

저자는 팔이 문신으로 덮인 승객의 예절, 강남의 고급식당에서 나온 손님 입에서 나온 거친 말 등으로 겉으로 보고 예측한 말이나 행동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승객의 모습을 통해 가진 관념이 잘못된 편견임을 몸소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손님을 태우고 운전하는 동안 내가 먼저 손님에게 말을 거는 일은 없다. (중략) 가끔 말을 주고받는 택시가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적절하게 응대를 하지만 내 말을 앞세우는 법은 없다. 그런 사람들의 목적은 우정을 쌓자는 게 아니다. 단지 시간의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서다. 적절한 추임새만 넣어주면 된다."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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