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분석 통해 약점 미리 간파…'데뷔전' 감보아 흔든 삼성의 '뛰는 야구'

기사등록 2025/05/27 22:37:18

퓨처스리그 경기 내용 분석해 투구폼 큰 약점 파악

발 빠른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 구성…2회 트리플스틸

[서울=뉴시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이성규.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이성규.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김희준 기자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뛰는 야구'로 KBO리그 데뷔전에 나선 롯데 자이언츠 새 외국인 투수 알렉 감보아를 흔들었다.

감보아가 등판한 퓨처스(2군)리그 경기를 분석한 뒤 발 빠른 타자들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해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결과였다.

삼성은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롯데와의 경기에서 7-3으로 승리했다.

이날 삼성이 뽑은 7점 중에 4점이 기민한 주루 플레이로 뽑은 점수였다.

롯데는 외국인 에이스 찰리 반즈의 대체 선수로 영입한 감보아를 이날 경기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롯데는 에이스로 활약하던 반즈가 올 시즌 8경기 3승 4패 평균자책점 5.32로 부진을 거듭하다 어깨 부상을 당하자 외국인 선수 교체를 택했다. 대체 선수로 감보아를 낙점하고, 이달 중순 총액 33만 달러(약 4억6600만원)에 계약했다.

지난 17일 입국해 행정 절차를 마친 감보아는 지난 21일 삼성과의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 등판해 3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성은 퓨처스리그 등판 내용을 살펴보며 감보아의 약점을 찾았다.

감보아는 공을 더지기 직전 허리를 90도로 숙여 땅을 바라보는 특이한 습관이 있었다. 투구폼이 크다는 것도 약점으로 꼽혔다.

이에 박진만 삼성 감독은 선발 라인업을 발 빠른 선수 위주로 구성했다. 약점을 파고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박 감독은 "감보아의 구위가 좋다는 보고를 들었다. 다만 내부적으로 파악한 약점이 있다. 뛰는 야구를 하며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선발 라인업을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 2회 감보아의 약점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2-0으로 앞선 2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삼중도루(트리플스틸)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2사 만루에서 김성윤을 상대한 감보아는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를 던지기 전 사인을 건네듣고 허리를 숙이며 투구를 준비했다. 자신의 루틴대로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이를 본 이성규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3루에서 홈으로 거침없이 내달렸다.

이성규가 홈으로 뛰자 1, 2루에 있던 이재현과 김지찬도 각기 2, 3루를 훔쳤다.

롯데 포수 유강남이 홈으로 뛰는 이성규를 본 후 다른 주자의 도루를 막기 위해 3루로 송구하라고 신호를 보냈지만, 2루 주자 김지찬이 3루에 먼저 들어갔다.

이는 삼중도루로 기록됐다. 출범 44년째를 맞은 프로야구에서 역대 9번째로 나온 진기록이었다.

삼성의 도루에 허를 찔린 감보아는 폭투를 범해 또 실점했다.

앞서 선취점을 낼 때도 삼성의 주루 플레이가 돋보였다.

2회말 2사 만루에서 김지찬이 내야 땅볼을 쳤고, 타구는 감보아의 오른쪽으로 향했다.

타구를 잡은 감보아는 급히 1루로 송구했는데 정확하지 못했다. 롯데 1루수 나승엽이 공을 뒤로 흘렸고, 2루수 고승민이 달려가 공을 잡았다.

그 사이 3루에 있던 류지혁이 홈에 들어갔다.

2루에서 3루로 뛰려던 이성규가 멈춰섰고, 이를 본 고승민은 이성규를 잡고자 2루에 공을 던졌다. 그러나 급히 2루로 귀루한 이성규는 세이프됐다.

2루에서 3루로 나아가 상황을 지켜보던 박승규는 고승민이 2루로 송구하자 지체없이 홈으로 질주했다. 고승민의 송구를 받은 유격수 전민재가 급히 홈으로 공을 던졌지만, 박승규의 발이 더 빨랐다.

발 빠른 타자들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한 삼성의 승부수가 통한 셈이다.

경기를 마친 뒤 이진영 타격코치는 "감보아의 허리를 숙이는 루틴에 대해 알고 있었다. 또 경기 전 미팅을 할 때부터 투구폼이 크다는 사실에 대해 공유했다"며 "그런 상황이 생기면 뛰라고 했을 것이다. 즉흥적으로 나온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트리플스틸을 완성한 김지찬은 "누상에 있을 때 코치님들이 확인을 하라고 했었다. 그런데 나는 못 보고 있어서 뒤늦게 알았다"며 "뒤늦게 보고 '아차'했다. 늦어서 안 뛰려고 했는데 (1루 주자인)이재현이 오고 있더라. 그래서 뒤늦게 갔는데 투수가 알아차리지 못해서 살았다"고 돌아봤다.

3회부터 감보아가 허리를 숙이는 동작을 하지 않았지만, 삼성 타자들은 기회가 되면 뛰겠다는 생각이었다.

김지찬은 "안 해도 충분히 도루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바뀌었다고 해서 우리의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했다.

처음 상대한 감보아에 대해 김지찬은 "투구폼이 커서 도루해서 살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는 생각한다. 그래도 왼손 투수라 견제할 수 있으니 타이밍을 잘 맞춰야할 것 같다"며 "1루에 있든, 2루에 있든 언제든지 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구 구위는 무척 좋았고, 변화구도 좋다고 느껴졌다"며 "좋은 투수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퓨처스리그에 머물다가 지난 23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박승규는 감보아와 '구면'이었다. 한 차례 상대한 덕분인지 그는 멀티히트(4타수 2안타)를 날렸고, 2회 천금같은 득점도 올렸다 .

박승규는 "퓨처스리그에서 상대해서인지 아무래도 궤적이 눈에 익었다. 한 번 상대해본 것이 도움이 됐다"며 "전력분석 때 투구폼이 크다는 사실을 공유했고, 그래서 오늘 경기를 잘 치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투구폼이 커서 3루에 있을 때 그냥 뛰어도 되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코치님들도 이를 수용해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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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분석 통해 약점 미리 간파…'데뷔전' 감보아 흔든 삼성의 '뛰는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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