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정상'된 레오 14세 교황, 미국·페루 국적 유지할까

기사등록 2025/05/26 14:48:24

최종수정 2025/05/26 16:26:25

바티칸·미국·페루 3개국 복수국적 보유중

美·페루, 교황이 포기 않는 한 박탈 안 할듯

[로마=AP/뉴시스]25일(현지 시간) 레오 14세 교황이 이탈리아 로마의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로마 주교좌 착좌식을 가지고 있다. 2025.05.26.
[로마=AP/뉴시스]25일(현지 시간) 레오 14세 교황이 이탈리아 로마의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로마 주교좌 착좌식을 가지고 있다. 2025.05.26.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미국인 출신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 국적을 유지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교황이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복수국적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25일(현지 시간) "교황청과 바티칸시국의 수장을 맡은 레오 14세가 외국 정부를 이끄는 동안 미국 시민권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인 레오 14세 교황은 2015년 페루 주교로 부임하면서 페루 시민권을 취득했고, 2023년 추기경에 서임되면서 바티칸 국적까지 가지게 됐다.

세계 가톨릭 교단의 지도자인 교황은 모국에 특별히 친화적이면 안 되기 때문에 관례적으로 바티칸 이외 국적을 포기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명확히 확인된 바는 없다.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국인 아르헨티나가 국적 포기를 헌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복수국적을 유지한 최초의 교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와 그 전임자 요한 바오로 2세 역시 공식적으로 모국 시민권을 포기한 기록은 없다고 한다.

레오 14세가 스스로 국적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페루에서 국적을 박탈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인이 외국 국가원수·정부수반이나 외무장관이 될 경우에는 시민권에 대한 '적극적 검토'가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어 이론상으로는 박탈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 대법원은 1980년 미국인이 고의로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강제로 박탈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국무부는 교황의 시민권 존치 여부에 관해 답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페루 정부의 국적 담당 당국자 역시 자국 출신 외국 정상의 복수국적 유지가 자국 법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적법 전문가인 피터 스피로 템플대 법학과 교수는 "국무부는 (국적) 포기 절차를 통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 한 누군가가 시민권을 상실할 의도가 있다고 결코 가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인이 외국 정상이 된 전례인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마하메드 압둘라히 마하메드 전 소말리아 대통령, 발다스 아담쿠스 전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모두 스스로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

일각에서는 레오 14세 교황이 스스로 미국 국적을 내려놓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마거릿 수잔 톰슨 시러큐스대 역사학과 교수는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교황이 영어를 쓰지 않고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로 첫 연설을 한 것은 자신이 보편 교회의 교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25일 열린 로마 주교좌 착좌식에서는 "특별한 직함으로 오늘 여러분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나는 로마인이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로마교구 주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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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정상'된 레오 14세 교황, 미국·페루 국적 유지할까

기사등록 2025/05/26 14:48:24 최초수정 2025/05/26 16: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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