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뿌려진 '극우 전단'…출판계 "이념갈등 우려"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책들 사이에 이상한 지라시(선전지)가 꽂혀 있어서 QR코드를 찍어 보니 '헌법연구관들이 중국 국적'이라고 주장하는 극우 사이트 홍보물이었어요. 곧바로 서점에 알렸죠.

24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최근 한 대형 서점에 비치된 책들 사이에서 극우 사이트를 홍보하는 전단이 발견됐다. 특정 성향의 서적이나 저자를 표적으로 한 불법 행위일 가능성이 있어 출판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A씨는 지난 17일 세종시 어진동의 한 대형 서점을 방문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책들 사이에 특정 극단 세력의 주장을 담은 전단이 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단이 꽂힌 책들은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서적, 유시민 작가의 책 등 통상 '진보 성향'이라고 분류될 수 있을 만한 책들이었다.

A씨는 책 내용과 상반되는 내용의 전단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배포됐다고 보고, 서점과 해당 책들의 저자에게 이를 알렸다.

해당 전단은 '○○○ 계몽운동'이라는 제목의 홈페이지를 소개하고 있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중국 국적 수험생은 6등급이어도 의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거나, 부정선거는 진실이라는 등의 주장이 나열돼 있다.

서점 측은 '아직 유사 사례가 발견되지 않아 별도의 조치를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 정치 갈등이 심화하면서 개개의 출판물이 일부 극단 세력의 표적이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일부 극단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의견과 반대되는 출판물에 대해 집단린치를 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자신들이 원하는 책이 비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 중앙정보국(CIA)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거나, 온라인 별점에 테러를 가하는 등의 일들이 있었다.

A씨로부터 자신의 책에 홍보물이 꽂혀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역사학자 심용환씨는 24일 "이런 전단은 광화문에서나 봤지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행동하는 것에 놀랐다"며 "출판업계가 지라시 공세의 표적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주장이 대중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점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변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엄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가 높아진 만큼 관련된 책에 자신들의 주장을 편법으로 전달하려는 것 같다"며 "다만 독자들은 책 내용과 반대되는 전단의 내용을 보고 오히려 반감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행위로 인해 사회에서 자신들의 의견이 더 소외되고 배제될 수 있다. 설령 자신들이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다양한 채널의 지식과 정보를 접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책의 내용과 전혀 무관한 전단으로 인해 소비자가 혼동하거나, 책의 진위를 의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인이나 착각을 일으켜(위계) 판매 행위를 방해하는 만큼 형법상 업무방해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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