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저씨, 세븐틴 팬덤 '캐럿'은 아닙니다만…

기사등록 2025/05/25 09:50:00

최종수정 2025/05/25 13:25:10

[세븐틴 10주년 ②] 세븐틴을 지켜봐온 순간들

[서울=뉴시스] 세븐틴 데뷔 초창기 모습. (사진 =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5.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세븐틴 데뷔 초창기 모습. (사진 =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5.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40대 아저씨인 저는 '아이돌 덕력'이 꽤 된다고 자부합니다.

K팝 1세대 아이돌 'H.O.T.'와 'S.E.S.'부터 아니, 그 원형질을 갖고 있다는 평가 받는 소방차,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때부터 관심을 갖고 국내 아이돌 문화를 톺아봐 왔으니까요.

그 가운데도 3세대 대표 K팝 보이그룹 '세븐틴'은 다소 특이했습니다. 아마 40대들은 공감하겠지만 저희에게 세븐틴이라는 단어는 여섯 개의 수정이라 불렸던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젝키)가 출연한 영화 제목으로 먼저 다가옵니다.

그런데 당연히(?) 멤버가 17명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세븐틴의 팀 작명법은 이전 기존 레퍼런스를 모두 잊게 만들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세븐틴 작명의 공식은 '13(멤버)+3(유닛)+1(하나의 팀, 캐럿)=17(세븐틴)'입니다. 에스쿱스, 정한, 조슈아, 준, 호시, 원우, 우지, 디에잇, 민규, 도겸, 승관, 버논, 디노 등 세븐틴 멤버 13명의 13, 보컬·퍼포먼스·힙합 세 유닛의 3, 그리고 팬덤명 캐럿의 1이 합쳐져 청춘의 상징과도 같은 숫자 17이 팀명이 됐죠.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세븐틴의 맏형들인 에스쿱스·조슈아·정한의 나이가 올해 만 30세입니다. 하지만 이 팀은 여전히 파릇파릇 청춘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팀 내 프로듀서 우지를 중심으로 자체 제작 아이돌이기도 한 세븐틴은 청춘은 젊음으로 쓰는 게 아니라 젊음을 청춘답게 쓰는 것이라는 걸 증명해나가고 있거든요. 이건 다인원에서 비롯되는 다양성이 여러 결의 청춘들의 삶과 공명하며 이들의 삶을 팽팽하게 붙들어 매는 데 이유가 있죠.

제가 세븐틴을 확연히 다르게 본 순간의 기억도 또렷합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월23일 온라인 콘서트 '인-컴플리트(IN-COMPLETE)'에서였습니다.

세븐틴은 지난 2019년 출발한 월드 투어 '오드 투 유(ODE TO YOU)'를 통해 2020년 세계 곳곳에서 팬들을 만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모든 계획을 헝클어트렸죠. 당시 온라인을 통해 캐럿의 음성으로 '우리 다시'가 울려 퍼지자 멤버들은 그리움이 북받쳐 펑펑 울었어요.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던 때라, 멤버들이 동시에 책임감도 느끼고 있을 때였습니다.

에스쿱스는 총괄리더답게 그 순간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군가를 응원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정말 대단한 것인데, 그 대상이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 부정적인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하는 것은 저와 세븐틴이죠. 그 숙제를 멤버들과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당시 전 관련 기사 타이틀을 이렇게 붙였습니다. '세븐틴·에스쿱스, 걱정마세요…이미 '숙제' 풀었습니다'라고.

그 때 '이 정도면, 믿어도 좋다' 싶었습니다. 밝음의 상징인 아이돌이 긍정적인 것이 아닌 걸 읽어낼 때 비로소 세상을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음악, 퍼포먼스 등 무대가 아이돌 세상에서 주어의 자리를 되찾을 때, 아이돌은 성장합니다. 코로나19 시기가 끝나고 마침내 세븐틴이 전 세계를 돌면서 주어의 자리를 되찾았을 때 이들은 캐럿의 목적어이자 세상의 서술어가 됐습니다.
[서울=뉴시스] 세븐틴 닛산 스타디움 콘서트. (사진 = 하이브 재팬·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5.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세븐틴 닛산 스타디움 콘서트. (사진 = 하이브 재팬·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5.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자신이 충분히 강하거나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 질책하는 이들 앞에 세븐틴은 그렇게 무기가 됐죠. 세상 혹은 자신과 싸우다 패배해 자책과 회한의 날을 감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너와 나의 자리가 아닌 우리의 자리가 확실히 있다고 말하는 것이 '팀 세븐틴'입니다. 무대를 대하는 태도와 무대를 만드는 원리가 일치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게 세븐틴의 진심입니다.

전 이후 다양한 자리에서 세븐틴의 이런 공식을 함께 풀었습니다. 특히 작년 5월25일 오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닛산 스타디움 공연이 기억에 남는군요.

현장 취재를 갔었거든요. 땅거미가 지기 시작할 때 7만2000여 캐럿봉이 하나둘씩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플로어석과 1층 사이에 자리 잡은 일(一)자형 중앙 무대에서 그룹 '세븐틴'(SVT) 멤버 13명이 쭉 늘어서 있는 모습은 절경(絕景)이었습니다.

한동안 세븐틴의 노래 제목은 '음악의 신', '마에스트로'처럼 거대한 세계관을 기반 삼았습니다. 일견 너무 무모한 게 아닌가 싶지만 거기에 맞게 폭발시키는 무대를 보면 작명법에 절로 수긍이 됩니다. 닛산 스타디움 같은 초대형 공연장은 이들 공연 연출에 제격이죠.

세븐틴 멤버들은 마지막에 앙코르 붙박이 곡 '아주 나이스'를 부르면서 강강술래 대형으로 섰고 수차례 뱅뱅 돌았습니다. 원심력과 구심력의 균형이 확실히 단단해진 세븐틴의 모습을 은유하는 듯했습니다.

이전엔 다인원을 기반 삼아 원심력의 에너지로 더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려고 했다면, 이젠 구심력의 에너지로 자신들과 미래를 위한 응집력을 발휘하고 있죠. 그래서 캐럿들도 이들에게 더 결집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23일부터 반포한강공원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팀의 10주년 기념 대규모 오프라인 이벤트 '비-데이 파티(B-DAY PARTY)'도 캐럿들의 구심력, 대중의 원심력을 아우르는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25일 오후 잠수교에서 열리는 '비-데이 파티 : 버스트 스테이지(B-DAY PARTY : BURST Stage) @잠수교'가 하이라이트가 될 겁니다.

10주년 당일인 26일 발매하는 정규 5집 '해피 버스트데이(HAPPY BURSTDAY)' 메시지를 전하는 예고편도 될 것인데, 자발적 실종과 자기 개조를 통한 세븐틴의 재탄생의 단서를 이제 같이 찾아볼 일만 남았습니다.

팀 세븐틴의 세계엔 다만 저 같이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겐 부작용이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콘서트 앙코르에서 무한 '아주 나이스'가 아주 이어질 때, 제 자신이 스스로 내일을 책임 못 질 거 같아 중간에 빠져나온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뜨거워 이 노래 에브리바디 떼창"에 진 40대 아저씨는 '아주 나이스 루프'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멤버들의 에너지는 지금도 멈추지 않아 이들 콘텐츠를 다 따라가기에도 힘에 부칩니다. 그래서 최근 다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전진하기 위해선 강한 마음과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은 자세가 중요하니까요. "우리는 쉬지 않아 매일 / 메이크 잇 메이크 잇(Make it Make it) / 끝까지 가보자 / 마치 된 것 같아 손오공"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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