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이용 규칙 둘러싼 다툼…관리실에 민원 폭주하기도
일반차·전기차 모두 고려한 유연한 운영 방안 마련돼야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전기차 확산에 따라 아파트 주차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차량을 주차하는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충전 인프라를 갖춘 다기능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 간 갈등 역시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전기차 충전시설은 10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는 총 주차면수의 5%, 기존 아파트는 2% 이상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는 전기차 충전소를 신설하거나 기존 주차장 일부를 충전 전용 구역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충전소 설치 공간이 결국 기존 주차 공간을 잠식한다는 점이다.
아파트 주차난은 이미 심각한 수준인데, 충전구역이 들어서면서 일반 차량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를 소유하지 않은 입주민들은 "왜 전기차 때문에 내 주차공간이 줄어야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충전구역 이용을 둘러싼 갈등도 빈번하다. 충전구역에 주차만 하는 '충전 방해' 차량, 충전 완료 후에도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충전 후 방치' 차량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전기차 운전자들조차 "충전하려고 해도 자리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충전소 이용 규칙을 둘러싼 다툼이 벌어지거나, 관리사무소에 민원이 폭주하기도 한다.
충전소 설치 비용 역시 새로운 논란거리다. 정부는 아파트 단지 내 충전소 설치를 지원하고 있지만, 보조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머지 비용을 입주민 전체가 관리비 형태로 부담하게 되는 경우, "전기차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까지 왜 비용을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아파트 단지의 전기용량 한계다. 전기차 충전소는 고출력 설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존 변압기 용량을 초과할 경우 추가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수천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단지에서는 전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충전소 설치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기차 보급이 더욱 확대될수록 이 같은 문제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전기차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파트 주차장은 아직 그 변화를 온전히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모습이다.
전기차 충전시설 확충은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입주민 의견을 수렴해 지상이냐 지하냐 등 설치 위치를 조율하고, 충전소 이용 규칙을 명확히 설정하는 한편, 일반차량과 전기차 모두를 고려한 유연한 운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전기차 시대를 맞이한 주차장의 진화가 갈등의 씨앗이 아닌 공존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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