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계승' vs 보수주의 '회귀'…콘클라베 전망은[교황 선종]

기사등록 2025/04/22 16:25:40

최종수정 2025/04/22 16:44:24

선종 2주 뒤 시작…3분의 2 찬성 나오면 선출

추기경 총 135명…이력, 자질, 시대 분위기 고려

파롤린, 타글레 등 물망…'반전' 가능성도 여전

[바티칸=AP/뉴시스] 2005년 4월 18일 추기경들이 콘클라베 시작을 위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으로 행진하고 있다. 추기경단은 새 교황 선출을 위한 회의 '콘클라베'를 열 예정이다. 사진은 바티칸 신문 제공. (사진=뉴시스DB) 2025.04.22.
[바티칸=AP/뉴시스] 2005년 4월 18일 추기경들이 콘클라베 시작을 위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으로 행진하고 있다. 추기경단은 새 교황 선출을 위한 회의 '콘클라베'를 열 예정이다. 사진은 바티칸 신문 제공. (사진=뉴시스DB)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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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을 제267대 교황. 추기경단은 '계승'을 택할까, 전통으로 '회귀'할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면서 차기 교황 후보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기경단은 새 교황 선출을 위한 회의 '콘클라베'를 열어 차기 영적 지도자를 가린다.


선종 2주 뒤 콘클라베 개시…3분의 2 찬성 나올 때까지 비밀 투표

통상 추기경단은 교황 선종 또는 사임 이후 15일(5월 6일)에서 20일(5월 11일) 내 바티칸에 모여 교황 선출을 위한 미사를 거행한다. 이후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동해 비밀 유지 선서를 한 뒤 '콘클라베'(conclave)를 시작한다.

콘클라베는 라틴어 'cum'(함께)과 'clavis'(열쇠) 합성어인 '쿰 클라비'(cum clavis)에서 유래했다. 열쇠로 문을 잠가 외부와 단절된 선거를 뜻한다.

콘클라베 기간 추기경들은 외부 연락이나 인터넷, 휴대전화 소지 등이 모두 금지된다. 감청 방지를 위한 조치도 한다.


80세 미만 모든 추기경은 회의에 참여할 수 있으며, 참석자 중 교황을 선출한다. 원칙적으로 세례받은 남성 가톨릭 신자면 누구든 가능하지만, 추기경단에서 선출하는 게 관례다.

[바티칸=AP/뉴시스] 2013년 3월 13일 콘클라베 2일 차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추기경단 투표 이후 미선출을 알리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5.04.22.
[바티칸=AP/뉴시스] 2013년 3월 13일 콘클라베 2일 차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추기경단 투표 이후 미선출을 알리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5.04.22.

투표는 첫날을 제외하고 하루 최대 네 번까지 진행된다. 각자 기도한 뒤 '나는 최고 교황으로 ○○○을 선택합니다'는 문구에 실명을 적어 낸다.

투표용지는 두 번 접어 항아리에 넣는다. 비밀 유지를 위해 성당에 마이크나 카메라가 숨겨져 있는지 확인한다.

교황 선출에는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투표용지는 즉각 난로에 소각하는데 선출에 실패하면 검은색, 성공하면 흰색 화학물질을 함께 피워 연기로 외부에 알린다.


새 교황이 선출을 수락하면 교황명을 말한다. 교황 복장을 한 뒤 성 베드로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 나와 대중 앞에 첫 등장한다.

[바티칸시티=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3월 13일(현지 시간) 선출 직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군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5.04.22.
[바티칸시티=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3월 13일(현지 시간) 선출 직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군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5.04.22.

추기경단 단장은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이라고 선언해 새 교황 선출을 알리고, 교황은 첫 축복과 강론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 로마와 전 세계에)를 발표한다.

즉위식을 거행하는 미사는 선출 며칠 내 진행된다. 장소와 시기는 교황이 선택한다. 직전 두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즉위식을 가졌다.

원칙상 콘클라베는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계속 진행한다. 다만 현대 들어 진행된 콘클라베에선 보통 2~5일 내 종료됐다. 2005년 베네딕토 16세와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2일 만에 선출됐다.

추기경 총 135명…이력, 정치·외교 능력, 시대적 분위기 등 고려

바티칸 공보실이 지난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콘클라베 참석 자격을 갖춘 추기경은 총 135명이다. 108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2명은 베네딕토 16세가 임명했다. 5명은 요한 바오로 2세 때 임명됐다.

대륙별로 유럽이 53명으로 가장 많다. 아시아는 23명, 북미는 20명이다. 남미와 아프리카 출신은 각 18명이다. 오세아니아에선 3명의 추기경이 배출됐다.

통상 바티칸이나 교구에서 주요 사목 경험이 있는 추기경들이 하마평에 오른다. 신학적 권위뿐만 아니라 정치적 균형 감각, 다양한 언어 구사 능력, 외교적 자질 등도 고려된다.


시대적 분위기도 간과할 수 없다. 가톨릭교회의 쇄신이 요구되면 진보 성향 추기경이, 전통으로 회귀를 강조하는 분위기면 보수 성향 후보가 유리하다.

교황이 가톨릭교회 너머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도자인 만큼 세계정세와 흐름도 고려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랫동안 경멸했던 민족주의가 서구에서 재부상하는 현재, 교회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유럽 출신 백인 교황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아시아나 아프리카 출신 추기경도 유리하다. 2013년에도 가나, 필리핀 출신 추기경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었다.

'온건파' 파롤린, '첫 아시아' 타글레 유력

우선 이탈리아 출신 피에트로 파롤린(70) 바티칸 국무원장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가디언에 따르면 2013년부터 국무원장을 역임하며 중국 및 중동 정부와 협상 등 외교 문제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타국 외교관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다고 한다. 교리보다 외교적 해결책을 우선하는 실용주의자 평가를 받는다.

필리핀 출신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67) 마닐라 대주교도 가능성 높다. 진보 성향으로, 동성애와 이혼에 대한 가톨릭 교회 입장이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다만 낙태권에는 반대한다.

2013년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선출되진 못했다. 비서구권 교황을 바라는 시대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유력 후보로 꼽힌다.

가나 출신 피터 턱슨(76) 추기경도 2013년에 이어 하마평에 올랐다. 기후 위기, 빈곤, 경제 정의 등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 선출되면 5세기 이후 처음으로 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나오게 된다.

이탈리아 마테오 주피(69) 볼로냐 대주교도 진보 성향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AP/뉴시스] (왼쪽 상단부터) 페테 에르도,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마르크 우엘레트, 피에트로 파롤린, 로버트 프레보스트, 로버트 사라, 크리스토프 쇤보른, 루이스 타글레, 마테오 주피 추기경. 2025.04.22.
[AP/뉴시스] (왼쪽 상단부터) 페테 에르도,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마르크 우엘레트, 피에트로 파롤린, 로버트 프레보스트, 로버트 사라, 크리스토프 쇤보른, 루이스 타글레, 마테오 주피 추기경. 2025.04.22.

헝가리 출신 에르도 등 전통주의 후보들도 물망

보수파 후보들도 물망에 올랐다. 헝가리 출신 페터 에르도(72) 부다페스트 대주교가 대표적인 전통주의 후보다. 전통적인 가톨릭 교리를 강력히 지지해 온 만큼, 선출되면 프란치스코 교황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교회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몰타의 마리오 그레치(68)는 전통주의자로 분류됐지만,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이후 진보적 견해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니의 로버트 사라 추기경도 대표적인 보수파 후보다.

가장 어린 후보는 포르투갈의 호세 톨렌티노 데 멘돈사(59) 추기경이다. 동성애와 여성 사제 서품에 관용적인 입장이다.

가자지구 전쟁 장기화 속 이탈리아 출신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60)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도 후보로 거론된다. 하마스에 억류된 아동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자신을 인질로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가자를 방문한 이력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마지막 당부 메시지가 "전쟁을 중단하고 인질을 석방하라"였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하마평에 오르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 선출되는 '반전' 가능성도 있다. 2013년에도 예상을 깨고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다. 비유럽으론 처음이었다.



바티칸 전문 작가인 마르코 폴리티는 WP에 "가톨릭교회는 초보수파와 교황 간 내전으로 10년 넘게 혼란을 겪고 있다"며 "다른 때와 다른 점은 정말로 유력 후보가 없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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