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TC본더' 공급망 다변화…벤더사 갈등 증폭
한미반도체·한화비전 주가 희비…기관 수급도 엇갈려

한미반도체 6번째 공장과 대표이사 곽동신 부회장 (사진=한미반도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장비를 독점 공급해오던 한미반도체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한화비전의 계열사 한화세미텍이 'TC본더'(열압착장비) 시장에 본격 진입한 가운데 올 들어 주가와 기관 수급 모두에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미반도체는 '엔지니어 철수'라는 초강수까지 꺼내며 공급망 장악력을 드러냈지만, 기관 투자자들의 선택은 한화비전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한미반도체가 기술 경쟁을 넘어, 법적 분쟁과 수급 변화, 고객사 다변화 등 복합적인 변수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1월 2일~4월 18일) 기관은 한미반도체 주식은 1541억원 규모를 순매도한 반면 한화비전 주식을 약 2776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관계에 있는 두 기업을 향한 기관 수급이 뚜렷하게 엇갈린 셈이다.
한미반도체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잔고에서도 코스피 상위 7위에 오르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한미반도체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은 1292억원으로, 전체 주식의 2.07%에 해당한다. 공매도 포지션은 국내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수급 악재는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지난 9일 기록한 저점(5만8200원) 기준으로 1년 새 3분의 1 수준까지 급락했으며, 올해 고점 대비로도 50% 이상 하락했다. 최근 들어 12% 넘는 반등세를 보였지만,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의구심이 여전하다. 상상인증권과 KB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최근 한미반도체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며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한화비전은 지난해 12월 이후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르면서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자회사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와 TC본더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추가 수주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420억원 규모의 TC본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이에 대응해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납품가 28% 인상을 통보하고, 파견했던 CS(고객서비스) 엔지니어 전원을 철수시키는 초강수를 두면서 양사 간 갈등이 더욱 증폭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가 지난해 12월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기술유출 및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한화 제품을 구매한 점과 TC본더 가격이 지난 8년간 오르지 않은 점이 갈등을 키운 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미반도체는 기술 유출 및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도 나선 상태다. 2021년 한화세미텍으로 이직한 전 직원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에서는 1·2심 모두 승소했고,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3대 로펌 중 하나인 '세종'을 선임해 특허 침해 소송에 착수했다.
증권업계는 두 회사 간의 특허 공방과는 별개로, HBM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장비업체 전반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영증권은 올해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82.3% 증가한 333억 달러(약 46조764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장비 업체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신규 HBM 장비 납품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한화비전은 주요 종합반도체회사(IDM) 고객사가 올해 약 120대의 TC본더를 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약 8만장(K/M·월간 웨이퍼 처리량 단위) 규모의 HBM 캐파가 증설된 데 이어, 올해는 4만장 추가 증설이 예정돼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12단 HBM 출하도 본격화되면서 70~80대의 TC본더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1분기 대폭 개선한 실적을 예고하면서 성장 기대감을 내비친 상황이다. 최근 공시를 통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400억원과 6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139%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미반도체는 해외 매출 확대가 성장의 주축이 될 것"이라며 "TC본더는 북미 신규 팹 증설과 중화권 수요 증가에 힘입어 높은 평균판매단가(ASP)를 바탕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정 연구원은 한미반도체의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48% 증가한 8272억원, 영업이익은 65.5% 성장한 4226억원으로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byh@newsis.com
최근 한미반도체는 '엔지니어 철수'라는 초강수까지 꺼내며 공급망 장악력을 드러냈지만, 기관 투자자들의 선택은 한화비전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한미반도체가 기술 경쟁을 넘어, 법적 분쟁과 수급 변화, 고객사 다변화 등 복합적인 변수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1월 2일~4월 18일) 기관은 한미반도체 주식은 1541억원 규모를 순매도한 반면 한화비전 주식을 약 2776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관계에 있는 두 기업을 향한 기관 수급이 뚜렷하게 엇갈린 셈이다.
한미반도체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잔고에서도 코스피 상위 7위에 오르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한미반도체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은 1292억원으로, 전체 주식의 2.07%에 해당한다. 공매도 포지션은 국내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수급 악재는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지난 9일 기록한 저점(5만8200원) 기준으로 1년 새 3분의 1 수준까지 급락했으며, 올해 고점 대비로도 50% 이상 하락했다. 최근 들어 12% 넘는 반등세를 보였지만,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의구심이 여전하다. 상상인증권과 KB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최근 한미반도체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며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한화비전은 지난해 12월 이후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르면서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자회사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와 TC본더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추가 수주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420억원 규모의 TC본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이에 대응해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납품가 28% 인상을 통보하고, 파견했던 CS(고객서비스) 엔지니어 전원을 철수시키는 초강수를 두면서 양사 간 갈등이 더욱 증폭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가 지난해 12월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기술유출 및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한화 제품을 구매한 점과 TC본더 가격이 지난 8년간 오르지 않은 점이 갈등을 키운 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미반도체는 기술 유출 및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도 나선 상태다. 2021년 한화세미텍으로 이직한 전 직원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에서는 1·2심 모두 승소했고,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3대 로펌 중 하나인 '세종'을 선임해 특허 침해 소송에 착수했다.
증권업계는 두 회사 간의 특허 공방과는 별개로, HBM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장비업체 전반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영증권은 올해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82.3% 증가한 333억 달러(약 46조764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장비 업체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신규 HBM 장비 납품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한화비전은 주요 종합반도체회사(IDM) 고객사가 올해 약 120대의 TC본더를 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약 8만장(K/M·월간 웨이퍼 처리량 단위) 규모의 HBM 캐파가 증설된 데 이어, 올해는 4만장 추가 증설이 예정돼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12단 HBM 출하도 본격화되면서 70~80대의 TC본더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1분기 대폭 개선한 실적을 예고하면서 성장 기대감을 내비친 상황이다. 최근 공시를 통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400억원과 6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139%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시간 핫뉴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미반도체는 해외 매출 확대가 성장의 주축이 될 것"이라며 "TC본더는 북미 신규 팹 증설과 중화권 수요 증가에 힘입어 높은 평균판매단가(ASP)를 바탕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정 연구원은 한미반도체의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48% 증가한 8272억원, 영업이익은 65.5% 성장한 4226억원으로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by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