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송달 지연 따른 상속분 소멸시효 완성" 아쉬움 주장도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일제강점기 탄광 강제 노역으로 온갖 고초를 겪다가 숨진 피해자들의 유족이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법 민사10단독 하종민 부장판사는 22일 강제동원 피해자 3명의 유족이 니혼코크스공업(옛 미쓰이 광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장은 '피고인 니혼코크스공업 측은 원고인 강제동원 피해자 3명의 유족 3명에게 상속분에 따라 위자료 각기 476만1904원, 1454만5454원, 2857만1428원과 위자료에 대한 지연 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재판장은 니혼코크스 공업 측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니혼코크스 측이 주장한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주장(시효 완성)은 원고 본인들의 상속분에 대해서만 배척한다. 다른 상속인으로부터 양도받았다는 상속분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 본인 상속분에 따른 위자료만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현지 사망 여부에 따른 원고 측 청구액에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상속분만을 상계해 원고별 위자료를 정했다는 취지다.
이번 소송 원고들의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1941년 8월부터 1944년 8월 사이 일제에 의해 끌려가 일본 현지 미쓰이 비바이·스기나와 탄광 등지에서 노무자로 고초를 겪었다.
피해자 중 1명은 채굴 작업 도중 석탄을 끌어올리는 기계의 줄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한 뒤 후유증으로 일본 현지에서 숨졌다. 유해는 화장한 직후 1944년 고국으로 송환됐다.
다른 피해자는 일제 징용령이 내려지자 형을 대신해 끌려갔다가, 탄광 붕괴 사고로 다리와 갈비뼈를 다쳤다. 일제 패망 이후 가까스로 조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징용 기간 중 그의 아내는 홧병을 못 이기고 나무 기둥이나 벽 등지에 스스로 머리를 찧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고 어린 자녀가 집안일을 도맡으며 고통 속에 살았다.
또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폭행 등 모진 차별을 당하고 임금도 거의 받지 못했고 해방 직후 귀국했으나 허리 부상 후유증 탓에 생계를 어렵게 꾸리다가 숨졌다.
피고 전범기업인 니호코크스 공업은 일제강점기 당시 미쓰이광산의 손해배상 채무를 승계한 현존 기업이다.
니혼코크스 측은 "원고들의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 미쓰이광산에 강제 징용됐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항변했으나 재판장은 대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 직후 강제동원 피해자의 딸이자 소송 원고인 이길자씨는 "어쩔 수 없이 끌려간 아버지가 몸을 크게 다치고 굶어죽을 뻔 했다고 했다. 아버지의 징용 이후 어머니도 홧병에 걸려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등 고생이 많았다"며 지난 세월의 고통을 토로했다.
피해자 지원 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심의·결정통지서 심의 조서' 등을 근거로 유족과 함께 지난 2020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국제 송달로 보낸 소송 서류를 일본 정부가 제때 전달하지 않는 등 문제로 소송이 장기간 공전하다, 소 제기 5년 3개월여 만인 이날 1심 선고가 났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일본 정부가 소송 서류 국제 송달에만 3년여 가량 끌면서 일본 기업 측 법률대리인 선임부터가 늦어졌다. 판결문을 보며 법적으로 따져봐야겠지만, 일본 측 소송 지연 때문에 일부 상속분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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