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FRB 의장 해임 논란…90년 전 ‘험프리의 집행자’ 판결 주목

기사등록 2025/04/18 22:48:17

대법원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 반대한 연방거래위 험프리 의장 해임 위법” 판결

FRB 등 연방 독립기관 정치적 압력 막는 역할

트럼프, FBI 국장 이어 임기 보장된 연방기관장 해임 여부 주목

[시카고=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6일(현지 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발표한 관세 인상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라며,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위험이 동시에 제기돼 중앙은행인 연준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5.04.18.
[시카고=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6일(현지 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발표한 관세 인상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라며,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위험이 동시에 제기돼 중앙은행인 연준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5.04.18.
left swipright swip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5월까지 법적 임기가 남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해임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서 무사히 임기를 마칠지 관심이다.


트럼프는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RB) 국장도 임기가 2년이 남았으나 ‘자발적으로’ 물러나게 했다.

파월 의장은 레이 국장처럼 자신이 첫 임기 때 임명했으나 조 바이든 정부를 거쳐 2기에 들어 사이가 틀어져 물러나게 하려는 것도 공통점이다.

“트럼프, 수 개월 전부터 파월 해임 논의”

트럼프가 제롬 의장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자신의 핵심 정책에 동조하지 않는데다 ‘역린’을 건드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16일 시카고경제클럽에서 트럼프의 관세가 낮은 실업률 속에서 안정적인 물가를 유지해야 하는 연준의 임무를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나아가 “지금까지 발표된 관세 인상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커 경제적 악영향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으며, 여기에는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자율을 낮추지 않는 파월 의장을 겨냥해 “그는 항상 너무 늦고, 나는 그에게 만족하지 않는다”며 “내가 해임하고 싶다면, 그는 정말 빨리 해임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제는 파월 의장이 진실을 말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관세는 세금이기 때문에 관세가 부과된 상품의 가격이 상승한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는 90일간 유예됐지만 전 세계에 10%의 기본 관세도 이전 미국의 평균 관세율 2.4%의 약 4배에 달한다.

WSJ은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로 수개월 동안 평소 불만을 토로해 온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사적인 모임에서 파월 의장을 임기 전 몰아내고 워시에게 맡기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워시 전 이사가 파월 의장을 해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WSJ은 전했다.

연준법은 의장 임기를 4년으로 하고 해임은 위법행위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90년 전 ‘험프리의 (유언) 집행자 대 정부’ 대법원 판례 주목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17일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이 화두가 되면서 90년 전 나온 판폐가 최후의 가드레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그들은 ‘험프리의 (유언) 집행자’로 알려진 1935년 대법원 판례에 의해 보호를 받았다.

1935년 나온 대법원 판결은 ‘험프리의 (유산) 집행자 대 미국 정부’ 사건이다.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이 1933년 윌리엄 험프리 전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자신의 뉴딜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해임한 결정에 대한 판결이었다

험프리 위원장 사망 후 그의 유언 집행자가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이유없이 국장을 해고한 것은 불법 행위라고 판결했다.

이때 ‘이유’는 불법이나 심각한 무능을 포함하는 것으로 널리 해석됐다. 이 판결은 FRB를 포함한 연방 독립기관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막는 보루가 됐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소속의 전 연방준비제도 경제학자 데이비드 윌콕스는 ‘험프리의 집행자’가 FRB의 독립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윌콕스는 “대통령에게 연준 이사 해임 권한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시장 참여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투자자들의 연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외 지금도 진행 중인 ‘험프리의 집행자’ 판결 유사 사례 진행 중

파월 의장 논란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험프리의 집행자’ 판례 적용 여부로 주목받는 사건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가 연방 독립기관인 전국노동관계위원회의 그윈 윌콕스와 공로제도보호위원회의 캐시 해리스를 해임한 사건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윌콕스와 해리스는 트럼프 취임 이후 모두 해고됐다.

그들은 연방법원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그들에게 복직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컬럼비아 특별구 연방 항소법원에 항소해 항소법원은 4월 7일 윌콕스와 해리스의 복직을 지지하는 하급 법원의 결정을 지지했다.

이때 워싱턴 D.C. 순회항소법원은 판결에서 ‘험프리의 집행관 판례’를 구체적으로 인용했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는 윌콕스와 해리스의 복직을 명령한 하급 법원의 명령을 뒤집도록 대법원에 호소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4월 9일 윌콕스와 해리스가 대법원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는 명령을 내렸다.

수 개월 후 법원이 ‘험프리의 집행관’ 판결을 들어 다시 직무에 복귀시켜도 수 개월 동안 직무에서 배제하면 그 자체로 트럼프의 부분적인 승리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험프리의 집행자’ 판례가 해리스와 윌콕스 사건을 거쳐 파월 의장의 임기 보장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일부 법률학자들은 ‘험프리의 집행자’ 판례가 유지된 것은 대법원 판사들이 독립적인 중앙은행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자들은 대법원이 윌콕스와 해리스의 사건에서 트럼프 편을 들더라도 판결에 FRB 이사들을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예외 조항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한다.

투자자, 변호사 파월

파원 의장은 투자 은행가이자 변호사로 2018년 트럼프 1기에 16대 FRB 의장을 맡았다. 워싱턴 DC 출신인 파월은 프린스턴대와 조지타운 법률센터를 졸업했다.

5년간 변호사로 일한 후 1980년대 중반 투자은행으로 방향을 바꿔 칼라일 그룹 파트너 등 여러 금융기관에서 근무했다.

1992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 정부에서 재무부 차관을 지냈다. 2005년 칼라일 그룹을 떠나 사모투자 회사 세 번 캐피털 파트너스를 설립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초당적 정책센터’에서 방문학자로 재직하기도 했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이사가 된 후 트럼프 대통령이 재닛 옐런 후임으로 의장에 임명했다. 정권 교체 후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다시 지명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파월 FRB 의장 해임 논란…90년 전 ‘험프리의 집행자’ 판결 주목

기사등록 2025/04/18 22:48:17 최초수정

많이 본 기사

newsis_c
newsis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