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반출, '관세 카드'로 허용 기류?…내달 결정될 듯

기사등록 2025/04/20 07:30:00

최종수정 2025/04/28 09:50:41

정부, 내달 15일까지 반출 여부 결정해야

구글, 보안시설 블러 처리 등 정부 제안 일부 수용

"국가안보 관련 건인데 대통령 부재 속 결정 안돼" 반발 만만찮을 듯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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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구글이 국내 축척 1대 5000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을 요청한 가운데 정부가 결정 기한 연장 없이 다음 달 안에 반출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미(對美) 무역장벽 중 하나로 거론된 지도 반출 제한을 관세 협상 카드로 내세워 우리 정부가 구글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IT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가 안보와 관련한 민감 사안인 만큼 새 정부 출범 후에 반출 여부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지리정보원(국지원)은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구성해 구글이 신청한 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구글은 지난 2월18일 국지원에 축척 1대 5000 지도를 미국 구글 본사와 해외 소재 데이터센터로 반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구글은 도보·자전거·자동차 길 찾기 기능 등을 제공하려면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지원이 축척 1대 5000 지도를 해외로 보내려면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공간정보관리법)'에 따라 협의체를 구성해 국가 안보 관련 사항을 검토한 뒤 최대 60일 안에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기간엔 토요일과 공휴일이 제외된다. 구글의 신청일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결정 기한은 다음 달 15일이다. 한 차례 60일 연장이 가능해 최종 기한은 8월8일이다.

국토부는 협의체 구성 전 관련 업계와 각 부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 기관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도 반출 제한 태클 건 美…한 대행 "글로벌 스탠다드 맞지 않는 규제 개선해야"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 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 관세를 산정했다. 2025.04.03.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 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 관세를 산정했다. 2025.04.03.

정부가 구글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이 제기된 이유는 통상 환경 변화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상호관세 25%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무역장벽으로 거론된 '망 사용료'와 함께 '지도 국외 반출 허용'을 협상 카드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발표한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을 유일하게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을 제한하는 국가로 지목한 점이 영향을 주고 있다. 이 기관은 "한국은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을 유지하는 전 세계 유일한 시장"이라며 "지난해 12월31일 기준 한국은 외국 기업에 수많은 (반출) 신청을 받았지만 지도나 기타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 허가를 승인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고해상도 지도 반출을 반복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올해 구글의 요청과 상호관세 위협이 맞물리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의 이번 압박을 예년과 다르게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공관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 대통령 권한대행,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4.1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공관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 대통령 권한대행,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4.14. chocrystal@newsis.com

경제·통상 사령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다음 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등과의 만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부가 지도 국외 반출을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남은 임기에 미국 통상 협상을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며 통상 마찰 우려가 있는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 대행은 지난 14일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우리 정부 각 부처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제도와 관행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며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냄으로써 우리 기업도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외국 기업 투자와 국내 진출을 더욱 활성화해서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부재 속 전향적 태도 보인 구글…정치권 "신중히 결정해야"

[서울=뉴시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전쟁기념관 위성지도 사진 비교. 구글 어스(왼쪽)에서는 대통령실 위치와 시설물 사진이 정확히 노출된 가운데 네이버 지도(오른쪽)에서는 보안시설로 분류돼 가림 처리돼 있다. 구글 어스 위성사진은 보안을 위해 기자가 직접 모자이크처리했다. (사진=구글 어스, 네이버 지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전쟁기념관 위성지도 사진 비교. 구글 어스(왼쪽)에서는 대통령실 위치와 시설물 사진이 정확히 노출된 가운데 네이버 지도(오른쪽)에서는 보안시설로 분류돼 가림 처리돼 있다. 구글 어스 위성사진은 보안을 위해 기자가 직접 모자이크처리했다. (사진=구글 어스, 네이버 지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구글이 국내 보안시설 위성사진을 흐리게(블러) 처리하도록 한발 물러선 것도 정부 판단에 영향을 준 요소로 꼽힌다.

2016년 당시 구글은 정부의 지도 반출 허가 조건이었던 구글 어스의 국내 보안시설 위성사진 블러 처리와 국내 서버 설치 제안을 거부했다. 하지만 구글은 이번에 해당 위성사진을 블러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보안시설 좌푯값을 요구한 게 논란이지만 정부가 구글의 전향적인 태도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가 반출 여부를 빠르게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 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안보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구글 지도 반출 여부를 지금 논의하면 안 된다. 새 정부 들어서 대통령 책임 아래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협의체 관계부처인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수장은 공백 상태고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역시 파면된 상황이다. 국가 안보와 관련한 사안인 만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새 정부에서 결정하자는 게 문 의원 설명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상우 장관에게 "국가 안보를 위해서 신중히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강구했다. 박 장관도 "당연히 국익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상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역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나 통상 문제 해결을 위해 안보와 직결된 정밀지도 반출을 허용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특히 정밀지도와 망사용료 등은 미래 첨단 기술 분야와도 직결되는 만큼 통상 문제와는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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