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한국전쟁 기억 따라' 수원 찾은 튀르키예 소령

기사등록 2025/04/16 17:58:55

최종수정 2025/04/16 19:46:25

참전용사였던 조부의 유품 '에뮬렛' 공개

'앙카라학원 아카이브' 수집 연구 본격화

[수원=뉴시스] 유엔군 사령부(UNC) 소속 네덜란드 왕립 육군의 에크렘 카라데니즈 소령. (사진=수원시정연구원 제공) 2025.04.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유엔군 사령부(UNC) 소속 네덜란드 왕립 육군의 에크렘 카라데니즈 소령. (사진=수원시정연구원 제공) 2025.04.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에 최근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그 주인공은 유엔군 사령부(UNC) 소속 네덜란드 왕립 육군의 에크렘 카라데니즈 소령이다.

튀르키예 출신인 그는 수원학연구센터가 진행 중인 '앙카라학원 아카이브 수집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이달 4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센터를 찾았다. 그는 약 4개월 동안 우리나라에 파병됐다가 이번 주를 끝으로 임무를 마치고 돌아간다.

이번 방문이 그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은 3대에 걸친 가족사와 함께 70여 년 전 수원에서 시작된 기억의 조각들을 들고 왔기 때문이다.

카라데니즈 소령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수원에 주둔하며 활동한 튀르키예군 참전용사의 손자다. 그의 할아버지는 당시 수원에 세워진 고아교육시설 '앙카라학원'과 깊은 인연이 있다. 이 학원은 튀르키예군이 전쟁 고아를 보호하고 교육하기 위해 직접 설립한 공간으로, 지금도 수원시민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상징적인 장소다.

"튀르키예에서는 아이들을 신성하게 여긴다. 전쟁 중에도 군인들이 아이들을 정성껏 돌봤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풀어놓았다. "고아들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앙카라학원이 세워졌고, 그곳에서 많은 아이들이 보호받고 자랐다"
[수원=뉴시스] 에크렘 카라데니즈 소령이 공개한 튀르키예 국기 모양의 손바느질 주머니. 한국전쟁 당시 참전군이었던 할아버지에게 앙카라학원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선물로 건넸다.. (사진=수원시정연구원 제공) 2025.04.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에크렘 카라데니즈 소령이 공개한 튀르키예 국기 모양의 손바느질 주머니. 한국전쟁 당시 참전군이었던 할아버지에게 앙카라학원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선물로 건넸다.. (사진=수원시정연구원 제공) 2025.04.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카라데니즈 소령은 할아버지가 직접 촬영한 한국전쟁 당시 사진 40여 장과 자신이 따로 모아온 옛 튀르키예 뉴스기사 50여 종을 함께 공개했다. 이 가운데는 제1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각각 참전한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지니고 다녔던 부적(에뮬렛)도 포함됐다.

이 부적은 튀르키예 국기 모양의 손바느질 주머니로, 앙카라학원 학생들이 당시 참전군이었던 할아버지에게 이를 직접 만들어 건넨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이었다.

그는 현재 네덜란드에서도 청소년 대상 한국전쟁 강연을 진행하며 튀르키예군의 활동과 앙카라학원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원 서호초등학교에서도 직접 강연을 열고, 앙카라형제회 관계자들과도 교류하며 기억을 이어갔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가 들려준 외국인 참전용사의 이야기들은 이제 수원에서 한국전쟁 당시 지역사(史)의 실마리를 풀어줄 소중한 기록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수원학연구센터 관계자는 "카라데니즈 소령의 방문은 단순한 자료 기증이 아닌 수원의 전쟁사와 국제 교류사에 있어 중요한 실마리를 되짚는 계기"라며 "앞으로도 국내외 인물들과 협력해 앙카라학원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는 아카이브 사업을 적극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할아버지 한국전쟁 기억 따라' 수원 찾은 튀르키예 소령

기사등록 2025/04/16 17:58:55 최초수정 2025/04/16 19:46:25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