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직권지정 중복 부담 완화
감사인 지정 방식 손질…"인력·규모보다 감사품질"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당국이 상장사들의 주기적 지정과 직권 지정 중복 부담을 완화한다. 주기적 지정 감사를 받는 3년 중 직권 지정 사유가 추가로 발생하더라도 지정 기간을 연장하거나 감사인을 추가 교체할 필요가 없게 된다. 밸류업 우수 기업엔 감리·제재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외부감사규정)' 일부개정안 규정변경예고를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외부감사규정 개정안은 28일까지 규정변경 예고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융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확정·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기업 지정유예 방안'의 후속조치로서 지정유예 근거 및 유예대상 평가 기준 등을 반영했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은 회계·감사 관련 지배구조 우수 기업들에 한해 주기적 지정을 3년 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이 6년 간 외부감사인을 자유 선임한 이후 감사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3년 간은 금융당국이 지정한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개정안은 주기적 지정 유예를 위해 회계·감사 지배구조에 관한 5대 평가 분야인 ▲감사기능 독립성 ▲감사기구 전문성 ▲회계 감사 시스템 실효성 ▲감사인 선임 절차의 투명성 ▲회계 투명성 제고 노력에 대해 17개 평가 세부항목을 담았다. 또 주기적 지정 유예 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전문적으로 평가할 회계·감사 지배구조 평가위원회 설치 근거를 명문화했다. 평가위원은 평가 대상 회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제척·회피·기피 의무가 있다.
주기적 지정제가 회계·감사 우수 기업에 한해 대폭 완화된 데 이어 금융당국은 직권 지정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추가했다.
그동안 상장기업이 주기적 지정 감사를 받고 있는 3년의 기간 중 직권 지정 사유가 추가로 발생하면 주기적 지정 감사를 다 마친 후 다시 3년 간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직권 지정)해줬다. 그러나 이미 금융당국이 직접 지정한 독립적인 외부 감사인의 감사를 받고 있음에도 일률적으로 직권지정을 추가로 조치함에 따라 지정 기간이 자나치게 길어지고 감사인의 잦은 교체로 감사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앞으로는 주기적 지정 기간 중 직권지정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현재의 감사인 문제가 아니면서 회계 부정이나 부실 감사와 관련성이 없는 경우, 지정 기간 연장이나 감사인 추가 교체 없이 현재의 주기적 지정에 따른 감사인이 계속 감사하도록 개선된다.
예를 들어 현재는 주기적 지정 3년차에 직권 지정 사유가 발생하면 3년이 추가돼 총 6년으로 지정 기간이 연장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3년차에 사유가 발생해도 추가로 연장되는 기간 없이 주기적 지정 3년만 채우면 된다.
대신 금융당국은 현재의 지정감사인에게 직권 지정 사유 발생 사실을 통지해 감사 절차 수립·이행시 관련 위험을 엄정하게 고려하도록 할 예정이다. 감리 조치, 관리 종목 지정, 내부회계 부실 운영, 최대주주의 잦은 변경 등 사유가 발생했을 땐 기존과 동일하게 추가로 감사인을 지정해야 한다.
비상장사 직권 지정시에는 기업 선택권을 보장해주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 규정상 비상장사 등에 대해서는 직권 지정 기간을 1~2년으로 하고 있는데 지정 기간이 종료되면 의무적으로 감사인을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감사인이 자주 교체돼 해당 기업·산업 이해도가 낮은 감사인이 선임되고 감사 품질이 저하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원할 경우 지정 시점에 3년 간 동일 감사인에게 지정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연장 선택권을 도입한다.
밸류업 우수 표창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제재 감경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금융위는 다음달부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준수 노력을 기울인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밸류업 우수 기업 표창을 실시할 계획이다. 표창 기업 선정시 지배구조 취약 회사는 선정 대상에서부터 배제하고 회계 정보에 기초한 재무지표 등의 공시 수준과 양호한 지배구조를 갖췄는지 등을 엄정하게 심사하는 만큼 회계 감리 및 제재 인센티브 제공 근거를 신설한다.
장관급 표창 기업에 대해서는 향후 3년 간 감리 결과에 따른 조치 수준을 1단계 감경하고 과징금도 10% 내에서 1회 한정 감경할 수 있는 관련 근거를 신설한다. 현재 공인회계사가 10년 내에 장관급 표창을 받거나 금융감독원 표창을 받은 경우 1단계 감경 사유로 적용하고 있다.
다만 고의적 회계분식 등 중대한 회계 기준 위반 회사는 인센티브 제공 대상에서 제외한다.
아울러 대형 회계법인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회계법인의 감사인 지정 점수 적용 방식을 손질한다.
현재 감사인 지정은 회계법인별로 공인회계사 수, 품질관리 수준 등에 따라 감사인 점수를 산출하고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자산규모가 큰 기업의 감사인을 지정한다. 이때 회계법인을 소속 회계사 수, 품질 관리 인력, 손해배상 능력 등에 따라 4개 군으로 분류하고 각 군별로 지정 가능 기업을 제한한다. 예를 들어 대형 회계법인 빅4 '가'군은 모든 회사를 지정받을 수 있지만 '나'군은 자산 2조원 미만, '라'군은 1000억원 미만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빅4 회계법인에 대한 지정 회사 비중이 절반을 넘어가면서 빅4 회계법인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이 배정될 때마다 일정 비율로 점수를 차감하는데, 감사 위험, 감사 투입 필요 인력, 감사 보수 등에 큰 차이가 있는 자산 2조원 이상 회사들 간에 차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점수 차감폭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해 감사인 지정점수를 차감할 때 적용하는 가중치(규모별 가중치)를 감사보수 및 감사투입시간, 그간의 감사품질 개선수준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차등화하기로 했다. 자산 5조원 및 10조원 이상 구간을 신설하고 5~10조원은 가중치 4배, 10조원 이상은 가중치 5배를 적용(자산 2~5조원 구간은 현재와 동일하게 가중치 3배 적용)한다.
또 이와 별개로 감사인 지정 기준 및 방식을 회계법인의 '인력·규모'에서 '감사품질'과 '산업 전문성'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이달부터 감사인 지정방식 개편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예정이다. TF는 감사품질이 우수한 회계법인, 특정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높은 회계법인에게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해 회계법인 간 감사품질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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