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345개교 체험학습 변경·취소, 제도 미흡 위축
해외는 법·제도로 보호, 한국은 교사 개인 책임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본격적인 수학여행철이 시작된 7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대형차량 전용 주차장에서 학생들이 전세버스로 향하고 있다. 2025.04.07. woo122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4/07/NISI20250407_0020762690_web.jpg?rnd=20250407100529)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본격적인 수학여행철이 시작된 7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대형차량 전용 주차장에서 학생들이 전세버스로 향하고 있다. 2025.04.07. woo1223@newsis.com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현장체험학습은 교육적 가치가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와 책임 문제로 교사와 학부모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에 교육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안전한 체험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교사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현실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교사 책임 문제가 확산되면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경기도 초중고 현장체험학습 현황을 보면 총 2538개 초중고 가운데 345개교(13.6%)가 올해 체험학습 일정을 취소 또는 변경했다.
이 중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한 곳은 초등학교 198개교, 중·고등학교 44개교에 달한다. 대신 이렇게 취소한 학교들은 '학교 안으로 찾아오는 체험학습' 형태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정 변경 학교들 중 상당수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 개정안 시행일(6월21일) 이후로 연기했다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이는 해당 개정안 시행에 따라 학생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교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많은 학교들이 교사 책임 면제 조항이 포함된 학교안전법 시행일 이후로 일정을 미루고 있다"며 "아직 세부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법 시행으로 최소한의 보장은 된다고 학교들이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교사의 법적 불안'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학습 기회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경기교사노조가 지난 2월 도내 교사 16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체험학습 관련 학교현장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장체험학습 인솔시 사고 위험에 대한 부담을 느끼냐'는 물음에 응답 교사 100%가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현장체험학습 인솔 시 담임교사로서 어려운 점을 묻는 문항에는 ▲안전사고에 대한 법적 분쟁 우려 1659명(42%) ▲학교폭력 및 교우관계 문제 발생에 대한 지도 어려움 915명(23%) ▲악성 민원에 대한 부담 764명(19%) ▲ 과도한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 591명(15%) 등 순을 보였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들은 현재의 교육청의 안전 시스템에서는 학생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여기고 있다"며 "그러기에 설문에 응답한 100%의 교사들은 여전히 안전상의 문제로 현장체험학습 추진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선진국들은 체험학습을 법령과 지침 속에 '정규교육의 일부'로 제도화하며 교사와 학생을 동시에 보호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영국은 현장체험학습을 '교육 방문'(Educational Visits)으로 명시하고 정부 지침을 통해 위험 수준에 따라 사전 동의, 안전 관리, 코디네이터 지정 등의 기준을 제시한다.
특히 스포츠형 체험학습의 경우 자격을 갖춘 인솔자 동행이 필수이며 활동 기관이 '교실 밖 학습위원회'(CLOtC)의 품질인증(LOtC)을 받은 곳인지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영국의 대표적인 현장체험학습 전문 비영리기구로, 품질 기준과 안전관리 지침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교사 책임 문제가 확산되면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경기도 초중고 현장체험학습 현황을 보면 총 2538개 초중고 가운데 345개교(13.6%)가 올해 체험학습 일정을 취소 또는 변경했다.
책임은 교사에게, 보호는 없다
또 일정 변경 학교들 중 상당수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 개정안 시행일(6월21일) 이후로 연기했다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이는 해당 개정안 시행에 따라 학생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교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많은 학교들이 교사 책임 면제 조항이 포함된 학교안전법 시행일 이후로 일정을 미루고 있다"며 "아직 세부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법 시행으로 최소한의 보장은 된다고 학교들이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교사의 법적 불안'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학습 기회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경기교사노조가 지난 2월 도내 교사 16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체험학습 관련 학교현장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장체험학습 인솔시 사고 위험에 대한 부담을 느끼냐'는 물음에 응답 교사 100%가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현장체험학습 인솔 시 담임교사로서 어려운 점을 묻는 문항에는 ▲안전사고에 대한 법적 분쟁 우려 1659명(42%) ▲학교폭력 및 교우관계 문제 발생에 대한 지도 어려움 915명(23%) ▲악성 민원에 대한 부담 764명(19%) ▲ 과도한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 591명(15%) 등 순을 보였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들은 현재의 교육청의 안전 시스템에서는 학생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여기고 있다"며 "그러기에 설문에 응답한 100%의 교사들은 여전히 안전상의 문제로 현장체험학습 추진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는 제도로, 한국은 사람으로
특히 스포츠형 체험학습의 경우 자격을 갖춘 인솔자 동행이 필수이며 활동 기관이 '교실 밖 학습위원회'(CLOtC)의 품질인증(LOtC)을 받은 곳인지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영국의 대표적인 현장체험학습 전문 비영리기구로, 품질 기준과 안전관리 지침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봄기운이 완연한 9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5.04.09. woo122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4/09/NISI20250409_0020765797_web.jpg?rnd=20250409120131)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봄기운이 완연한 9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5.04.09. woo1223@newsis.com
독일은 '학급여행'(Klassenfahrt)으로 불리는 현장체험학습을 교육법상 학생의 의무활동으로 간주하며, 교사는 공적 임무 수행으로 보호를 받는다. 또 체험학습 기간에 학생에게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는데, 많은 연방주가 현장학습 시 알코올 및 흡연을 금지하며 위반 시 귀가 조치나 퇴학 등 징계까지 가능하다.
미국의 현장체험학습(Field Trip)은 주 및 교육구(school district) 차원에서 정책이 정해지는데 각 교육구는 자체 현장학습 지침을 가지고 있으며 학교는 이를 따라야 한다. 각 교육구마다 최소 성인 대 학생 비율을 정해놓고 있다. 또 현장학습 안전계획과 비상연락망을 작성해야 하며 인솔 성인은 항시 학생들의 비상 의료정보를 소지한다.
일본의 현장체험학습은 비숙박형 현장학습으로 소풍 형태를 띄는 '엔소쿠'(遠足)와 '사회과견학'(社会科見学)이 있고, 숙박형으로는 '수학여행'(修学旅行), '생활합숙'(林間学校) 등이 대표적이다. 학년별 필수 행사로 인식돼 대부분의 학교가 정례적으로 시행하는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사전 답사를 다녀와서 위험요소를 점검하고 대책을 세운다.
이처럼 해외 주요국이 체험학습을 정규교육으로 제도화하고 안전과 질을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사고 발생 시 교사 책임 범위가 불분명하고, 명확한 면책 기준도 없어 아직도 교사 개인의 희생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사의 부담을 덜어야 체험학습이 계속된다
우선 중앙 차원에서는 교육부 또는 국가 교육기관 주도로 표준 운영 지침, 공공 품질 인증제, 통합 플랫폼 구축 등 체험학습 전반을 총괄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사와 학교가 의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현장의 실질적 실행력은 결국 지역 단위에서 결정된다. 시도교육청마다 지역 실정과 체험 자원이 다르기 때문에 중앙 지침만으로는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기 어려워서다. 이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에도 전담 지원 조직을 설치해 ▲체험처 안전성 점검과 교육 효과 검토 ▲교사 대상 연수 운영 ▲학교별 맞춤형 상담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내 교원단체들도 지난해 12월 공동 성명을 통해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체험학습에 필요한 계약과 보조인력 배치, 장소 사전점검, 업체 인증과 질 관리 등 학교의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전문 행정기구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교사가 교육과 학생 지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체험학습 운영 전반에 대한 실질적 행정 지원 체계를 마련하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현장체험학습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안전법'의 실효성 있는 세부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 개정된 학교안전법은 교사에게 '주의의무를 다한 경우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의의무'의 구체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는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교사들이 여전히 법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한계를 짚었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중앙은 시스템을 설계하고, 시도교육청은 실행력을 책임져야 진정한 체험학습 안전망이 만들어진다"며 "이제 교사가 책임지는 체험학습이 아닌 국가와 제도가 함께하는 체험학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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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들의 불안과 현장의 요구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현장체험학습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내부 논의와 관련 부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기준 마련과 시도교육청과의 협의회 개최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