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만 개 가상계좌 유통…신협·PG사 조직적 공모 정황 속속 드러나
불법도박 커뮤니티가 인정한 ‘신협=핵심 통로’

불법도박 커뮤니티에는 신협 가상계좌와 관련된 온라인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의 글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사진=도박없는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주=뉴시스]홍춘봉 기자 = 자산 150조원 규모의 대표 서민금융기관인 신협은행이 가상계좌 문제로 시험대에 올랐다.
강원도 원주와 대구 소재 신협을 중심으로 43만개가 넘는 가상계좌 중 상당수가 불법도박 사이트의 자금 창구로 악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불법도박 업계에선 “신협 없으면 사업 접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10일 국회 A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월부터 9월까지 원주의 한 신협에서만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를 통해 35만개 이상의 가상계좌가 발급돼 5조원대의 자금이 오갔다.
이어 대구 지역 2개 신협에서도 8만개 계좌를 통해 1조원 이상의 도박 자금이 움직인 것으로 금융감독원의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시중은행과 달리, 신협은 각 지점이 지역 독립 운영체계로 PG사(결제대행사)와 직접 계약만 맺으면 손쉽게 가상계좌를 발급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구조의 허점을 이용해 신협과 PG사가 관련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본보 취재를 종합한 결과, 국내 최대 불법도박 커뮤니티 구글의 '오토*' 사이트**에는 지난해 5월부터 수백 건 이상의 신협 가상계좌 관련 글이 자유게시판에 게시돼왔다.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가상계좌 최신 정보를 구글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얻고 있다.(사진=도박없는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커뮤니티는 불법도박 운영자들 사이에서 “가상계좌 구입과 공유의 성지”로 통한다.
게시글 중에는 “신협 가상(계좌) 말이 많네요, 원주 이어 대구서도 터졌네요”, “가상은 PG사가 중요하지만 신협 정도면 은행은 문제 없다”, “신협 가상 구해요, 빠르게 DM주세요”, “신협 점검 언제 끝나나요?”등 노골적인 거래 요청과 내부 정보 공유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신협 내부 시스템 점검 시간과 업무 재개 일정까지 업자들이 사전에 파악해 커뮤니티 내에 공유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는 PG사뿐 아니라 신협 내부자와의 정보 공유 가능성까지 시사한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문제의 PG사와 가맹점은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사업자 정보와 실제 주소지만 확인해도 유령이라는 것이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협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이미 수개월 동안 천문학적 거래가 이뤄진 뒤인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건 사실상 공모”라며 “신협은 불법도박에 단순히 이용당한 피해자가 아니라, 적극 가담한 공범이라는 것이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신협중앙회는 여전히 “내부적으로 사실 확인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불법자금의 흐름은 PG사의 매출과 가맹점의 회계 장부만 보면 단기간에 확인 가능한 사안임에도,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협은행 강원 원주S 본점에서 발급한 가상계좌 는 불법 온라인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공공연하게 온라인에 홍보를 하며 청소년들까지 도박에 오염시키고 있다.(사진=도박없는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업계 관계자들은 “신협의 가상계좌 시스템은 사실상 ‘불법도박 생태계’의 인프라”라며 “이 사안을 방치할 경우, 제2금융권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물론, 금융감독 시스템 자체의 무력함을 드러내는 셈”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