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예금 상품 허용"…증권사 수익구조 바꾼다

기사등록 2025/04/09 10:00:00

8조 이상 대형證, 원금지급형 투자상품 'IMA' 출격

부동산 쏠림 완화…종투사 모험자본 공급 의무화

발행어음·IMA 통합 한도, 자기자본 300% 이내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이르면 내년 투자자 원금이 지급되는 증권사 실적배당형 계좌가 출시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들은 2017년부터 발행어음업에 진출해 자기자본 200% 이내로 일반 고객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8조원 이상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로 자기자본 100%까지 추가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단, 금융당국은 대형 증권사의 모험자본·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 발행어음과 IMA로 조달한 자금의 25%를 모험자본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한다. 손쉽게 단기 수익을 추구해온 부동산 투자는 한도를 단계적으로 낮춰 대형 증권사의 수익 구조를 글로벌 투자은행(IB)에 걸맞게 바꾼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쏠림' 증권사 수익구조 바꾼다…종투사 모험자본 공급 의무화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9일 10개 종투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종투사 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한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성숙기에 접어든 우리 경제가 활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한 열쇠가 자본시장에 있다"며 "자본시장의 조성과 발전에 있어 핵심을 담당하는 증권업이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업은 외형 성장과 자금 공급 규모 확대 등 그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지적되고 있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인수합병(M&A), 채권, 주식 등 기업금융(IB) 업무 영역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반면 국내 종투사는 수익·자산 구조가 일반 증권사와 전반적으로 유사하고 IB 업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에 치중돼 있어 적극적인 모험자본 공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험자본이란 대기업 외 중소·중견기업 자금 공급, 신기사·벤처캐피탈(VC) 등 투자, 코넥스 주식 투자 등을 포함하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종투사 10곳의 총자산 중 모험자본 비중은 2.23%(12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종투사 IB 업무 수익 중에서도 부동산 채무보증 비중이 48.4%를 차지한다. 이는 증권사 전체의 수익 구조와 유사한 수준으로, 그간 종투사들이 모험자본 공급 역할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동산 채무보증은 증권사들이 손쉽게 단기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분야였는데, 2022년 하반기 채권시장 불확실성 확대를 통해 증권업계의 부동산 쏠림과 리스크 관리 문제가 노출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종투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금융과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기업 신용공여, 발행어음 및 IMA 제도 전반을 개편했다.

우선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투사의 신용공여 범위를 조정해 기업 자금공급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금융회사 대상 신용공여는 제외하고, 특수목적법인(SPC)에 대한 신용공여는 IB 업무가 수반된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한다. 현재 3조원 이상 종투사는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 200% 한도까지 주어지는데, 기본 100%에 추가로 중소기업·IB 업무 관련해 100% 한도가 더 주어진다.

자기자본 대비 기본 100%에 추가로 주어지는 신용공여 한도를 M&A, 리파이낸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재무구조 개선 기업과 중견기업 대상 신용공여 및 상생결제 관련 신용공여도 추가 신용공여 한도 대상에 포함해 종투사의 기업 구조조정 참여 및 중견·중소기업 지원 기능을 확대한다.

아울러 발행어음은 총 조달액의 25% 규모를 모험자본에 공급하도록 의무화한다.

발행어음 제도 개선.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발행어음 제도 개선.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현재 발행어음 조달액은 대기업 포함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50% 이상, 부동산에 30% 이하로 운용하고 있다. 모험자본은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또는 주식 투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매입, 상생결제, VC·신기사·하이일드펀드 투자 등이 포함된다.

반면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한도는 현행 30%에서 내년 15%, 2027년 10%로 점진적으로 하향한다. 한편 발행어음을 투자성 상품으로 명확히 규정해 예금성 상품보다 설명의무를 강화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엄격히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8조 이상' 證, 원금지급형 IMA 진출 열려…발행어음과 통합 300% 한도

실제 영위 사례가 없는 IMA 제도도 구체화한다. IMA는 고객 예탁 자금을 통합해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70% 이상투자하고 운용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좌다. 이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에게 허용되는 업무다.

금융위는 IMA가 증권사 신용으로 원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상품임을 명확히 했다. 이는 예금보험공사가 원금을 보장하는 예금성 상품과는 다르지만 증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란 의미다.

또 만기·성과 보수 등 상품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단, 만기가 설정된 경우 만기시에만 원금이 지급되며 투자자가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에는 운용 실적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원활한 기업금융 공급 수단이 될 수 있도록 만기 1년 이상인 상품을 70% 이상 구성하도록 했으며 발행어음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 한도는 10%로 즉시 하향하고, IMA 운용자산 25% 규모는 모험자본 공급 의무가 적용된다.

종투사의 운용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모펀드에 적용되는 5% 시딩(seeding) 투자 의무를 IMA에도 도입한다. 또 주기적으로 운용보고서를 교부해 투자자에게 IMA 운용 정보를 제공하고 신탁과 마찬가지로 고유재산 거래 및 자전거래 제한을 적용한다.

발행어음과 IMA의 통합 한도는 300%다. 현재 IMA는 한도 없이 무제한 발행할 수 있게 돼있지만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발행어음 200% 한도에 IMA 추가 100%까지로만 제한하기로 했다.

손실충당금 제도도 내실화해 고유재산을 통해 IMA 운용 자산의 5%를 손실충당금으로 우선 적립하고 IMA 운용자산에 평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만큼 추가 적립하도록 한다. 손실충당금이 충분히 적립된 경우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출시 IMA 운용자산은 50%만 반영해 운용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증권업계에선 만기가 설정되고 원금이 지급되며 초과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중장기(2~7년)·중수익(3~8%) 목표 IMA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목표 수익률 수준에 따라 회사채, 기업 대출, 메자닌 투자, 벤처 투자 등 다양한 기업금융·모험자본 공급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품 예시를 보면 1~2년 '저수익 안정형' 상품의 목표 수익률은 연 3.5~3.7%다. 이 상품은 A급 이상 기업 대출, 회사채, A2급 이산 전자단기사채 등 우량 대·중견기업과 국외 우량기업 등 수익변동성이 낮은 대상에 투자한다.

연 4.8~6.6%의 고수익 투자형은 만기가 3~7년으로 더 길다. 이는 중견·중소·벤처 지분이나 회사채에 투자하며 글로벌 B급 이상 회사채, 국내외 대체투자 등 높은 수익 변동성에 투자한다.

3분기부터 종투사 지정 재개…신규 지정시, 1년 내 상품 출시 조건

그간 증권업계가 현행 지정 요건에 따라 종투사 지정을 준비해온 만큼 금융당국은 올해 3분기 4조원(발행어음) 및 8조원(IMA) 종투사 신청을 접수받고 현행 요건에 따라 지정할 예정이다.

또 실질적으로 지정 수요가 반영될 수 있도록 1년 이내 발행어음·IMA 출시 조건을 부과한다.

올해 이후에는 지정 요건을 강화하고 단계적 지정을 적용한다.

가장 핵심적인 요건인 자기자본은 연말 결산 기준으로 연속 2기간 충족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사업계획과 제재 이력 요건을 신설한다. 현재 4조원 종투사의 발행어음 단기금융업 인가가 대주주 요건 심사를 필요로하는 만큼 8조원 종투사에도 대주주 요건을 도입한다.

기업금융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3조원 종투사, 발행어음, IMA 각 단계마다 2년 이상 영위하도록 할 예정이다. IMA 지정시에는 발행어음 관련 모험자본 공급 의무 등 운용 규제 준수 여부를 반영한다.

현재 4조원 이상 종투사 5개사 중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을 영위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4곳이다. 삼성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이슈로 발행어음 인가는 받지 못했다. 3조원 이상 종투사는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총 5개사다. 아직 8조원 이상 종투사는 없으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한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증권사 해외진출 지원…지주 증권사 연결 BIS 산출도 개선

증권사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기업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파생결합증권·사채의 건전성 관리 강화도 추진한다.

먼저 증권사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점포 수익 비중은 4.1%에 불과해 아직 초기 단계다.

이에 해외 자회사의 현금성 이익잉여금을 3개월 유동성비율 산출시 유동자산으로 인정하고 해외 현지법인이 투자적격등급(BBB- 이상) 국가의 대표지수에 편입된 주식에 투자할 경우 순자본비율(NCR) 개별위험값을 12%에서 8%로 인하해준다.

은행지주회사에 속한 증권사는 NCR 비율 규제 외에도 은행지주 대상 연결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규제가 함께 적용됨에 따라 NCR 위험값이 낮아도 BIS 위험값이 높으면 적극적인 투자가 곤란한 측면이 있다. 이에 은행지주 연결BIS 비율 산출시 증권업의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검토·추진한다. 상세 내용은 3분기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사 고유분 외화증권에 대한 집중 예탁 의무도 폐지한다. 증권사의 고유분·투자자분 보유 증권은 안전한 보관과 법적 권리 보장을 위해 예탁원에 예탁해야 하며 외화증권은 해외 보관 기관에 개설된 예탁원 명의의 계좌에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담보 제공 등 증권의 활용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어, 증권사가 고유재산으로 보유한 외화증권을 외화 자금조달 등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외 보관기관에 증권사 명의의 계좌 보관을 허용한다.

또 종투사 전담중개업무(PBS) 대상을 확대한다. PBS는 펀드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자산관리, 대차, 총수익스왑(TRS)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말한다. 현재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투사는 펀드, 사모펀드(PEF), 기금·공제 등을 대상으로 PBS를 영위할 수 있는데, 자본시장법상 펀드에 해당하지 않으나 실질이 유사한 VC, 리츠, 신기술조합 등에 대해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아울러 파생결합증권과 파생결합사채의 건전성 관리를 강화한다. 증권사의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사채·발행어음과 달리 파생결합증권·사채는 투자상품인 만큼 고유재산과의 혼용을 최소화하고 발행규모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어서다. 이에 파생결합증권의 내부 대여 한도를 내년 20%에서 2027년 10%로 점진적으로 제한한다.

금융위는 "후속조치는 대부분 시행령·규정 개정 사항으로 2분기 중 예고해 연내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며, 기업 신용공여 범위와 관련한 일부 법률 개정사항은 하반기 중 법안 발의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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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5/04/09 10: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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