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형사재판 판결문 입수…타인 정보 민사소송에 활용
1심서 벌금형, 2심도 항소 기각…대법, 파기환송
대법 "법원의 재판사무와 행정사무는 구분해서 판단해야"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재판사무의 일환으로 법원이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명시된 '개인정보처리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13일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고 기소된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의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A씨는 지난 2020년 자신의 형사사건 재판기록을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대전지법에 '재판기록 열람, 복사·출력' 신청을 하고, 법원으로부터 공동 피고인인 B씨의 성명, 생년월일, 전과사실이 기재된 다른 사건 판결문 사본을 제공받았다.
이후 A씨는 자신과 B씨 사이의 민사소송에 관한 탄원서에 첨부해 태안군법원에 제출함으로써 B씨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법원을 개인정보처리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개인정보보호법에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만큼 A씨에게 재판 관련 정보를 제공한 법원을 개인정보처리자로 판단해야 하는 지가 핵심이었다.
1심에서는 A씨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역시 법원은 개인정보처리자로 판단하고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A씨)은 피해자(B씨)와 공사도급 관계가 얽히면서 여러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나, 이는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독립적인 양형 조건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러한 사정이 범행의 배경으로 일부 참작돼 원심의 선고형이 결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판단 사유를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대법원은 판례에 따라 법원이 재판사무를 처리한 것은 쟁송을 해결하거나 국가형벌권을 실현하기 위한 재판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처리하더라도 법원을 개인정보처리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판례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명시된 공공기관에 법원이 포함되지만 법원의 고유 업무인 재판사무와 행정사무는 구분돼야 하고, 재판사무를 담당하는 법원(수소법원)의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에서도 피고인은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 또는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재판사무를 담당하는 수소법원이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재판기록을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했더라도,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형사사건을 담당한 수소법원은 소송계속 중 재판사무의 일환으로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피고인이 재판기록을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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