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1만3000명 동의
호감 쌓은 뒤 성적 착취…'디지털 그루밍' 취약
서류 복잡하고 보호조치 짧아…"범죄 방조"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초등학생'을 검색했을 때 참여할 수 있는 채팅방.(사진=카카오톡 캡쳐) citize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3/31/NISI20250331_0001805521_web.jpg?rnd=20250331144910)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초등학생'을 검색했을 때 참여할 수 있는 채팅방.(사진=카카오톡 캡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초등학생의 카카오톡 오픈채팅 기능 이용 제한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1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익명 채팅을 이용해 아동·청소년에게 호감을 얻은 뒤 성적 착취를 가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연령 제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국회전자청원 누리집에 따르면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초등학생 카카오톡 오픈채팅 이용제한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에 이날 오전 10시 기준 1만3000명이 넘는 누리꾼이 동의했다.
자신을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밝힌 청원인 A씨는 "초등학생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 기능을 통해 성인들이 있는 채팅방에 무분별하게 참여하는 위험한 상황을 목격했다"며 "초등학생(만 13세 미만) 계정에서는 별도의 신청 없이 오픈채팅 기능을 비활성화할 수 있도록 강제적인 보호 조치를 도입해달라"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이어 "오픈채팅은 익명성이 보장돼있어 초등학생이 나이를 속이거나 성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환경이 조성된다"며 "모든 부모가 자녀의 오픈채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맘카페 등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자녀가 오픈채팅을 하는 것을 알게 됐지만 보여달라고 하니 비밀번호를 걸었다", "매번 감시할 수도 없어 걱정",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다 타겟이 될까 걱정"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는 초등학생을 비롯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달 초 검찰은 오픈채팅방에서 알게 된 초등학생을 여러 차례 간음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7월을 구형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여자 초등학생을 룸카페로 데려가 성범죄를 저지른 40대 남성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에 따르면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가 33.7%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를 인터넷으로 알게 된 수단도 '채팅앱(어플리케이션·36.7%)이 대다수였다.
디지털 그루밍은 채팅앱 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신뢰를 쌓고, 성적 요구나 부적절한 행동 등 성적 착취로 이어지는 범죄다. 가해자들은 주로 접근이 쉬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활용해 초등학생 등을 표적으로 삼는데 이를 방지할만한 차단 기능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현재 카카오톡은 만 19세 미만 이용자 본인의 요청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 및 이용자 본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 오픈채팅 서비스 일부 기능의 이용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보호조치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서류 절차가 복잡하고 부모가 직접 신청해야 하며 보호 조치 기간이 6개월로 한정돼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아동·청소년 성범죄 신고 항목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신고 인입 시 이용 영구 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와 권리가 충돌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운영정책 및 관련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그루밍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규제를 마련하지 않는 것은 범죄를 방조하는 행위"라면서 "최소 일정 이하의 연령대는 오픈채팅을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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