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협상 믿지 않는 우크라군, 전투 결의 여전"-NYT

기사등록 2025/03/28 10:00:46

최종수정 2025/03/28 10:12:24

병력·화력 열세 불구 러군 진격 3년 내내 막아와

쿠르스크 탈환 러군 재투입 땐 상황 변화 가능성

"살기 위해 싸우는 우리에게 평화 강요할 수 없다"

[차시우야르=AP/뉴시스] 지난 1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차시우야르 인근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120㎜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정부가 추진하는 휴전 협상이 성공할 것으로 믿는 우크라이나군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5.03.28.
[차시우야르=AP/뉴시스] 지난 1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차시우야르 인근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120㎜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정부가 추진하는 휴전 협상이 성공할 것으로 믿는 우크라이나군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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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최전선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지속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격렬한 전투 지속이 휴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인 한편으로 우크라이나 군이 협상이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것도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제33기계화여단 지휘관 드미트로 팔리사 대령은 병사들에게 휴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갖지 말도록 지시한다.

그는 “사람들이 긴장을 풀고, 생각이 많아지고, 장밋빛 안경을 쓰고, 내일은 더 쉬울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는 멈추라는 명령을 받을 때까지 계속 사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휴전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우크라이나 병사들과 민간인들은 항구적 평화가 달성될 것으로 믿지 않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가 새 공세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최대한 압박을 가한 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최후통첩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병력, 화력 열세에도 러군 진격 저지

우크라이나군은 모스크바가 힘의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게 애쓰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여전히 수적으로 열세이며 화력에서도 밀리는 상태다. 3년 넘는 전쟁 내내 그래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올해 러시아의 진격을 대체로 저지했다.

군사 분석가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 전선 대부분에서 러시아군이 진격하지 못하는 상태다. 

우크라이나 병사들과 군 지휘관들은 드론을 사용하는 새 통합 방어 전략, 급변하는 위협에 대한 빠른 적응, 러시아군의 피로감, 지상군 신임 지휘관 미하일로 드라파티 장군 취임 뒤 사기 개선 덕분에 전선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팔리사 대령은 “전쟁 규칙이 계속 바뀌고 있고 우리는 끊임없이 적응해야 한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다음 날의 새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달 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 점령지 대부분에서 밀려나면서 전투 양상이 다시 바뀔 전망이다. 쿠르스크 탈환에 투입됐던 러시아 병력 수만 명이 다른 전선에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쿠르스크 탈환 러군, 우크라 전선 재투입될 듯

우크라이나 제43기계화여단 부지휘관 올레흐 흐루제비치 대령(35)은 다른 전선에 있던 많은 러시아 병력과 화력이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그는 쿠르스크 전투가 한창일 때, 자신이 담당한 동부 전선 북단 쿠피얀스크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공중 폭격이 50% 줄었다고 했다.

429 아킬레스 무인 시스템 연대 유리 페도렌코 대위는, 전선 북동부에서 러시아군이 오스킬강에 확보한 작은 거점을 확대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주요 임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드론과 포병 위협 때문에 러시아군은 부교를 설치하지 못하고 악천후를 틈타 소형 보트 편으로 병력과 장비를 강 건너로 수송해 왔다.

페도렌코 대위는 러시아군이 한 달 가까이 진지를 확장하지 못했으며 진지를 사수하는데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m 정도의 좁은 수풀 지대를 드론으로 정찰하면서 적 시신 190여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북부 전선에서 수백 km 떨어진 남부의 드니프로강 유역 전선에서는 러시아군이 도강 공격을 계속 시도하고 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2개월 전 15~20척의 보트를 동원한 도강 공격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이후 강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도강을 시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한 자포리자 시를 겨냥한 움직임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자포리자시와 그 주변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자포리자 포위 계획은 러시아 병력이 쿠르스크로 이동하면서 보류됐다.

우크라이나 전선 가운데 전투가 가장 치열한 곳이 동부 전선이다.  러시아군은 3년 동안 이 지역 전략요충인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장악하는데 실패했다.

팔리사 대령의 부대는 도네츠크 주 포크로우스크 남쪽 방어선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가 가장 많이 진격한 지역이다.

팔리사 대령은 그러나 최근 공격적인 드론전과 정교한 방어 전술을 사용하면서 러시아군의 공세가 무뎌졌다고 밝혔다. 그는 “적이 3~4주 동안 단 1미터도 진격하지 못했다. 상황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영화 ‘매드 맥스’ 분위기 물씬 나는 전장

그는 러시아군이 초슬림 광섬유 케이블이 달린 드론을 사용하면서 대응 전술을 바꿔야 했다고 밝혔다. 광섬유 드론이 등장한 7일 사이에 여단 차량 10대를 잃었다고 했다.

이후 그의 여단은 전술을 바꿔 차량 대신 쿼드바이크, 버기카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이동하고 있으며 열상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을 피하기 위해 체온 노출 방지 망토를 착용한다.  

전차와 장갑차 사이를 민간 차량, 오토바이, 드론 방해 장치와 철창을 부착한 쿼드바이크들이 누비는 이 전장은 영화 ‘매드 맥스’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크라이나군은 낮은 수준의 기술을 사용하는 새 전술과 군 재구조화를 통해 미국의 지원이 줄어도 계속 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선의 병사들은 러시아가 전쟁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억제할 만큼 강해질 때까지 전투가 계속될 것으로 믿는다.

페도렌코 대위는 “우리는 살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쟁을 시작한 건 우크라이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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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협상 믿지 않는 우크라군, 전투 결의 여전"-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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