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역대 낙하산 사장 '잔혹사'…이제는 전문가를

기사등록 2025/03/24 11:23:18

최종수정 2025/03/24 12:28:27

비전문 낙하산…경쟁력 약화·지역사회 불통 논란

2919년 6월 29일 창립 21주년 기념행사.(사진=강원랜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919년 6월 29일 창립 21주년 기념행사.(사진=강원랜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역대 최장기 공석을 기록하고 있는 강원랜드가 차기 사장 공모를 진행되면서 후임 사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가 1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역대 낙하산 사장들의 ‘잔혹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대표이사 공석 최장기간은 2014년 2월부터 그해 11월까지 9개월이 최장 공석기간으로 남아있다.

24일 강원랜드 임원추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대표이사 후보 공개 모집 공고를 통해 19일부터 오는 27일까지 강원랜드 대표이사 후보자 공모 접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강원랜드는 지난해 8월 제214차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대표이사 선임을 추진했으나 12·3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무산됐다.

1998년 6월 설립된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하지만 27년이 지나면서 강원랜드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 핵심에는 계속되는 낙하산 인사의 반복이 있다.

역대 10명의 사장이 교체되는 동안, 이들은 대부분 리조트나 카지노, 관광 산업과는 전혀 무관한 비전문가들로 구성돼 왔다.

강원랜드는 중앙부처 공직자출신을 비롯해 전기안전공사 감사, 국회의원, 정무부지사, 서울시 산하 공기업 사장 등 다양한 비전문가들이 사장에 임명되었고, 전문 경영인 출신은 단 1명에 불과했다.

또 강원랜드 설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 이사장 출신 2명을 합치면 경영인 출신은 3명이다.

스몰카지노의 성공적인 준공과 개장부터 메인카지노 개장, 골프장, 스키장, 콘도, 워터파크, 컨벤션호텔까지 이후에도 강원랜드 사장은 숱한 평지풍파를 겪어야 했다.

메인카지노 개장을 앞두고 사장연임이 발표됐으나 불과 1주일 만에 번복되고 결국 퇴임 후 정치적인 보복까지 당한 일은 강원랜드 사장 흑역사의 시작이다.

어떤 사장은 외풍에 힘겨워하다 취임 11개월 만에 물러났고, 어떤 사장은 정치적 압력에 밀려 임기를 7개월 남기고 퇴임하기도 했다.

강원랜드 최초의 전문 경영인으로 취임한 사장은 서울사무소 조직을 확대하면서 사무소를 강남으로 옮기고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태백e-city사업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그러나 후임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서울사무소를 대폭 축소시키고 태백e-city사업도 축소를 거쳐 아예 사업을 단절시켰다.
2022년 2월 8일 정선군 사북읍 뿌리관 앞 광장에서 열린 이삼걸 사장 퇴진축구 기자회견.(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2022년 2월 8일 정선군 사북읍 뿌리관 앞 광장에서 열린 이삼걸 사장 퇴진축구 기자회견.(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강원랜드는 사장이 취임할 때마다 조직개편, 본부장을 고무줄처럼 늘렸다가 축소하는 일도 관행처럼 굳어졌다.

아울러 조직개편과 함께 물갈이 인사를 통해 전임 사장시절 요직에 근무했던 간부직원들을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인사가 되풀이되었다.

강원랜드 직원들의 사기는 저하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근무의욕을 좌절시키고 능력 있는 직원들을 실망시켰다.

강원랜드에서 경륜을 쌓은 직원 가운데 한국관광공사가 설립한 외국인 전용카지노(GKL)에 대거 빠져나가고, 심지어 불법으로 운영되는 카지노빠로 떠나는 직원도 생겼다.

이후 강원랜드 사장으로 낙하산을 타고 온 인물 가운데 도지사 출마에 욕심을 둔 인물들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강원랜드를 혼란의 중심으로 만들기도 했다.

도지사 출마를 목표로 강원랜드의 사업 방향을 목표에 맞추기 위해 결정하거나, 불필요한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휘말린 일이 대표적이다.

출판기념회를 열며 도지사 출마를 밝히고 사장을 퇴임한다고 기자간담회까지 열었던 한 사장은 출판기념회에서 선거법 위반 논란 때문에 이를 번복한 일이 대표적이다.

또 선거를 노리고 폐광지역에 한정하던 각종 지원사업과 공연사업을 강원도 전역까지 확대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강원랜드를 대한민국 ‘채용비리의 1번지’로 만든 문제로 사장은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으나 회사 이미지는 만신창이가 되었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리조트나 카지노와 전혀 관련이 없는 낙하산 인사의 후유증은 지역사회와 불통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그 피해는 강원랜드와 지역사회의 몫으로 남아야 했다.

아울러 경영능력 외에 중앙부처와도 소통이 안 되는 일부 경영진의 경우 슬롯머신 마케팅을 명분으로 유럽이나 동남아에 외유성 출장을 다니면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강원랜드는 매출과 경영 성과가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점적인 카지노 시장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독점적 지위가 지속되면서 전문성이 결여된 정치적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했고, 이는 결국 경영 성과의 저하와 고객 불만 증가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2030년, 일본 오사카와 그 전에 태국의 카지노 개장이 예정되어 있다. 필리핀과 마카오, 싱가폴, 베트남 카지노는 현재도 강원랜드 ‘알짜고객’들이 단골이 되고 있다.

강원랜드는 더 이상 국내 독점의 지위에 의존할 수 없다.

이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강원랜드가 성공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전문 경영인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원랜드가 2024년 10월부터 스마트 입장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 카지노리조트 개장을 앞두고 갱쟁력 강화가 강원랜드의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사진=강원랜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원랜드가 2024년 10월부터 스마트 입장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 카지노리조트 개장을 앞두고 갱쟁력 강화가 강원랜드의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사진=강원랜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태호 전 지역살리기공추위원장은 “강원랜드의 설립 취지와 지역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중앙부처와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보여준 것은 경영난맥과 지역과의 불통이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비전을 갖춘 경영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도 “강원랜드가 대한민국 최고의 안전하고 즐거운 국민쉼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 인사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언급하며, 정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이번 11대 사장 공모에서 가장 중요한 전문 경영인 출신 선임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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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역대 낙하산 사장 '잔혹사'…이제는 전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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