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고교생 1인당 50만원 지원, 경제적 부담↓
사전 답사·안전교육 불구 사고 원천 차단 한계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전교조가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가 없는 현장체험학습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5.03.18. gahye_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3/18/NISI20250318_0001794229_web.jpg?rnd=20250318115846)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전교조가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가 없는 현장체험학습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5.03.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도내 한 고등학생 학부모 김모(47)씨는 다음 달 초순 예정된 자녀의 현장체험학습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막상 아이를 보내려니 각종 사고 가능성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안전 문제를 생각하면 안 보내고 싶지만,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가지 않으면 소외될까 봐 고민이 된다." 김씨의 이러한 복잡한 심경에는 많은 학부모들이 공감하는 딜레마가 담겨있다.
더욱이 올해부터 도내에서는 고등학생 1인당 50만원씩 현장체험학습비 예산 지원이 이뤄지게 됐다. 이로 인해 그동안 현장체험학습 보내기에 소극적이던 학부모들도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되면서 자녀의 체험학습 기회 제공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육적 경험 vs 안전 우려…학부모들 갈림길에 서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현장체험학습을 두고 입장 차이가 있다. "교육적으로 필요하다"는 학부모들은 다양한 현장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안전과 학습 공백이 걸림돌"이라며 체험학습을 보내지 않으려는 부모들도 많다.
이 가운데 잇따른 현장체험학습 중 안전사고들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에서는 초등학생이 체험학습 도중 후진하는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담임교사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되면서 교사들조차 체험학습 진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올해 3월 울산에서는 고등학교 수련활동 중 암벽등반 체험을 하던 학생이 갑작스럽게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학부모들에게 "혹시 내 아이에게도 사고가 발생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원시 한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생 학부모 박모(53)씨는 "초등학교 때는 체험학습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지만, 중·고등학교에서는 내신이 중요한데 하루를 체험학습에 쓰는 것이 효과적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그 시간에 자습하는 것이 더 낫다"며 체험학습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안산시 중학생 학부모 이모(45)씨는 "코로나 시기 동안 아이들이 집에만 머물며 현장 체험 기회가 크게 줄었던 만큼 이제는 학교 밖에서도 배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오히려 더 많은 체험학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체험학습을 다녀오면 아이가 학교생활에 더 적극적으로 임한다"라고 강조했다.
학생들도 체험학습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김모(17)군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체험학습은 학교생활의 활력소"라면서도 "다만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이모(15)양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체험학습을 통해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면서도 "최근 사고 소식을 들으면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철저한 준비에도 늘 따라다니는 불안…대책은?
한 학부모는 "현장체험학습을 떠났다가 사고가 난 학교들도 안전 대책을 철저히 세우고 갔을 텐데, 결국 사고는 어느 순간에 어떻게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라며 "아이가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싸는 모습을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체험학습 전 사전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현장 인솔인력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도교육청은 '2025 현장체험학습 안전매뉴얼'을 통해 안전 점검 및 비상 대응 지침을 세분화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체험학습 전 ▲위험 요소 사전 점검 ▲학생 대상 안전교육 필수 이수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처 매뉴얼 숙지 ▲교사 및 인솔 보조 인력 배치 등을 철저히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러한 매뉴얼에도 불구 체험학습을 둘러싼 부담이 상당하다. 한 중학교 교사는 "학부모들이 안전을 걱정하지만, 교사들도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실정 때문에 체험학습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부모가정의 학부모 A(42)씨는 "지원금이 있더라도 여전히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체험학습을 보내기 부담스럽다"며 "사고가 났을 때 교사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학교안전법에는 교사들이 예방과 안전 조치를 충분히 이행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에 맞춰 조례도 개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례 개정을 통해 보조인력 배치 의무화, 인력풀 확충, 재정 지원 등을 추진해 체험학습의 안전을 높이고 교사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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