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조 "노동에 기초한 국가" 명시한 나라
"이탈리아는 미국과 달리 무법천지 아니다"
노조 일제히 반발…조롱하는 틱톡 동영상도 등장
![[밀라노=AP/뉴시스]이탈리아 UIL 노동조합의 피에르파올로 봄바르디에리 사무총장이 지난해 5월 밀라노 라 스칼라 광장에서 열린 노동조합 플래시 몹 현장을 지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주 이탈리아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이탈리아 노동자들에게 지난주 업무보고를 하지 않으면 해고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이메일을 보내자 봄바르디에리 사무총장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025.3.13.](https://img1.newsis.com/2024/05/10/NISI20240510_0001085429_web.jpg?rnd=20240510191422)
[밀라노=AP/뉴시스]이탈리아 UIL 노동조합의 피에르파올로 봄바르디에리 사무총장이 지난해 5월 밀라노 라 스칼라 광장에서 열린 노동조합 플래시 몹 현장을 지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주 이탈리아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이탈리아 노동자들에게 지난주 업무보고를 하지 않으면 해고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이메일을 보내자 봄바르디에리 사무총장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025.3.1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일론 머스크가 이탈리아 북부의 아비아노 미 공군기지에서 일하는 이탈리아 민간인들에게 지난 주 행한 주요 성과 다섯 가지를 보고하라고 요구하면서 응하지 않으면 해고될 수 있다고 위협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이탈리아는 헌법 제1조에서 "노동에 기초한 국가"라고 명시하는 등 노동자 권리가 신성시되는 나라라며 가차 없이 일자리를 줄이는 경영자 머스크와, 종신 고용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나라의 노동자들 사이에 문화적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의 이메일은 미국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는 각 부처 책임자들이 직접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내지 않는 한 당국자들이 머스크의 메일에 응답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정리된 상태다.
미국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는 이탈리아 노동자들에게는 미국과 차이가 큰 이탈리아 노동법이 적용된다. 아비아노 기지 종업원 노조 대표인 로베르토 델 사비오는 "여기는 이탈리아다. 우리는 다행히 명확한 법률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 공군 제31 전투비행단이 주둔하는 아비아노 공군기지에는 700명 이상의 이탈리아 민간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또 전국적으로 약 4000명의 이탈리아 민간인들이 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면서 1만5000 미군 병사들에게 요리, 청소, 기지 운영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머스크의 이메일은 아비아노 기지 내 미 육군·공군 교환 서비스(AAFES)에서 근무하는 수십 명의 이탈리아 민간 직원들에게 부서장을 통해 전달됐다.
이에 대해 UIL 노동조합의 피에르파올로 봄바르디에리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머스크의 이메일을 용납할 수 없으며 혐오스럽다고 비난했다.
또 이탈리아 노동조합들이 일제히 이탈리아 정부와 주이탈리아 미 대사관에 해명을 요구했다.
현재 이탈리아 직원들은 부서장이 포워딩한 머스크의 이메일에 답할 의무가 없으나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이메일에는 응답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된 상태다. 그러나 미 국방부가 이들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아비아노 기지 노조 대표인 델 사비오에 따르면 일부 이탈리아 직원들이 이메일에 답하면서 “피자를 자르고 있었다”는 등의 답변을 하면서 무척 당황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미국처럼 무법 천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조 대표 에밀리오 파르놀리는 "미국이라면 머스크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아비아노 기지 노동조합 대표 등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머스크의 이메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백안시하면서 미군 주둔비용이 삭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정부가 30일 동안 연방 신용카드 사용을 동결했을 때 아비아노 기지의 이탈리아 직원들도 시설 장비 구매용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했고 최근에는 직원 신규채용도 중단됐다.
한편 머스크 요구에 유머러스하게 답변하는 내용의 틱톡 동영상도 등장했다.
“1번: 출근한다. 2번: 출퇴근 기록기에 찍는다. 3번: 아침 식사한다. 4번: 동료들과 커피 심부름 가위바위보 대회를 한다. 5번: 커피를 마신다. 4번과 5번을 다섯 번 반복한다. 6번: 공과금을 내고 장을 본다. 7번: 퇴근 기록을 찍는다"는 내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