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 불길 치솟더니 '펑'…보조배터리 열폭주 예방은?

기사등록 2025/03/12 13:54:30

최종수정 2025/03/12 14:12:24

부산소방, 보조배터리 열폭주 화재 실험

폐방화복으로 제작한 방화팩 선봬

"방화팩, 화염 분출 차단해 화재 위험 줄여"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부산소방재난본부가 12일 오전 훈련탑 앞에서 여행용가방 안에 보조배터리를 넣고 열폭주 화재실험을 하고 있다. 2025.03.12. aha@newsis.com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부산소방재난본부가 12일 오전 훈련탑 앞에서 여행용가방 안에 보조배터리를 넣고 열폭주 화재실험을 하고 있다. 2025.03.12.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보조배터리가 발열, 충격, 과충전 등으로 인한 열폭주 때문에 큰 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12일 오전 부산소방재난본부 훈련탑 앞. 투명한 여행가방 안에 옷가지와 함께 있던 보조배터리에서 희뿌연 연기가 새어 나오더니 부풀기 시작했다.

이어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큰 불길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주변을 가득 메웠다.

한 소방관이 불을 끈 뒤 보조배터리의 내부 온도를 측정해보니 600도 이상으로 올라갔다.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인 '스웰링'이 시작되자 약 260도에서 10초 만에 400도 이상 급격히 온도가 올라갔다.

보조배터리는 발열 뿐만 아니라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도 급격히 불이 붙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관이 기계를 이용해 보조배터리에 300㎏의 압력을 가하자 즉시 불길이 치솟았다.

한 번 불이 나면 순식간에 온도가 치솟는 이른바 '열폭주' 현상이다. 불이 한 번 붙으면 주변에 있는 의류 등의 가연물로 빠르게 옮겨붙기 때문에 큰 불로 이어진다.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부산소방재난본부가 12일 오전 훈련탑 앞에서 발열(왼쪽), 충격, 과충전 등 조건별로 보조배터리 열폭주 화재실험을 한 결과. 2025.03.12. aha@newsis.com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부산소방재난본부가 12일 오전 훈련탑 앞에서 발열(왼쪽), 충격, 과충전 등 조건별로 보조배터리 열폭주 화재실험을 한 결과. 2025.03.12. [email protected]
올해 초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원인으로 보조배터리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지난 1일 국토교통부는 항공기 탑승객을 대상으로 리튬이온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표준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보조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부산소방이 리튬이온 보조배터리의 열폭주 위험성과 보관법을 제안하기 위해 화재재현 실험에 나섰다. 다만 에어부산 화재 원인은 국토부 사조위가 조사 중으로 해당 실험과 관련이 없다고 부산소방은 강조했다.

전국에서 발생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부터 매년 220건, 292건, 386건, 531건, 572건으로 늘었다. 5년간 총 2002건 발생해 153명의 사상자와 35조원 가량의 재산피해를 냈다.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부산소방재난본부가 소방관들의 폐방화복(아라미드 소재)으로 자체 제작한 방화팩이 오른쪽에 놓여있다. 왼쪽은 한 재활용 업체가 같은 소재로 제작한 보관팩. 2025.03.12. aha@newsis.com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부산소방재난본부가 소방관들의 폐방화복(아라미드 소재)으로 자체 제작한 방화팩이 오른쪽에 놓여있다. 왼쪽은 한 재활용 업체가 같은 소재로 제작한 보관팩. 2025.03.12. [email protected]
이날 화재실험을 진행한 제용기 부산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계장은 "보조배터리에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면 소방관들의 방화복, 즉 아라미드 재질로 인해 화염이 외부로 분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폭주 실험에는 부산소방이 소방관들의 폐방화복(아라미드소재)을 활용해 자체 제작한 아라미드방화팩을 활용하기도 했다. 아라미드는 500~600도의 고온에도 불에 타지 않는 내열성을 갖추고 있다.

실험 결과, 아라미드 소재로 만든 2겹의 방화팩 속에 담긴 보조배터리는 270도의 온도에도 외관상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3초 뒤 800도에 다다르자 부풀어 오르더니 많은 양의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비닐팩과 유사한 여행용가방으로 진행된 실험보다 열폭주가 늦게 시작된 것.

부산소방은 소방관들의 방화복으로 제작한 방화팩이 비닐팩보다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이날 본 실험에 앞서 4차례의 사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배터리의 화학반응으로 인해 가연성 가스가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방화팩이 외부로의 화염 분출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실제 화재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한다고 부산소방은 강조했다.

제 계장은 "부산소방이 자체 실험은 거쳤지만 바로 시중에 내놓을 순 없다"며 "국립소방연구원과 협의해서 충분한 실험 과정을 거친 뒤 생산 업체와 연계해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계획을 밝혔다.

화재 발생 시 안전조치에 관해서는 "기내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승무원은 깊은 통을 준비해서 불이 붙은 보조배터리가 물에 잠기도록 해야 한다"며 "물에 잠기도록 하는 것이 열폭주가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위 실험과 같은 발열, 물리적 충격뿐만 아니라 과충전할 때도 보조배터리는 열폭주로 인해 큰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부산소방은 전했다.

한편 이날 보조배터리 열폭주 실험은 시민들이 통상적으로 이용하는 20000mAh가 사용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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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 불길 치솟더니 '펑'…보조배터리 열폭주 예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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