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업무 침범하지마"…회계사-세무사 갈등 격화

기사등록 2025/03/08 15:00:00

7일 서울시의회 조례 개정안 통과

세무 "보조금 사업 증가…세무사도 투입해야"

회계 "보조금·위탁사무, 회계감사 의무화 필요"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비영리법인 및 공공부문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보조금 및 위탁사무업무에 대한 회계감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회계업계가 세무업계로부터 서울시 위탁 사업에 대한 감사권을 사수하는데 성공했다. 서울시가 민간에 위탁한 사업에 대한 감사를 세무사는 할 수 없게 되면서다. 다만 공인회계사 고유 업무인 국가 보조금 정산보고서 검증에 대해서도 세무업계가 팔을 뻗고 있어 두 업권 간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시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다.

원래 서울시 민간위탁 사업에 대한 결산은 회계법인만 감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서울시의회는 수탁기관의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 즉 간이 검사로 변경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공인회계사가 아닌 세무사도 이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장은 대법원에 제소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심리 기각 판결을 내렸다. 회계감사를 받을지, 간이한 검사를 받을지는 지방의회의 재량의 영역이라는 판단에서다.

이후 회계업계는 지자체 민간 위탁 사업에 대한 검증 수준을 낮추면 공공 부문의 회계 투명성이 저하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이를 되돌리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이 지난해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까지 통과한 것이다.

이번 서울시의회의 결정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간이 검증로의 대체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서울시의회의 조례 개정 이후 전국적으로 민간 위탁 사업 결산에 대한 회계감사를 결산서 검사로 완화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경기도의회도 민간위탁 수탁기관에 대한 검증을 세무사도 할 수 있도록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업무 영역을 둘러싼 두 업권의 갈등은 또 있다. 최근 국고보조금 사업자에 대한 정산 보고서 검증에도 세무업계가 손을 뻗치고 있다.

현행법상 국가 등에서 1억원 이상의 국고 보조금을 받는 사업자는 외부감사인, 즉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보조금 감사인에 세무법인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보조금 관리에 대한 법률'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다.

지난 2012년에는 건설업 기업진단 업무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건설업 신규 등록, 면허 추가, 양도양수, 분할·합병 등 기업 진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업은 외부의 제3자로부터 자본금 등 재무 적격 여부를 확인한 보고서를 받아야 하는데, 공인회계사만 가능했던 기업 진단을 2012년부터 세무사와 전문 경영 진단 기관도 할 수 있게 됐다.

두 업권이 하나의 업무를 두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벌이는 이유는 둘 모두 업무상 숫자를 들여다보고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이다.

세무사회는 검증해야 할 보조금 사업 수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선 세무법인도 보조금 감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자체 민간위탁사업에 대해선 법원도 사업비 결산서 검증으로 진행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세무업계는 '대리인'을 넘어 '검증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지만 회계사 사회는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공인회계사는 공인회계사법, 외부감사법 등을 통해 독립성이 법규화 돼있지만 세무사는 법적 '세무 대리인'으로서 위임인과 수임인 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업계가 이번 이슈를 계기로 대통합해 한목소리를 냈을 정도로 관심이 모였다"며 "비영리·공공부문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보조금 및 위탁 사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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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업무 침범하지마"…회계사-세무사 갈등 격화

기사등록 2025/03/08 15: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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