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거니(g0nny), 0은 뭘 곱해도 0

기사등록 2025/02/22 11:57:45

최종수정 2025/02/22 12:02:03

2024 콘진원 '뮤즈온' 선정 뮤지션

첫 번째 EP '아워스(Ours)'로 주목

[서울=뉴시스] 거니. (사진 = 인플래닛 제공) 2025.0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거니. (사진 = 인플래닛 제공) 2025.02.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R&B 싱어송라이터 거니(g0nny·정건희)는 0에서 시작했다. 그녀의 본명을 변형한 활동명 거니 표기에서 알파벳 O 대신 숫자 0를 사용한 이유다.

거니에겐 무엇보다 음악적 기반이 없었다. 직장을 다니다 가수로 데뷔한 그는 음악 신에 인맥이 전무했다. 가진 건 목소리와 노력 뿐이었다. 소셜 미디어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재작년 6월부터 소셜 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이내 장르 음악 팬들 사이에서 기대주가 됐다.

최근 서울 홍대 앞에서 만난 거니는 "숫자 0은 뭘 곱해도 0이 되잖아요. 거니에게 어떤 색을 입혀도 거니가 잘 흡수하겠다는 뜻에서 0을 집어넣었다"고 웃었다.

실제 거니가 작년 10월 발매한 첫 번째 EP '아워스(Ours)'는 다섯 트랙이지만, 그녀의 팔색조 면모를 증명한다.

더블 타이틀곡 '우리만의 비밀'은 잔잔함 속에서 감미로운 서사를 만들어내고, 또 다른 더블 타이틀곡 '보고만 싶어(Oh LOVE!)'는 단단한 밝음을 노래하는 응원가다. 점차 느껴지는 대중의 반응에 거니는 "'내가 하는 게 어느 정도 맞구나. 이해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쁘다"고 했다.

거니는 그런데 원래 꿈은 가수가 아니었다. 경영학과를 나온 그녀는 직장을 다녔고, 사람 만나는 게 좋아 카페 매니저도 했다. 아홉 살 때 명동 거리를 지나다가 참가한 노래자랑에서 김현정의 '멍'을 불러 상을 받았지만, 학창 시절 음악과 가깝게 지냈지는 않았다. 가수가 되는 건 실현 가능성이 '0'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2019년 11월 유튜브에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세븐 링스(7 rings)' 커버 영상을 올렸는데, 댓글이 하나둘씩 달리기 시작했다. 자주 커버 영상을 올렸던 또 다른 가수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토리 켈리였다. 뛰어난 가창력의 켈리 역시 유튜브로 이름을 알렸다.

"켈리가 기존 곡을 편곡해서 자기 식대로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고 느꼈어요. 일단 노래를 너무 잘하고 그녀가 갖고 있는 기운과 에너지도 밝잖아요.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죠."

거니는 작곡가가 중점적으로 생각한 노래의 의도를 잘 표현하는 게 '노래를 잘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연기자처럼 감독이 그리는 그림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거니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디 신(scene)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뮤지션이 아니다. 인디 30주년을 맞은 올해 클럽 숫자가 줄어 인디 신의 활기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 무대는 애초부터 거니 것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 채널이 그녀의 본거지였다.

"제가 음악을 오래 한 사람이 아니었다 보니까, 신에 대해 모르는 게 당연하죠. 제가 설 자리가 없는 게 당연하고 친구가 없는 게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그게 디폴트(기본 설정값)였죠."

거니는 2024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뮤즈온' 출신이다. 이 활동을 통해서 R&B 싱어송라이터 오티스 림(Otis Lim·임호승), 싱어송라이터 삼산(三山)과 친분도 생겼다. 오티스림은 거니의 공연에 게스트로 나서기도 했다. "뮤즈온이 제게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음악 활동에 없던 커뮤니티를 만들어준 셈이죠."

거니는 사랑 노래에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예전 R&B 사랑 노래가 어떤 진득한 마음을 노래했다면, 그녀의 노래는 적당한 선을 유지한다.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감정의 주고 받는 과정이 보인다. 그런 터치가 오히려 큰 여운과 여백을 안긴다. 거니 목소리가 주는 공간감이 이런 속성에 일조한다.

"저는 제가 중요해요. '내 마음이 건강해야 다른 이들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마음의 정화라든지, 정신적으로 건강한 것에 많이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누구를 만나도 상호작용하면서 주고받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제 음악에 자연스럽게 담겼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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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거니(g0nny), 0은 뭘 곱해도 0

기사등록 2025/02/22 11:57:45 최초수정 2025/02/22 1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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